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장세, 실물 경제가 ‘답’
  •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8.01.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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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 대한 불안 심리가 글로벌 증시 흔들어…투매 상황은 조만간 해소될 듯

 
‘패닉과 투매’. 코스피가 74.5포인트 빠지며 장중 1600포인트가 무너지던 지난 1월22일(화)의 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정확한 용어이다. 우리나라뿐이 아니었다. 인도나 중국,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과 부시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이 겹친 결과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날 미국 시장이 마틴 루터 킹 기념일로 휴장하면서 미국 시장의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불안감이 과도한 매도를 부추기지 않았나 싶다. 이것이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확실성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국내 증시의 폭락은 국내 기업의 문제보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심리와 수급의 문제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난국 타개의 가장 이상적인 해법은 미국이 경기에 대한 불안 심리를 해소시킬 만한 조처들을 통해 가시적으로 개선된 지표들을 만들어냄으로써 글로벌 증시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단기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1월18일 GNP의 1%가량인 1천5백억 달러를 재정에서 푸는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고 미국연방준비이사회(FRB)가 22일(미국 현지 시간) 긴급이사회를 열어 기준 금리를 연 4.25%에서 3.5%로 0.75%포인트를 인하하기로 의결했지만, 미국의 다우지수는 개장과 함께 400포인트 이상의 폭락으로 응답했다. 이 정도로는 성에 안 찬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아시아의 증시들이 기술적 반등을 포함해 미국의 경기 회복을 바라는 심정으로 일제히 상승해주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펀드 환매 시점 “정답은 없다”

최근 국내와 글로벌 주식시장의 하락으로 인해 대다수 주식형 펀드들이 상당한 규모의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 1월22일 폭락에 대한 투자자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금이라도 환매를 하는 것이 추가적인 손실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아니냐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기회가 온다는 믿음으로 과감한 추가 투자를 하는 방법이다. 해답은 실물 경제에 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에서 11배까지 접근했기 때문에 충분한 가격 메리트가 있다는 시각, 혹은 단기적으로 코스피가 1500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기다려야 한다는 시각, 둘 다 정답은 아니다.
주식시장은 기업의 상황, 전체적으로는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을 찍어 보여주는 카메라와 같다. 카메라는 있지도 않은 실체를 보여주지 못한다. 일시적으로는 초점이 맞지 않아 뿌연 영상도 곧 초점을 맞추면 정확한 실상이 드러난다. 지난해의 서브프라임 문제가 왜 아직까지 영향을 미쳐야 하는가는 이전에도 말한 바와 같이 금융 부분의 불안이 파급 경로를 따라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고, 그 영향의 크기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술적 지표상의 1500포인트나 낮은 수준의 주가수익비율이라는 것은 수식어에 불과하다. 심리적 지지선은 이름 그대로 우리의 마음속에만 있을 뿐 실물 경제가 지탱해주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시장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에게 이런 경험은 낯선 것이 아니다. 과거의 많은 경험을 통해 볼 때 어떤 경우에도 공포가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한 적은 없었다. 현재와 같은 투매 상황은 조만간 해소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가 현재 시점에서 펀드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항이다. 우선 단기간 내에 자금이 필요해서 반드시 환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기다리라고 권하고 싶다. 증시의 바닥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단기간의 과도한 하락 시점에서 손실을 실현하는 것은 최악의 전술이다. 주위에서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사람들 사이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고 즐기는 이들도 볼 수 있다. 지수 1600에서 MMF(초단기 금융상품)에 있는 자금의 절반을 기존 적립식에 추가 입금하고, 1500 부근까지 가면 나머지를 쏟아붓겠다고 벼르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투자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개인적으로 지수가 아니라 경제지표들을 추가로 확인하고 들어갈 것을 권한다. 6개월 이내에 자금이 필요한 이들은 펀드 환매 이외에 다른 자금원이 없다면 기술적으로 반등이 올 때마다 부분 환매를 할 수밖에 없다. 가급적이면 환매 시점을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1995년 로버트 루카스는 합리적 기대이론 연구에 대한 업적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합리적 기대이론에 의하면 경제 주체들은 이용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예상 가능한 정부의 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합리적 기대가 어떻게 실현되는가를 보여준 사람은 그의 부인이었다. 루카스의 부인은 이혼을 하면서 합의서에 루카스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경우 그 상금을 반씩 나누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실제 루카스는 199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고 상금액의 절반인 50만 달러를 부인에게 지급해야 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합리적이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문제에 대해서도 모든 정보를 활용해서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까지를 고려해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 발표 이후 한 TV프로그램에 나가 “우리는 지금 뭔가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 부양 정책은 일시적이고 즉각적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그것은 시장의 기대를 넘는 것(surprise)이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이러한 부분까지를 고려한 경기 부양책이 제시된다면 시장은 훨씬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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