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비명에 정부는 귀 막았나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 승인 2008.01.2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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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 “이명박 당선인 사돈 기업이기 때문” 울분

국내 타이어 시장 점유율 45%, 중국 승용차 타이어 시장 점유율 30%, 총매출액 2조원이 넘는 기업이 있다. 그러나 2006년 5월 이후 1년6개월 동안 15명의 노동자가 작업장에서, 혹은 출퇴근길에 쓰러져 사망한 기업이기도 하다. 게다가 2005년 이후 1백83건의 산업 재해 사건을 은폐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1천3백94번이나 위반했다. 이 기업은 한국타이어이다.
2006년 5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생산관리팀의 임 아무개씨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이후 한국타이어의 대전·금산 공장에서는 무려 15명이 심근경색, 심장마비, 뇌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인으로 매년 한두 명의 노동자가 죽어나갔다.
한국타이어에는 한국노총 소속인 한국타이어 노조가 있다. 하지만 노조는 침묵을 지켰다. 동료들이 한 명, 두 명 죽어나간 사실은 회사의 요구로 불문에 부쳐졌다. 2005년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회사가 지명하지 않은 대의원 후보가 출마할 경우 회사로부터 압력을 받는다”라는 응답이 90.4%였다. 침묵의 이유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유가족들은 노조를 찾았지만 외면당했고, 그들은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타이어, 산업안전보건법 1천3백94번 위반해

지난해 8월 대전일보의 보도로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죽음은 그 실체가 외부에 드러났다. 신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지난해 8월 노동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전지방노동청의 첫 지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점검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율적인 점검에 떠넘긴 사이에도 사망자는 계속 나왔다. 9월에만 네 명의 노동자가 뇌수막종양, 급성 심장마비, 폐암 등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오히려 자율 점검 기간에 회사측은 심혈관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던 솔벤트(유기용제)통을 바꾸고 현장을 청소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실시된 역학조사는 여기서부터 꼬일 수밖에 없었다.
자율 점검이 오히려 문제가 되자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원인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하 연구원)에 한국타이어 작업장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11월28일 역학조사 진행 과정 설명회에서 “숨진 직원들은 공통으로 노출된 업무적 요인과 관련되었을 수도 있는 ‘집단 발병’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심혈관 질환에 의한 표준화 비례사망비는 ‘16’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같은 연령대의 우리나라 국민 또는 적절한 비교 집단보다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16배가 높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올해 1월8일 대전에서 실시된 중간 발표에서 연구원은 “집단 돌연사의 물리적·화학적 작업 환경에 의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유가족들과 시민단체, 자문 의사단은 중간 발표 결과에 대해 “역학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 이명박 당선인 사돈 기업이기 때문에 면책하는 것인가”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타이어의 조양래 회장은 이당선인과 사돈지간이다. 한국타이어의 조범현 부사장이 이당선인의 사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인수위가 이번 중간 발표에 보인 관심은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위는 중간 발표에 앞서 노동부에 보고를 요구했는데 노동부가 한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연구원이 표현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가 아닌 “작업 환경과 직접 연관이 없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은 이번 역학조사의 최종 결과 발표를 1월 말에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당선인의 취임 이전에 결론지으려고 서둘러 조사를 끝내는 것 아니냐”라는 추측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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