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 위해 금배지 앞으로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 승인 2008.01.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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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향해 뛰는 정치인 2, 3세·형제들

'한국판 부시가(家)’의 꿈은 이루어질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정치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 조지 H. 부시가 41대 미국 대통령을 지냈고, 동생 젭 부시는 현재 플로리다 주지사이다. 부자·형제가 미국 정계를 뒤흔드는 영향력을 지닌 셈이다. 국내 정치권에도 정치 명가를 향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에 뛰어든 2세 정치인들이 하나 둘 총선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 가문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집안이 우선 거론된다. 김 전 대통령의 큰아들인 김홍일 전 의원이 재선 의원을 지냈으며, 차남 김홍업 의원도 지난해 8월 전남 무안·신안 재·보궐선거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아버지의 후광 덕이라는 비판 여론이 있었지만 다가온 총선을 통해 재선이 유력해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인 김영삼 전 대통령 집안도 정치 가문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 차남인 김현철 거제미래발전연구소 소장이 아버지의 지역구였던 거제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지난 총선에서 중도 하차했던 그는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이다. 특히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혀 3선인 김기춘 의원과 맞붙게 되었다.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인을 적극적으로 도운 아버지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2세 정치인’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 잡기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맏딸로서 대표적인 2세 정치인이다. ‘대통령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그녀의 정치 행보에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때로는 발목을 잡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동생인 박근령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이사장의 약혼자인 신동욱 백석문화대 교수가 이번 총선에서 서울 중랑 을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교수는 당초 3월로 예정했던 결혼식도 총선 이후로 미루었다.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도 잘 알려진 2세 정치인이다. 조의원의 아버지인 조병옥 박사는 옛 민주당 구파를 이끈 정치 지도자이다. 형 조윤형씨도 국회부의장을 지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신파의 막내였다. 조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대구 수성 갑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후 지난해 7·26 재·보궐 선거에 나가 성북 을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국회에 재입성했다.
역시 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정대철 통합신당 상임고문도 대표적인 2세 정치인이다. 정 전 대표의 아버지 정일형 박사는 8선을 하면서 신민당 부총재와 대표 권한대행을 지냈다. 정고문의 경우 특히, 아들인 정호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3대 정치인의 가보를 잇기 위해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정 전 행정관은 지난 총선에서 아버지를 대신해 서울 중구에 출마했다가 떨어졌었다.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인 장제원 경남정보대학장도 부산 사상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자문위원에 임명되어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그는 3선의 권철현 의원과 맞붙을 전망이다. 이 밖에도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인을 지원한 박관용·김수한 전 국회의장도 아들이 총선에 출마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국회에 이미 입성한 2세 정치인들이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 중 하나이다. 노웅래 통합신당 의원은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이다. MBC 기자와 노조위원장 출신인 노의원은 아버지의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 갑에서 당선되었다.
한나라당 소속인 남경필 의원과 정문헌 의원도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남의원은 경인일보 사주이자 14,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 남평우 의원의 아들로 15대 국회 재·보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되었다.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아 수원 팔달에서 정치를 시작한 그는 16대와 17대 국회의원으로 연거푸 당선되어 3선의 중진이 되었다.
강원 속초·고성·양양이 지역구인 정의원도 마찬가지로 아버지인 정재철 전 의원의 뒤를 이었다. 산업은행장과 정무장관을 역임한 경제 관료 출신인 정 전 의원은 전국구 의원 한 차례를 포함해 4선을 지냈다. 정의원은 경제 전문가였던 아버지와 달리 당내에서 통일·북한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시아버지 뒤 이은 며느리도

한나라당 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이종구 의원은 오랜 야당 생활을 하다가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중재 전 의원의 아들이다. 6선을 지낸 이 전 의원은 야당 시절 주로 전남에서 국회의원 생활을 했지만, 1985년 서울 강남에서 12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적이 있다. 이의원의 현재 지역구가 서울 강남 갑이다.
역시 한나라당 내 경제통인 서울 서초 갑의 이혜훈 의원은 고 김태호 전 의원의 며느리이다. 김 전 의원은 내무부 관료 출신으로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하다 12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4선을 지냈다. 신한국당 시절 사무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강세 지역인 강남권은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최대 공천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또 다른 관심을 낳고 있다. 당내에서는 ‘강남권 물갈이론’이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내로라 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즐비한 강남권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형제가 정치인인 집안도 여럿 있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고 허주(虛舟) 김윤환 전 의원의 동생이다. 지난 총선에서 경북 구미 을인 형의 지역구에서 당선되었다. 김 전 의원은 두 대통령과 한 명의 대통령 후보를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킹 메이커’로 유명했다. 2003년 12월 세상을 떠났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김두수 동북아비전연구소장은 지난 총선에서 남해·하동과 경기 고양·일산 을에 각각 출마했다가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다가온 총선을 통해 설욕전을 준비 중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다른 길을 걸었다.
형인 김 전 장관은 통합신당 예비 경선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고, 동생인 김소장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를 도왔다.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동생인 김창호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경남 거창·함양·산청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GS건설 대구지사장을 지낸 김부대변인은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실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형인 김지사는 거창군수를 거쳐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새 정부의 국정원장 후보로 물망에 오른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의 동생인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이 울산 남 갑에서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명가를 향한 이들의 도전이 총선을 통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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