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 단꿈 꾸는 재벌·산업은?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 승인 2008.01.0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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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서는 어떤 산업이 각광을 받게 될까? 역대 정권을 돌이켜보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목표에 따라 산업간 부침이 있었고, 이에 따라 재계 판도도 달라졌다.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2백만호 주택건설이 핵심 정책으로 떠오르면서 건설 재벌들이 등장했다. 외환위기 직후에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벤처 붐을 일으켜 벤처 재벌들을 탄생시켰다. 내수 산업이나 성장률에서 별 성과가 없었던 노무현 정부에서는 마땅히 내세울 만한 산업 트렌드를 찾아보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건설업종과 금융업 등이 활력을 찾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은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해 매년 50만호 주택 공급 등 대형 건설 사업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새 정부의 시장친화적인 정책과 함께 논의되고 있는 금산 분리 완화나 공기업 민영화 방안도 공약으로 거론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새해 벽두부터 이명박 정부의 최대 수혜주가 건설사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증권사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신영증권의 주이환 애널리스트는  “올해 들어 지난해에 비해 성장률 확대가 유력한 부분은 건설 투자가 유일하다. 건설업은 세계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인 데다 새 정부의 주요 정책과도 맞물려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 사업의 경우 12개 노선 2천1백㎞에 최소한 15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또 제2 경부고속도로와 제2 서해안고속도로의 건설, 매년 50만호 이상의 주택 공급도 건설 시장에 두둑한 자금을 뿌릴 만한 사업들이다.
이런 사업들이 이루어진다면 건설업은 새로운 부흥기를 맞게 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측은 이미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 등 5개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을 불러 대운하 건설 참여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수조원의 자금이 매년 시장에 투입된다면 건설업 자체를 중심으로 재계 서열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금산 분리 완화는 금융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재벌 금융계열사들의 시장 진입을 무한정 확대하는 조치라고 해서 논란을 빚었지만 이명박 당선인은 물론 측근들도 방향을 완화 쪽으로 잡은 것 같다.

대운하 건설·금산 분리 완화·공기업 민영화 등이 큰 변수

한화증권 박종록 연구원은 “이명박 당선인이 기업인 출신으로 시장 친화적 정책, 성장 중심 정책을 내세우며 감세 정책과 함께 각종 규제 완화와 개발 제한 철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금산 분리 문제도 상당 부분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이 전망대로 금산 분리가 완화될 경우 삼성이나 LG, 한화 등 상당수 대기업들이 금융사로서의 면모를 갖춰 시장 경쟁을 벌이게 된다. 더구나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금융 산업의 영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마당이어서 재벌 금융사들의 문어발식 확장도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새 정부가 적절한 제어 장치 없이 금산 분리를 완화한다면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추진해온 기존 금융 기관들의 위상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공기업 민영화 역시 재계 판도를 뒤집어놓을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금산 분리 완화와 공기업 민영화, 법인세 인하를 꼽고 있다. 그는 “이 가운데 공기업 민영화가 가장 먼저 실현될 수 있는 정책이다”라고 말했다.
공기업 민영화 대상 가운데 1순위는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꼽히고 있다. 산업은행이 민영화될 경우 이 은행이 갖고 있는 대우증권도 매물로 나온다.
산업은행은 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 현대종합상사, 현대건설, 하이닉스, SK네트웍스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만 잡으면 단숨에 재계 5위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중 매각 일정이 잡혀 있는 대한통운이나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 작업이 이명박 정부 첫해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건설의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의 오너인 정몽준 의원이 이명박 캠프의 실력자로 떠올라 인수전의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무리한 경기 부양 말고 산업 간 균형도 고려해 추진해야”

대우조선해양도 많은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  GS그룹, 포스코 등이 입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NG선 건조에 강점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차지하는 기업은 국내 조선 업계의 선두 주자로 올라갈 수 있다.
산업은행이나 우리은행 등 금융 기관의 정부 지분 매각은 금산 분리 완화 논란과 맞물려 쉽게 진척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미 금융 전업그룹을 선언하고 나선 미래에셋그룹이 있고,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처럼 나름의 지배 구조를 갖춘 은행들이 있기 때문에 의외로 급진전될 수도 있다. 
대우증권의 경우 증권사 빅 5에 속하는 만큼 큰 덩치라 어느 금융그룹에 인수되느냐에 따라 금융 업종계 내 순위를 뒤집어놓을 수 있다. 기존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등 은행계 금융 그룹과 금융 사업 확장을 꾀하는 재벌 그룹에서도 큰 관심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명박 당선인은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투자 활성화를 끌어내 매년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이런 목표를 이루려면 대규모 토목 사업이나 공기업 민영화 같은 굵직한 사업들은 반드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성장률 드라이브의 분위기를 타고 어떤 기업, 어떤 재벌이 승승장구하게 될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물론 잠재성장률 이상의 무리한 경기 부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002년 신용카드 남발에 의한 버블이 대표적인 예이다. 무조건 성장하고 보겠다는 식의 전략이 자칫하면 기업을 망치고, 경제 자체를 불안국면으로 몰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의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잠재 성장 능력이 4.6%인데 이런 상태에서 경제성장률 7%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 물가 불안을 자극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거시경제가 불안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무분별한 투자를 유도한다면 경제 전체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 특정 산업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산업 간 균형을 고려하며 경제력 전반을 상승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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