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들고 승천 꿈꾸는 ‘잠룡’
  • 소준섭 (국회도서관·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08.01.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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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올림픽·개혁 개방 30년 맞물린 올해 세계 강국 도약대 오르나

 
"우리는 준비가 끝났어요(We are ready).” 2007년 12월31일 밤, 유명 영화배우 성룡은 베이징 중화스지탄(中華世紀壇)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가 주최한 베이징올림픽환영대회에서 이 노래를 열창했다.
 중국인에게 행운의 숫자는 8이다. 그래서 베이징올림픽은 2008년 8월8일 오후 8시에 개막된다. 메인 스타디움은 베이징 시 북쪽에 위치한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이다. 총 인원 9만1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자크 로게 위원장으로부터 “내가 본 가장 좋은 체육관이다”라고 좋게 평가되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17일 동안 세계 각국 선수단들이 ‘하나의 세상, 하나의 꿈(One World, One Dream)’이라는 슬로건 아래 각자 최선을 다해 경쟁을 벌인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위해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새해 첫날부터 올림픽 체제로 국가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베이징 시는 이를 위해 2010년까지의 예산을 미리 앞당겨 지출했다. 중국은 12개의 경기장을 신축하고 12개 경기장을 증축했다. 선수촌 등 45개의 올림픽 시설물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었다. 각국 선수들의 숙소는 선수들이 자신들의 얼굴만 보여주면 곧 자동으로 방문이 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올림픽 성화는 오는 3월26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뒤 먼저 베이징으로 보내져 4월부터 33일간 세계 일주를 하게 될 예정이다. 이후 홍콩, 마카오를 거쳐 중국 내륙으로 들어온 성화는 중국 전역을 모두 돌고 나서 성화 채화 1백30일째인 8월8일 올림픽 개막 직전 베이징에 도착할 예정이다. 성화 봉송에 참여하는 전체 인원이 2만2천여 명, 전체 여정은 5개 대륙 13만7천㎞에 이를 전망이다. 역대 최장거리 성화 봉송이다. 성화 봉송 주자는 1월과 2월에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원래 중국 정부는 분리 독립 조짐을 보여 온 티베트와 타이완의 타이베이(臺北)를 경유하는 성화 봉송로를 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승인 받음에 따라 ‘하나의 중국’이라는 선전 효과도 거두고자 했다. 하지만 IOC의 이같은 발표 내용에 대해 타이완 올림픽위원회는 즉각 중국이 정한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로에 타이완이 포함되는 것은 타이완 주권의 평가절하를 뜻하기 때문에 성화 봉송을 거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성화 봉송 인원만 2만2천여 명에 전체 여정 13만7천km

베이징올림픽은 인문(人文) 올림픽을 핵심 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서 인문이란 자강(自强), 열정, 정의, 관심, 책임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베이징 시 문물국은 ‘인문 올림픽 문물 보호 프로젝트’를 세우고 30억 위안을 투입해 세계 최대의 공연장인 국가대극원을 완공하고 만리장성을 비롯해 국자감(國子監)과 공자묘를 정비하는 한편 역대 제왕묘 박물관과 과거(科擧) 편액 박물관 등 베이징 시의 각종 문화 유산 건물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중화 문명을 세계에 과시함으로써 영광스러운 과거를 재현시키고자 한다.
유명한 영화감독 장이머우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을 맡고 있는데, 그는 전세계 어린이 1만명의 웃는 모습을 모아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베이징 시 학생연합회 주최로 ‘미소 베이징과 조화 선봉’이라는 명칭의 수도 대학생 자원 봉사자 전시 활동도 전개되었다. 올림픽 기간 베이징 시내 전철에는 외국어 서비스 여섯 가지가 제공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당당히 한국어도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다른 외국어를 소개하자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스페인어이다.  
