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팔짝” 낙제생들의 ‘와신상담’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 승인 2008.01.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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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재기 노리는 회생 기업 3인방 의지는 가상한데 업계 시각은 “글쎄”

법정관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이 올해를 재기의 해로 삼고 있다. 신제품 출시와 해외 시장 개척 등으로 다시 비상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창한 새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 이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번 멈춘 엔진을 재가동하려면 더 많은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기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보컴퓨터 - 프리미엄급 데스크톱 PC로 재기

1980년 자본금 1천만원으로 설립된 삼보컴퓨터는 이듬해 국내 최초로 PC를 개발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삼성과 LG가 서둘러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한동안 삼보컴퓨터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 아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 들어 시들하던 삼보컴퓨터는 2005년 2천6백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2006년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해외 법인 10곳 중 7곳은 파산 등으로 사실상 가동이 중단되었다. 제품 품질보다 가격 경쟁력을 마케팅 핵심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또 노트북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컴퓨터는 가격보다 품질이 마케팅 우위에 있는 제품이다. 삼보컴퓨터는 이를 간과했다”라고 지적했다.
삼보컴퓨터는 2007년 10월 IPTV 전문 업체인 셀런에 인수되면서 2008년 1월 법정관리를 벗어났다. 법정관리를 졸업하자마자 이 회사는 저소음 데스크톱 PC(모델명 루온 크리스탈)를 출시했다. 여기에는 컴퓨터 시장의 패권을 다시 잡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삼보컴퓨터 마케팅실 정인철 상무는 “올해 삼보컴퓨터의 목표는 ‘새로운 TG삼보 창출’이다. 이를 위해 프리미엄급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에 진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또 삼보컴퓨터를 인수한 셀론의 김영민 사장도 PC 업계 1위를 탈환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냉랭하다. 무엇보다 노트북 시장에서 소비자의 호평을 받지 않고는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2006년 1백16만대이던 노트북 시장 규모는 지난해 1백50만대로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반면 데스크톱 PC 시장은 2006년 3백13만대에서 지난해 3백5만대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현재 삼보컴퓨터의 노트북 시장 점유율은 8.3%로 삼성(35%), LG(19.4%), HP(11.9%)보다 낮다. 업계 관계자는 “성능은 데스크톱 PC에 뒤지지 않으면서 외형은 노트북만한 크기의 데스크노트가 컴퓨터 시장을 리드할 전망이다. 삼보컴퓨터의 행보는 컴퓨터 시장의 흐름과 맞지 않다. 또 기업 입장에서 데스크톱 PC는 기본으로 두고, 노트북 판매에서 이익을 만들어 성장 엔진으로 삼아야 하는 시장 구조인 만큼 노트북 시장을 석권하지 않은 채 컴퓨터 업계 탈환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레인콤 - 아이리버2.0 경영으로 제2 전성기 열기

지난 1월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인 ‘CES 2008’ 전시장에서 레인콤 이명우 사장이 직접 제품 홍보에 나섰다. 기업의 재기에 사장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사장은 “아이리버가 다시 한 번 비행을 시작할 수 있는 활주로에 섰다. 소비자들의 예상 이상으로 뛰어난 제품을 선보여, 이번에 받은 관심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레인콤은 지난해 9월 ‘아이리버2.0 경영’을 천명했다. 제2의 전성기를 되찾겠다는 각오 아래 올해를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그러나 레인콤은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기보다 몸집 불리기에 신경을 쓰면서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99년 설립된 레인콤은 단기간에 MP3 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했다. 유명 디자이너가 설계한 프리즘 형태의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는 한때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었다. 그러나 레인콤은 2006년 6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삼성에 시장을 내주었다. 2007년을 맞이하면서 시장 점유율은 20%대로 추락해 삼성(40%)보다 낮아졌다.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을 개척했다는 자부심을 넘어선 자만심이 레인콤 추락의 원인이 되었다. 또 아이리버에 이어 이렇다 할 후속 제품을 내놓지 못한 채 신규 사업에 손을 댄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해 내비게이션을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참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럼에도 레인콤은 MP3 플레이어에 이어 전자사전, 내비게이션,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 제품 다변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김경렬 마케팅총괄이사는 “MP3 플레이어 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모바일IT 기업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3년 이내 5천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회사명을 레인콤에서 아이리버로 변경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를 보는 외부의 시각은 미온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재기 성공 여부는 소비자의 손에 달려 있다. 지켜볼 일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 김미진씨(29)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치여 하락세를 탔던 애플 사는 주력 제품인 컴퓨터(아이맥)로 재기를 다진 후 아이팟(ipod)으로 MP3 플레이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레인콤은 주력 제품인 MP3 플레이어로 재기하기도 전에 다른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희석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 - 미얀마 가스전에 내일을 걸다

대우의 핏줄을 이어오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대우의 명성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까. 이 회사는 미얀마 해안에서 개발한 가스전에서 생산한 가스를 판매해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가스전에는 우리나라가 6~9년 동안 쓸 수 있는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른 시일 내에 중국과 가스 판매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시설 투자에 들어갈 예정이다.
총투자비는 3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며 가스전의 지분 60%를 가진 대우인터내셔널은 이 중 1조5천억원 정도를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교보생명 지분(24% 보유)을 처분하고 내부 자금을 합쳐 투자비를 마련할 계획이다. 김상욱 이사는 “매년 15%씩 성장해 2012년 15조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교보생명 주식 매각분(1조2천억원 규모)까지 가스전에 쏟아부을 예정이지만 미얀마 현지 사정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해 미얀마 정부에 로열티 등을 지급하는데, 현지 국민들은 군사독재정권의 배만 불리는 대우인터내셔널을 곱게 보지 않는 것이다. 국제민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한국이 미얀마의 민주화를 돕기보다 경제 이익을 위해 군부를 돕는 비양심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다”라고 비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6년 미얀마 정부에 포탄 생산 설비와 기술을 불법으로 수출한 혐의로 우리 검찰에 적발된 적도 있다.
예상과 달리 중국과의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가스 상업 생산 개시 일자가 2010년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진 연구원은 “이 경우 대우인터내셔널은 M&A 시장에 나오더라도 주인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또 투자한 만큼 현금 확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인터내셔널은 2000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2003년 말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5조9천억원에 영업이익 8백98억원을 달성했다. 1천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도 5만원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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