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가문 부동산의 석연치 않은 대물림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 승인 2008.01.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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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들, LG인화원 일대 부지 대거 매입…그룹 임직원 등 통한 편법 취득·거래 의혹

 
재벌 그룹 오너 중에서 수상한 부동산 흐름을 보이고 있는 곳은 SK그룹만이 아니다. LG그룹도 현재 오너 3세들이 매입한 경기도 이천 부지가 직원들을 통한 편법 인수라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2004년 1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인 광모씨,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의 장남인 웅모씨,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장남인 형모씨는 이천 일대 땅을 대거 사들였다. 현재 이들이 보유 중인 농지나 임야 중에서 확인된 것만 40만㎡에 이른다.
이로 인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시세 차익을 챙기게 되었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LG인화원이 개원한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곳 시세는 ㎡당 1만원 미만이었다. 그러나 LG인화원과 함께 지산리조트와 청강대학교까지 들어서면서 ㎡당 60만원 가까이 땅값이 치솟았다”라고 귀띔했다. 일부 목 좋은 곳의 경우 ㎡당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문제는 LG가 3세들이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LG그룹 전신인 럭키금성은 지난 1988년 경기도 이천군 마장면 해월리에 그룹 연수원인 LG인화원을 개원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대거 이곳으로 전입해 주변 부지를 집중 매입했다. 이들이 매입한 부지는 다시 LG가 사위를 거쳐 오너 일가 3세에게 이전되었다.
 

땅값 급등으로 시세 차익 ‘톡톡’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위장 전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취재 결과 일부의 경우에는 다 쓰러져가는 폐가에 임원 두 명이 거주하는 사례도 확인되었다. 때문에 이들이 농지를 매입할 수 없는 총수 일가를 위해 LG인화원 주변에 위장 전입해 부지를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인화원 개원을 앞둔 지난 1984년 4월 이천군 마장면 해월리 261번지에 이찬국 전 럭키생명보험(현 LIG생명) 부사장과 성원규 LG화학 부사장이 동시에 전입 신고를 했다. 이 전 부사장과 성부사장은 당시 그룹 기획조정실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이천에 전입 신고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 1월15일 기자가 지산리조트 입구에 위치한 이 집을 찾았을 때는 그 자리에 4층짜리 숙박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은 마을 주민 전 아무개씨가 거주하는 허름한 1층 주택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마을 주민 심중수씨는 “당시 이장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서류상으로 이 전 부사장이 전입 신고를 했다고는 하지만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집주인인 전씨가 사망한 이후부터 이곳은 사실상 폐가나 다름 없이 방치되었다. 그럼에도 두 임원의 주소는 불과 얼마 전까지 이 집에 등록되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허름한 집에 전입 신고한 부사장님들

또 다른 주민은 “지금이야 지산리조트나 대학이 생겨 도로도 뚫리고 주변도 북적거리고 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도로가 없는 시골 마을이었다. 그런 깡촌에 두 사람이 동시에 전입 신고를 했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위장 전입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전 부사장과 성부사장은 이곳에 전입 신고를 한 지난 1984년 이후 인화원 주변의 땅을 대거 사들였다. 이천군 마장면 해월리 1xx-5(1054㎡), 1xx-1(2380㎡), 1xx-4(1472㎡), 1xx-6(1268㎡), 1xx(1798㎡), 1xx-2(663㎡), 1xx(3154㎡), 1xx-2(2116㎡), 1xx-2(1111㎡), 1xx(2883㎡), 1xx(2407㎡)번지 등의 농지이다. 당시 땅값이 평당 2천~ 3천원 정도임을 감안해도 월급쟁이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이다.
이 전 부사장이 이 땅을 판 것은 지난 2003년 1월께이다. 당시 그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인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고, 이듬해 3월 최회장은 또다시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아들 형모씨에게 매각한다.
성원규 LG화학 부사장도 지난 1994년 1xx-2(2284㎡), 1xx(1884㎡), 1xx(2334㎡), 1xx-3(3091㎡), 1xx-4(5726㎡) 등을 매입했다. 이후 성부사장의 부지 매각 과정은 이찬국 전 부사장과 똑같다. 심지어 부지를 매각한 날짜까지도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 2003년 1월 구본부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화중씨를 거쳐 2004년 3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광모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같은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당시는 부지의 소유권이나 이전 등록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다. 허허벌판에 거주지 등록을 해도 확인 없이 넘어갔다. 더군다나 폐가이지만 집에다가 이전을 한 것은 흔히 있었던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인화원 건립은 마을 개발 차원에서 추진되었다고 한다. LG그룹은 당시 이곳에 인화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도로 개설 등 많은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미끼로 마을 주민들과 신속하게 합의할 수 있었다.
마을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도 손해는 아니었다. 마을이 발전한다고 생각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부지를 내주었다고 한다. 이천군청이 이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해 마을 주민들을 설득했을 정도이다. 

 

관련 전직 임원들 “다 지난 일 왜 꺼내드냐”

기자는 그동안 위장 전입의 의혹을 사고 있는 LG 전직 임원들에게 여러 차례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이찬국 전 부사장의 경우 오히려 취재 기자에게 “무엇 때문에 취재를 하느냐” “다 지난 일을 왜 꺼내느냐”라고 말하면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어떤 경로를 통해 오너 일가에게 넘어가게 됐느냐” “당시 그룹 기획조정실에 근무하면서 이천에 주거지 등록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신경 쓰지 마라. 개인의 거래일 뿐이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LG인화원 주변의 임야가 LG가 3세들에게 매입된 배경도 석연치 않다. LG인화원 주변에 있는 33만7천8백여㎡의 임야가 한 차례 세탁을 거친 후 당시 구형모씨와 웅모씨, 광모씨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경기도 이천군 마장면 해월리 산34, 산35-1, 산45-1번지의 소유주는 지난 1983년까지 구자학 아워홈 회장으로 토지대장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1988년 LG애드의 전신인 희성산업을 거쳐 1991년 LG유통에 매각되었다. 문제는 이듬해인 1992년 1월 이 부지가 ㅈ씨를 거쳐 1999년 또다시 LG가 3세에게 돌아왔다는 점이다. 취재 결과 ㅈ씨는 LG인화원을 관리하는 조경 업체 대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그룹에서 편법적으로 땅을 물려주기 위해 ㅈ대표를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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