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님’, 이제 그만 좀 쳐다보세요!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1.2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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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다면. 자신의 행동이 화면을 통해 그들에게 전달되고 말이 도청되고 있다면. 더 나아가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자신의 신체 정보가 관리자에게 전달되고 있다면.
누구나 꺼려할 만한 이런 가정이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현실화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는 지난 1월16일자 기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직원의 신체 정보를 원격으로 체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직원의 심장박동 수, 체온, 이동, 얼굴 움직임, 혈압 등을 모니터하는 것이다. 더 타임스는 이 프로그램을 ‘빅브라더’ 스타일의 감시 프로그램이라고 지칭했다.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텔레스크린’으로 사회 구성원을 감시하는 사회 체제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프로그램이 대중화된다면 많은 직장인이 먹고 살기 위해 인간의 기본권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생산 논리와 작업의 능률 향상이라는 논리에 개인의 인권이 밀려버리는 광경은 우리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다.
‘빅브라더’처럼 전체주의 사회 체제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미 감시에 노출되어 있다. 공공 장소와 작업장에서 CCTV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생활의 공간에서도 몰래카메라와 도청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를 전문적으로 찾아내 방지하는 사업이 성행하고 있다.
윌 스미스가 주연한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는 도청과 감시 카메라가 지배하는 세상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영화에서 미국의 NSA가 보여주는 기술력은 개인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고 제어한다. 위성, CCTV는 물론 전화, 이동통신, 인터넷 등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통제된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놀랍다.
이 영화를 그저 재미있게 보고, CCTV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신체 정보까지 모니터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그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두고 기술을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만을 비난할 수는 없다. 기술은 개발보다 사용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기술만능주의가 더욱 두렵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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