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고 당 잡는 386 의원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 승인 2008.01.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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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쇄신 돌격대로 나서…“혁신 수행하기에 가장 적임자 판단”

난파 위기에 내몰린 대통합민주신당의 새로운 선장으로 선출된 손학규 대표는 민주개혁 진영에서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 젊은 시절 한때 열혈 운동권에 속했지만 정치적으로는 그 반대 세력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 ‘시베리아 벌판’에 있으면서도 신당 합류에 주저한 것도 정치적 기반이 약해 자칫 ‘들러리’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범여권 후보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손대표를 통합신당에 합류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이들이 바로 당내 386 의원들이다. 송영길·우상호·정봉주 의원 등 다수의 386 인사들은 ‘손학규 지지’를 공개 선언하며 그의 캠프로 향했다. 이들은 “혁신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에 그가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손학규 통합신당 합류 최대 공신은 386 의원들

비판이 쏟아졌다. 그렇잖아도 “386 세대가 너무 일찍 권력을 얻었다”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이들은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대표를 지지하고 나선 386 의원들의 ‘역사 인식’을 문제 삼았다.
선거 결과도 기대 이하였다. 대선 후보 경선은 결국 조직 간 대결이었다. 조직력에서 가장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손대표는 경선 시작부터 정동영 후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범여권 후보로 나서기 전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를 지지했던 386 의원들도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다.
그러던 386 의원들이 또다시 당의 전면에 나섰다. 손학규 대표 선출을 주도하며 손학규 체제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정치 세력으로서 당 쇄신의 칼날을 빼 들었다. 비판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잦아들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손대표는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데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두었다. 당초 386 재선인 송영길·임종석 의원의 지도부 입성이 예상되었지만 이는 빗나갔다. 최고위원으로는 강금실·박홍수 전 장관, 김상희·정균환 현 최고위원, 유인태·박명광·홍재형 의원 등 7명이 최종 발탁되었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친노 그룹, 박홍수 전 농림부장관은 영남권, 김상희 최고위원은 시민사회 진영, 정균환 최고위원은 구 민주당계를 대표하는 듯이 보인다. 또 박명광 의원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최측근이며 홍재형 의원은 탈당설이 나오고 있는 충청권 의원들을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계파별 안배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손대표는 “자칫 우리를 쇄신한다고 하는 것이 그 자체로 갈등을 야기하고 불필요한 분쟁과 내부적 투쟁을 야기해서 국민에게 또 다른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을 연출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도부 구성과는 별개로 당 혁신에서 386 의원들의 역할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손대표가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은 결국 386 그룹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손대표가 첫 인선을 통해 전면으로 내세운 주요 당직자들의 면면도 이를 잘 뒷받침한다.

 

손대표 “쇄신이 갈등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된다”

당의 살림을 책임질 사무총장은 386 의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신계륜 전 의원이 맡았다. 신총장은 74학번이지만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이후 전민련 등 재야단체에서 일하면서 386 그룹과 교류가 잦아 ‘386 세대의 맏형’으로 불린다. 각각 대변인과 비서실장을 맡은 우상호·이기우 의원은 당내 대표적 386 인사들이다.
신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당의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한나라당 출신 당대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 이상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의 이름을 바꾸는 변신이나 당을 떠나는 일이야 말로 굴욕이자 도피이다”라며 당내 반손(反孫) 움직임을 비판했다.
‘친노 386’과 ‘비노 386’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총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참여정부에 참여한 386 의원들과 그렇지 않고 비판적인 386 의원들을 구별해서 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국정에 참여한 386 의원들에 대해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라고 밝혔다. 386이라는 용어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것과 관련해서도 “국정에 참여했던 386들은 386이 가졌던 대중성, 언제나 국민과 함께 한다는 초심을 잃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신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386 책임론’에 대한 반박으로 여겨진다. 386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사실상 이미 분화하고 있는 386 진영의 현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미 386 세력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손대표를 대선 후보로 내세운 386 의원들은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여전히 1980년대식 이념을 쥐고 있는 세력과의 단절을 요구했다. 당연히 노무현 정부의 계승을 주장하며 평가포럼을 주도한 친노 386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친노 진영을 대표하는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탈당하면서 386의 분화는 정치 세력의 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친노 386의원들이 집단 탈당을 결행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송영길 의원은 이들의 탈당에 대해 “안타깝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을 나가는 것보다 당에 남아서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더 좋은 방식이었다고 본다”라고 비판했다. “정치인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 불리하다고 해서 도망가듯 나가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지적이다.
손학규 대표와 ‘두 번째 동행’을 결심한 386 의원들이 당내 갈등과 견제를 극복하고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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