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놓고 당권 투쟁 전초전 벌일 건가”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1.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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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입’ 김재원 의원 인터뷰 / “공정·투명하게 해야지 살생부 만들면 안 된다”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대변인을 지냈다. 이명박 캠프에서도 그를 눈여겨보았을 정도로 논리적인 말솜씨와 날카롭고 합리적인 분석력이 돋보였다. 지금도 그는 1주일에 몇 번씩 박 전 대표와 전화를 주고  받는 최측근이다.
1월9일 오후 5시30분, 경기도 김포에서 열린 유정복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으로 돌아온 그를 만났다. 1시간40분 동안 계속된 인터뷰는 김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청송에서 만든 국화차를 음미하면서 이루어졌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침묵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라며 공천 국면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또 “공천 방법과 절차가 시기보다 더 중요하지만, 시기가 늦어질수록 방법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총선기획단이 발족되었다. 이번 총선의 의미는 무엇이고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지난 대선 때의 5백50만 표 차는 지방 선거 때의 표 차와 비슷하다. 이런 흐름이 4월 총선 때까지 갈 것이다. 총선 결과가 우파 정권을 얼마나 공고히 할 수 있느냐를 가를 것이다. 한나라당이 1백80석에서 2백석까지 얻는다면 1.5 정당 체제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1이고 나머지 정당들이 0.5가 되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자기 혁신과 물갈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 있어야 한다. 비주류와 주류의 노선 투쟁, 정치 투쟁이 있어야 한다. 물갈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천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면 좋은데 사실 밑바닥에는 자기 사람 심자는 것 아닌가? 흙탕물을 걷어낸다는데 그분들이 흙탕물이 아니다.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검증이 되었는가? 한나라당이 굉장히 겸손해야 한다. 이제 보수 경쟁 시대가 되었다. 물론 세상에 조용한 공천은 없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공천해야 한다. 당헌·당규에 다 나와 있다.
과거 총선 때도 40% 가까이는 물갈이 되지 않았나?
비례대표를 바꾸고 지역에서 당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을 바꾸면 그 정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특별하다. 당권 투쟁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 총선 이후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권을 잡겠느냐는 생각이 모든 진영에 있다.
당정이 일체가 되어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헌에 반하는 주장이다. 당정 분리 원칙은 당이 살기 위해서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5년 간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5년 후에도 집권해야 한다. 신당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당정을 분리하지 않아 망했다고 한다. 청와대 지시에 한마디도 못하고 그대로 따른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입법부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관 아닌가.
당정 분리 원칙은 확고히 지켜져야 한다는 말인가?
청와대가 당을 장악하면 당의 연속성이 깨질 수 있다. 정치 개혁이라며 당정을 분리하는 당헌을 누가 만들었나. (이명박 당선인을 지지한) 홍준표·박형준·남경필 의원 등이 만들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고 지시하면 공정한 게임 규칙이 하나도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정무수석이 나서고 청와대가 나서는 것은 선거 제도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전두환·노태우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다.
공천은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의심이 안 들도록, 납득할 만한 공천이 되어야 한다. 총선 때의 득표율, 여론조사 결과, 지역구 활동 평가, 도덕성 등 여러 가지 잣대가 있다. 이런 것을 들이대고 공천해야지 그런 것 없이 뚝딱 해가지고 살생부 만들면 안 된다. 당헌·당규를 지켜야 한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 공천하는 것에 반대하는데.
시기가 늦어지면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천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또 저항도 못할 지경으로 만들어 한 구석으로 몰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천 방법이다.
공천 시기보다는 방법과 절차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시기를 늦출수록 방법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시기 자체가 본질은 아니지만 늦어질수록 투명성과 객관성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당선인의 총리직 제안을 마다한 이유가 무엇인가?
박 전 대표는 2004년 한나라당 대표를 맡은 뒤 정치적인 성과를 많이 이루었다. 재정 투명성, 시·도 지사 상향식 공천, 당내 민주화…. 이런 것들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것들이 자신의 성과이자 정치적인 정당성인데 없어지려고 한다. 그래서 그것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당에 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특사는 수락했지 않나?
박 전 대표는 이당선인을 만났을 때 세 가지를 부탁했다. 경제를 살려줄 것, 국가 정체성을 확립해 줄 것, 그리고 한나라당의 정치적인 성과를 이어가달라는 것이었다. 당선인은 전적으로 이에 공감한다고 했다. 분명한 것은 박 전 대표는 자신은 집권당 소속 국회의원이고 당선인은 대통령이라고 확실하게 인정하고 있다. 과거에 경쟁했다고 해서 동급이라는 생각 같은 것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박 전 대표는 국익을 위한 것, 국가적인 관점에서 생각한다. 그래서 당선인이 미국이건 중국이건 가라면 말단이라도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선인이 당을 장악하려고 한다면 그때 가서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이상득·박희태 의원 등이 출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얼마 전에 원로급 의원으로부터 ‘총선에 내가 나가도 되느냐’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최근 만났을 때는 내 등을 탁 치면서 ‘물갈이는 물 건너갔다’라고 하더라.
공천 등의 불만 때문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박 전 대표의 경우는 어떤가?
개인적으로 탈당할 수는 있겠지만 박 전 대표가 탈당하지 않는 한 집단 탈당은 불가능하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이룬 정치적 성과가 한나라당에 남아 있다. 떠나지 않을 것이고 떠날 수가 없다.
공천과 관련해 갈등이 커지는 흐름이다.
지켜보아야 한다. 결국 국민에게 민심을 얻느냐, 아니냐에 달렸다. 다른 곳은 기댈 곳이 없다. 박 전 대표의 생각이 그렇다.
박 전 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행보하나?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침묵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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