우리 아이가 뚱뚱해졌어요
  • 이성희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
  • 승인 2007.12.3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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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비만, 고칼로리 음식에 운동량 적어 갈수록 증가…7세 이상 비만아는 치료 대상

지난 여름방학 때 한 어머니가 초등학교 3학년과 유치원생인 두 남매를 데리고 비만클리닉을 찾아왔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통통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영양 상태가 좋다는 칭찬으로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들의 배가 유난히 나온 것을 보고 비만이 아닐까 심각하게 염려되어 병원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홉 살짜리 남자 어린이는 키 1백30cm, 체중 38kg, 7살 여자 어린이는 키 1백21cm, 체중 26kg이었고, 어머니는 키 1백58cm, 체중 63kg이었다. 의학적으로 평가했을 때 어머니와 남자 어린이는 비만으로, 여자 어린이는 과체중으로 진단되어 가족 모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최근에 성인 비만은 물론이고 소아, 청소년 비만 또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표준 체중의 1백20%를 넘는 비만아는 남아의 11.5%, 여아의 9.7%로 7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비만이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성인비만과 마찬가지로 칼로리 섭취의 증가와 신체 활동량의 감소를 들 수 있다.

 

소아비만 절반 이상이 성인비만으로 이어져

어린이의 열량 섭취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인스턴트 식품 및 외식 섭취의 증가, 청량 음료, 소다 및 과일 음료 등을 통한 단순당 섭취의 증가 등이 있다. 남매의 경우에도 어머니가 일을 하고 있어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잦았고, 저녁 식사를 외식으로 하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아침 식사를 거르게 되면 고열량 음식에 대한 갈망이 생겨 자주 군것질을 하게 되고, 점심이나 저녁식사 때 폭식을 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전체 칼로리 섭취가 증가한다. 외식을 할 때 아이들이 주로 선택하는 메뉴는 돈까스, 자장면, 스파게티 등으로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매우 높은 음식들이었다. 또한 교통 수단과 생활 편의 시설의 발달로 신체 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가까운 거리를 갈 때에도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대신 자동차나 엘리베이터 또는 에스컬레이터 등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졌고 밖에 나가서 뛰어노는 시간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방과 후 어린이들이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부모는 자신들이 감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것이 불안하므로 집 안에 머무르게 한다.
따라서 어린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대신 TV를 시청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이것이 바로 소아비만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움직임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과자나 음료수 등의 간식을 더욱 찾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들은 TV 광고 등을 통해 어린이들의 식욕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아비만의 30~60%에서 성인비만으로 지속되고 소아기에 시작된 비만은 성인기에 시작된 비만보다 건강에 미치는 위험이 더 심각하다고 알려졌다. 최근에 국내의 한 연구에서도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성인병으로 이행될 위험이 큰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이 소아에서도 7%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 밖에도 무릎 및 대퇴골두에 이상을 일으켜 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며, 우울증, 낮은 자존심, 체형에 대한 왜곡된 생각, 거식증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소아비만을 평가하는 방법은 성인보다 복잡하다. 성인의 경우 자신의 체중(kg)을 키(m)로 두 번 나누어서 체질량지수를 계산한 뒤, 체질량지수가 25를 넘는 경우 비만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소아에 대해서는 단순히 체질량지수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연령별·성별 체질량지수의 백분위 수를 감안해 평가한다. 체질량지수가 자신의 연령에서 95백분위 수 이상일 경우 비만, 85~94백분위 수에 해당될 경우 과체중으로 진단한다. 위 남아의 경우 체질량지수 22.5로 9세 남아의 95백분위 수에 해당하는 21.5를 초과하였으므로 비만이다. 여동생의 경우에 체질량지수 17.8로 7세 여아의 95백분위 수에 해당하는 18.5는 넘지 않았지만, 85백분위 수에 해당하는 17을 초과해 과체중에 해당된다.

가족 모두 생활습관 바꿔야 도움

소아비만 치료 과정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접근해야 하므로 훨씬 복잡하다. 일반적으로 7세 이하의 경우에는 비만에 따른 합병증이 없으면 체중 감량을 시도하지 않고 관찰한다. 그러나 7세 이상 비만아는 치료 대상이며, 과체중이더라도 합병증이 와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위 남매의 경우 7세인 여동생은 현재 체중에서 더 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반면, 오빠는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 즉 하루 섭취 열량을 제한하고 컴퓨터와 TV 시청 시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하며,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주 3회 이상 시작하도록 처방했다.
소아비만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모두가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 적극 동참하는 것이다. 남매의 경우에도 어머니가 힘들더라도 매일 아침 식사를 제대로 준비해서 먹게 하고, 저녁 식사를 집에서 열량이 낮은 한식으로 직접 준비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성공하기 힘들다. 또 아이의 눈에 잘 띄는 곳에 과일이나 우유, 요구르트 같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간식을 두고, 열량이 높은 과자나 탄산 음료 등의 간식은 아예 사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 잘 치워두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주말에 부모 역시 집에서 뒹굴거나 TV 시청으로 시간을 보내는 대신 가족이 다함께 운동을 하거나 공원을 산책하는 등 활동적인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정해진 시간과 장소 외에는 간식을 먹지 않으며, 5대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되어 있으면서 열량이 높지 않은 건강한 음식을 즐기고, 가능하면 일상 생활에서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생활 습관으로 배도록 해야 체중 감량은 물론 앞으로 성인비만으로 이행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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