 한편 중국 당국자들과 언론 매체는 베이징의 대기 및 수질 오염 문제에 대한 해외 언론 매체의 지적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청년보>는 이에 관한 보도를 통해 “베이징 대기 중 먼지 함량이 지나치게 높아 특히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장거리 육상 경기나 사이클 등의 경기는 아마 다른 지방에서 거행해야 할 것이다”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자크 로게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어서 이 보도는 “일부 국가의 선수들이 중국의 환경 오염 문제를 우려해 올림픽 기간에 한국에서 거주할 것이다”라는 서방 언론의 보도를 소개하면서 베이징 등 중국 대도시가 ‘세계에서 오염이 가장 심각한 대도시’라는 악명을 벗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교통 수단의 개선, 자전거 사용의 확대 그리고 관용차 사용 제한 및 관용차의 소형화와 공무수행 차량 사용 범위의 축소 등 비강제적인 자동차 운행의 제한 조치를 제안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또 다른 주제인 ‘녹색 올림픽’의 기치를 높이 내세우는 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은 중국이 개혁 개방의 발걸음을 내디딘 지 정확하게 30주년을 맞는 해이다. 
 중국은 1978년에 작은 거인 덩샤오핑이 이른바 ‘흑묘백묘론’과 ‘선부론(先富論)’을 내세우면서 개혁 개방을 주창하고 추진한 이래 30년 동안 인류 역사상 일찍이 그 유례가 없는 고속 성장을 구가했다. 중국은 개혁 개방 30주년을 맞는 지금 지나온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향후 30년을 구상하고 있다. 그리하여 때맞춰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은 개혁 개방 30주년을 기념하고 중국이 그동안 성취한 경제의 비약적 성장과 자신들의 ‘도광양회’ ‘평화굴기’ 전략에 따라 이루어낸 정치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세계에 공개적으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축제의 정점이다. 수치와 굴욕으로 얼룩졌던 근대 이래의 암울한 과거를 떨쳐내고 오랫동안 갇혀 있던 피해자 심리에서 벗어나 세계적 강국으로 다시 찬란하게 부상하려는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이러한 중국인들의 민족적 자부심과 열정을 그 절정의 순간으로 이끄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사회주의 국가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시장 경제를 추구한다는 전대미문의 이 새로운 실험 과정에서 중국의 개혁 개방 30년은 중국 스스로조차 믿지 못할 정도로 가공할 만한 에너지와 성장의 동력을 주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제특구 방식의 중국 경제 발전 모델은 이후 1984년 연해(沿海) 지역의 14개 도시를 거점으로 한 개방(선·線)을 거쳐, 1987년에는 경제 기술 개발구와 같이 전면적인 내부 개방(면·面)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처음에 외국 자본은 중국 성장의 기관차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저우추취(走出去)’라 하여 거꾸로 중국 자본이 해외 투자와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2008년 올림픽은 중국이 그간 주창해왔던 ‘평화적 부상’의 분명한 성취이자 선언으로서 중국의 경제와 정치에 완전히 새로운 돌파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중국이라는 이 오래된 국가를 일약 세계의 정치 및 경제 강국으로 끌어올리는 하나의 도약대로 기능할 것이다. 많은 중국인들은 중국이 1988년에 올림픽을 치른 한국과 같이 올림픽을 통해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고속도로를 달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2008년 한 해에 중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경제의 3위 자리에 뛰어오를 것이고 독일을 추월할 전망이다. 독일의 경제 기적을 상징했던 철강 분야는 2007년 상반기에 중국에게 이미 추월당했다. 중국의 슈퍼 대국 상황은 주식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보유 주식의 가치가 가장 높은 10위까지의 기업 중 다섯 개 기업이 중국 기업이다. 이를테면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는 2007년 11월 미국의 엑손 사를 제치고 세계 1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이러한 객관적 조건의 호조에 기초해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하여 세계 경제 성장의 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팍스 시니카(Pax Sinica: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 시대의 개막’으로 규정했다.
