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첫걸음 ‘개미’들이 잡아줄까
  •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8.01.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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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증시, 약세에도 개인들 순매수…펀드 투자는 아직 양호

요즘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새해 주식시장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 첫 거래일 43.68포인트나 내리며 시작한 국내 증시는 반등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문제와 고유가가 번갈아가며 시장을 흔들어대고 있다. 시장의 큰 흐름은 여전하다. 지난 한 해 동안 27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댔던 외국인은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한국 비중을 줄이고 있다. 조만간에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30% 이하 수준으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미국발 충격에 대한 국내 시장의 내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1월9일에는 전날 미국의 최대 모기지 업체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의 파산설이 퍼지면서 뉴욕에서는 다우지수가 1.86% 내리는 큰 폭의 진통을 겪었지만 국내 시장은 오히려 1% 반등하면서 디커플링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홍콩 시장도 다우지수의 하락폭인 1.86% 만큼 오히려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개인들은 국내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새해 들어 1조원에 가까운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기관들이 향후의 방향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 프로그램 매매 등으로 소극 대응하는 데 비해 개인들은 최근의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어진 종목들에 대해 적극 매수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 실적 발표 이어지면 불안 심리 진정될 듯

펀드 투자 열기도 식지 않고 있다. 새해 들어 하루 2천억원대의 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지난해에 가장 수익률이 좋은 것으로 나타난 미래에셋의 주력 펀드들로 자금이 집중되고 있으며, 해외 펀드로는 브릭스 펀드와 최근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인도 펀드들로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신규 투자 대안이 떠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증시와 브릭스 지역의 상승 여력이 가장 희망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증시의 경우 최악의 상황에서도 1분기 저점이 코스피 1700포인트 정도로 예상되고 있어, 1800포인트를 기준으로 5% 정도 하락에 불과하다는 전망도 긍정적이다.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 현재와 같은 불안 심리에서 비롯된 조정은 예상보다 빨리 해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새해 들어 신규 자금을 집행하게 되면 수급에서도 우호적인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미국발 충격에 크게 휘말리지 않는다면 1분기 국내 시장은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주식에 대한 수요 기반은 우호적이다. 세계적인 저금리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국부 펀드 또한 어디든지 투자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는 상태이다. 이머징마켓 증시들이 현재 수준으로만 미국 시장과의 디커플링 상황을 유지한다면 분산 측면에서도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1월9일 세계은행(IBRD)의 ‘2009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이 보고서는 세계 경제에 대한 가장 최근의 전망치를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08년 세계 경제는 2007년의 3.6% 성장보다 약간 낮은 3.3%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미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단서도 덧붙이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2007년의 7.4%보다 0.3% 낮아진 7.1%의 성장이, 중국은 10.8%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수준이라면 2007년에 비해 다소 낮기는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실물 경제는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러시아는 6.5%, 인도 8.4% 등 주요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예상 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전망에는 여러 가지 주의 사항들이 첨부되어 있다. 미국 경제의 침체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영향이나 달러화의 약세 등이 불확실성의 주요 요인이다. 이러한 전망대로라면 요새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해서 펀드 투자도 재미가 없어졌다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어도 될 것 같다.

기대 수익률 낮추면 투자할 만한 펀드 많아

이러한 긍정적인 요인에도 신중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투자자들도 많이 늘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주식형이 아니어도 기대 수익률을 조금만 낮춘다면 투자할 만한 펀드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불안을 느끼는 투자자들은 시장 중립형 혹은 절대 수익 추구형으로 분류되는 펀드들을 선택한다면 시장의 변동성에 비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펀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미래에셋롱숏주식형’이나 하나UBS에서 운용하는 ‘인Best플러스채권혼합형’ ‘KTB웰빙안정형’ 등이 안정적으로 10%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했던 펀드들이다. 기관들이 제시하는 시장 전망이 미덥지 않은 투자자라면 신규 투자에 나설 경우 이러한 펀드의 가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최근 운용사들이 대거 출시하고 있는 펀드들은 비교적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분산을 함으로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기획된 상품들이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이 내놓은 ‘알리안츠NACM글로벌이머징주식펀드’, PCA자산운용의 ‘PCA이머징아시아주식펀드’, 한국투신운용의 ‘한국아시아에릭스(ERICs)주식형펀드’, 삼성투신의 ‘삼성이머징다이나믹펀드’ 등이 최근에 나온 대표적인 해외 주식형 펀드이다. 성공적인 장기 투자는 시장에 지속적으로 남아 있을 때 이루어진다. 불안감으로 시장을 떠나는 것은 현명한 투자가 아니다. 가장 성공한 개인 투자자로 많은 이의 존경을 받고 있는 제시 리버모어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적인 투자자는 자신의 내부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두 가지 본성, 즉 희망과 공포와 싸워야 한다. 자연스런 충동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을 반대로 뒤집어야만 한다. 즉 그는 희망하는 대신 두려워해야만 하며,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가져야만 된다.” 두려움은 아직 이르지만 간접 투자에는 한편으로 투자자의 공포를 줄여줄 다양한 상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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