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 방송’ 퀴즈가 좋다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1.1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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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공통점을 찾아라>로 퀴즈 프로그램 새 활기…“제작비 적고 시청률 안정적”

 
지난해 12월27일 SBS는 파일럿 프로그램인 <공통점을 찾아라>를 방영했다. <공통점을 찾아라>는 10명의 대상자를 놓고 그들의 말투와 생김새만으로 직업을 맞추는 형식의 퀴즈 프로그램이다. 임무를 완수하게 되면 참가자는 최고 5천만원의 상금을 차지하게 된다.

‘신선한’ 일반인 출연자도 시청자 관심 끌어

퀴즈 프로그램은 방송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상대적으로 제작 비용이 적게 들고,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장수 프로그램이 된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의 <Wheel of fortune>, <Jeopardy> 등이나 우리의 <장학퀴즈>를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수십년 동안 방영된 이들 프로그램 말고도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와 KBS의 <퀴즈 대한민국> 같은 프로그램은 포맷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도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퀴즈 대한민국>을 제작하고 있는 김성기 PD는 “TV 교양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생명력이 긴 것이 퀴즈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은 문제 풀이를 하며 정보를 얻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퀴즈 프로그램은 비용 면에서도 경제적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일반인이 참여하는 퀴즈 프로그램은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
방송사들은 성공적인 퀴즈 프로그램을 내놓기 위해 노력한다. 프로그램 개편 때면 새로운 퀴즈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퀴즈 프로그램의 성공이 쉬운 것은 아니다. 현재 정규 편성되어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 MBC는 <생방송 퀴즈가 좋다> 이후로 퀴즈 프로그램의 맥이 끊겼으며, SBS 역시 정규편성된 퀴즈 프로그램이 없다. KBS만이 <퀴즈 대한민국> <도전 골든벨> <우리말 겨루기> 등의 장수 프로그램과 최근의 <1 대 100>까지 다양한 퀴즈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퀴즈 프로그램은 새로운 사람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서 자신을 드러내고 경연을 통해 상금을 획득하는 과정에 시청자들은 흥미를 가진다. SBS의 홍보 담당자는 “연예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에 식상한 시청자들은 일반인 출연자에게 신선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해외 방송 시장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포맷인 퀴즈 프로그램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퀴즈 프로그램의 세계적인 유행은 ABC의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Who Wants To Be a Millionaire?)>가 전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며 촉발되었다. 일반인이 출연해 1백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퀴즈를 푸는 이 프로그램의 포맷은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획득 가능한 상금을 두고 제작진과 출연자가 협상하는 형식의 NBC의 <딜 오어 노딜(Deal or No Deal)>, 주어진 조건에 맞는 사람을 외모만으로 선택해야 하는 <아이덴티티(Identity)> 등 심리적인 요소를 가미한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며 퀴즈 프로그램의 세계적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상금은 퀴즈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해외의 인기 퀴즈쇼들은 50만 달러에서 최고 2백만 달러까지 어마어마한 상금을 내걸고 있다. 우리의 퀴즈 쇼는 <퀴즈 대한민국>이 최대 6천만원, <1 대 100>과 <공통점을 찾아라>가 최대 5천만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생방송 퀴즈가 좋다>가 최대 상금 1천만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상금 액수가 많이 오른 것이다. 지난해 tvN에서 방영했던 <신동엽의 Yes or No>는 1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상금을 내걸어 사행성 시비에 말리기도 했다. 사행성 시비는 국내에서 방영되는 퀴즈 프로그램에 꼭 따라다니는 요소이다. 지상파에서 퀴즈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한 PD는 “퀴즈 프로그램에서 상금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상금이 높을수록 문제를 맞히는지 못 맞히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긴장감이 고조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행성 시비로 인해 상금을 올린다는 것이 힘들었다. 상금에 대한 제약은 한국에서 퀴즈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이다”라고 제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독특한 포맷에 좋은 문제 담아내야 성공

퀴즈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포맷을 들 수 있다. 일반인이 나와서 퀴즈를 푼다는 전형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방식의 포맷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성공적인 포맷은 해외로 수출되기도 한다. 제목에서 보듯이 한 명이 백 명을 상대하는 KBS의 <1 대 100>은 네덜란드의 ‘엔데몰(endemol)’ 사에서 포맷에 대한 판권을 구입한 것이다. <신동엽의 Yes or No> 역시 ‘엔데몰’의 <딜 오어 노딜(Deal or No Deal)> 포맷을 구입한 것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판권을 구입했다고 해서 모든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 맞게 포맷을 변형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것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성공적인 포맷은 다른 프로그램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생방송 퀴즈가 좋다>와 <공통점을 찾아라>는 각각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와 <아이덴티티>와 비슷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포맷의 유사성으로 표절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퀴즈 프로그램에서 포맷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문제의 난이도이다. 정통 퀴즈 프로그램의 경우는 더 그렇다. <퀴즈 대한민국>의 김성기 PD는 “오락성만을 강조한 퀴즈 프로그램은 오래 가기가 어렵다. 퀴즈 프로그램의 생명은 문제에 있다. 좋은 문제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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