 

세계 경제 성장의 축,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

다만 여기에서 지적하고 넘어갈 사실은 개혁 개방이 흔히 알려진 것처럼 ‘위로부터의 전일적인 과정’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개혁 개방을 뒷받침한 중국 민중들의 아래로부터의 운동도 존재했었고, 그러한 대중적 토대 위에서 중국의 개혁 개방은 그토록 경이적인 힘을 투사시킬 수 있었던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78년 안후이(安徽) 성 샤오강춘(小崗村)에서 18가구의 농민들이 투옥의 위험을 불사하고 시작한 ‘다바오간(大包干: 국가 세금 납부, 集體 수입 보장 후 나머지는 개인에게 돌아가는 제도를 가리킴)’ 운동은 이후 전국적으로 번져 전국적인 토지 개혁의 시발점이 되었고, 이는 다시 도시로 확대되어 전국적인 차원에서의 경제 체제 개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또한 문화대혁명이 절정에 달했던 1969년,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 근교의 한 허름한 철공소에서 일하던 루관추(魯冠球)라는 젊은이는 개인 영리 활동이 엄격히 금지되던 상황에서 “내 공장을 갖겠다”라며 창업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전재산 4천 위안을 들여 소규모 철공소를 만들고 이웃 농민 여섯 명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문화대혁명의 엄혹한 격랑 속에서 자칫하면 ‘반(反) 혁명분자’로 몰려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 이 청년이 바로 중국의 대표적 민영 기업인 완샹(萬向)그룹 루관추 회장이고, 38년이 지난 지금 그의 사업은 미국, 독일 등 세계 여덟 개 국가에 20여 개 현지 법인을 거느린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일부 언론은 올림픽 이후 중국의 경제 성장이 하강곡선을 그을 것이라는 이른바 ‘하강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 중국, 특히 베이징이 4년 연속 총생산액 증가율이 10%를 넘고 있는 요인이 곧 ‘올림픽 효과’에서 비롯된다고 파악하면서 올림픽 이후 중국과 베이징의 경제성장률은 필연적으로 하강하거나 혹은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견해를 반박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규모는 현재 2조 달러를 넘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이며 매년 10%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경제 성장의 주요 요인이 결코 올림픽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즉, 올림픽이 경제에 대해 일련의 긍정적 작용을 할 것이지만 중국의 장기적 경제 성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올림픽 이후 아마 약간의 변화는 발생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 영향력은 매우 작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칭화(淸華) 대학의 국정(國情)연구중심 주임 후안강(胡鞍鋼) 씨 역시 “올림픽 이후의 시기에 중국과 베이징 경제가 하강할 가능성은 없다”라고 단언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2003년 이래 올림픽 경제가 베이징의 경제 성장에 미친 영향력의 비중은 매년 2%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올림픽이 베이징의 경제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2008년 올림픽 이후 양호한 발전을 보여줄 산업을 예측하면서 물류업, 무역업, 여행업 등은 올림픽 이후 계속 성장을 유지할 것이며, 체육 산업은 올림픽 이후 수도 문화의 지주 산업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고 문화 산업은 ‘베이징올림픽’이라는 ‘상품’의 영향력에 힘입어 올림픽 이후에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2007년 베이징 시는 시 재정을 각각 5억 위안씩 투입해 문화 산업과 체육 산업 발전의 종잣돈으로 삼았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의 부동산 분야에 대해서도 올림픽 이후에도 오히려 지속적인 상승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왜냐하면 베이징 부동산 산업의 급속한 발전은 높은 공급 수준과 높은 수요 수준이 상호 작용해 형성된 것으로서 경제 고속 발전의 필연적 결과이며 다만 올림픽이라는 특수 요인에 의해 단기간에 급속하게 팽창한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베이징의 부동산 가격은 올림픽 이후에도 방대한 수요의 토대 위에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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