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상징’ 아니라 ‘고질병’
  • 박현수 (상계백병원 피부과·인제의대 교수) ()
  • 승인 2008.01.2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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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 원인 다양하고 가족력 있는 만성 피부질환…완치 어려워 꾸준히 치료해야 효과

 
여드름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생기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붉은색을 띠는 구진, 농포, 결절, 낭포 등을 형성한다. 사춘기에 시작해 20대 중반 이후에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사춘기에 한때 발생하는 것으로 흔히들 생각하지만, 30~40대에도 여드름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는 50대에 처음 여드름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심한 형태의 여드름은 남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며 얼굴뿐만 아니라 목, 가슴, 등, 팔에도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피지 생성의 증가, 모낭의 이상 각화, 여드름 균(Pro-pionibacterium acnes), 염증 반응 등이 여드름의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호르몬의 불균형, 스트레스, 유전적 요소, 월경, 임신, 화장품 등 다양한 요인들이 여드름의 발생이나 악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경우 여드름이 주기적으로 악화되기도 하는데 생리 전 약 1~2주 동안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서 프로게스테론이 여드름의 악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내분비 질환으로 인해 여드름이 유발되거나 악화되기도 하며 여드름이 유전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여드름 발생에 가족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심한 여드름이 있는 환자의 경우 다른 가족에게도 심한 여드름이 있는 경우가 많다. 화장품에 들어 있는 첨가물들도 여드름의 발생 또는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는데, 특히 파운데이션은 모공을 막을 수 있어서 가능한 한 사용 횟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 무스, 젤, 스프레이와 같은 헤어 스타일링 제품들이 피부에 닿거나 머리카락이 피부에 닿는 경우 여드름을 악화시킨다. 약에 의해서 여드름이 유발 또는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여드름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약은 부신피질 호르몬제인 스테로이드이다. 스테로이드제는 여러 가지 질환에 흔히 사용되는 약이지만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에 여드름을 포함해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서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한 피임약도 여드름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 시간의 부족, 과로 등 육체적 스트레스나 정신적 스트레스는 부신 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켜 여드름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강한 햇볕에 노출되거나 뜨겁고 습한 환경에 의해 여드름이 악화되고, 여드름에 자주 손을 대는 습관은 물리적 마찰로 인해 여드름의 염증을 심하게 하고 세균 감염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반드시 고쳐야 할 습관이다. 세안 습관이 여드름에 중요한데 피부에 자극이 없으면서 피지와 노폐물을 적절히 제거해줄 수 있는 전용 세안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따뜻한 물로 부드럽게 세안한다. 피지를 제거한다고 너무 자주 씻거나 얼굴에 마찰을 많이 주면서 닦는 것은 오히려 여드름을 악화시킨다.
초콜릿 같은 단 음식이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여드름이 악화된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없고, 일반적으로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특정한 음식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술은 몸의 모든 염증을 악화시키므로 당연히 여드름도 악화시킬 수 있으며 가능하면 금주하거나 술을 줄이는 것이 좋다. 결혼을 하면 여드름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흔히들 하는데 이것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다. 결혼 후 생활 습관의 변화나 심리적 상태의 변화 등이 여드름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결혼이나 성생활 자체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결혼하면 없어진다’는 말은 근거 없어

여드름의 대표적인 병변이 면포인데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피지가 잘 배출되지 않아 면포가 생기게 되고, 면포는 염증이 심해지면 구진, 농포, 결절 등으로 진행한다. 더 심한 경우에는 낭포성 병변이 생기기도 한다. 여드름의 치료는 그 원인과 병변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하게 되는데, 치료 목적은 여드름의 완치라기보다는 치료를 해서 여드름을 없애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고 여드름 흉터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예방하는 것이다. 여드름을 치료할 때는 피지의 과잉 생성을 막고 여드름 균의 증식을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염증이 없이 경미하면 주로 바르는 약만으로 치료하지만 염증성 여드름은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비염증성 여드름이라도 병변이 많이 돋아 있으면 먹는 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여드름 치료에 사용되는 먹는 약은 크게 두 종류인데 여드름 균에 대한 살균 작용이 있으면서 염증을 줄여주는 항생제 종류의 약과 피지 생성을 억제해서 피지량을 조절해주는 비타민A 유도체를 사용한다. 바르는 약으로는 벤조일 페록사이드, 국소 항생제, 비타민A 유도체 연고 등을 사용한다. 이외에 면포 압출, 약물 병변 내 주사, 화학 박피술, 레이저 시술 등 여러 가지 시술들을 여드름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여드름에 광역동 치료라는 시술이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드름은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하는 경우가 흔해서 여드름을 치료하는 데는 꾸준하게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과 습관을 피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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