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씻은 의형제들의 눈물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 승인 2008.01.28 14: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엑스트라 15만명, 카메라 2백80대가 펼치는 전투 장면 ‘장관’

 
난세에 영웅이 난다. 춘추전국시대에 나타났다가 사라져간 수많은 영웅호걸들은 호랑이처럼, 죽어서 ‘가죽’을 남겼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대의명분이다. 대의가 있고 명분이 있으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죽음은 오히려 영웅을 위한 대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명장>은 19세기 말 청나라의 영웅을 그린 중국판 블록버스터이다. <첨밀밀>로 알려진 천커신 감독이 ‘태평천국의 난’을 소재로 만든 전쟁 영화인데, 그 규모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못지않다. 15만명의 엑스트라와 6백 마리의 말 그리고 2백80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컴퓨터 그래픽 없이, 철삿줄 없이 전투 장면을 그려냈다.

위험한 사랑이 몰아가는 세 남자의 파국

‘태평천국의 난’ 진압에 나선 방청운(이연걸 분)은 군사가 전멸당한 채 홀로 살아남아 떠돌다가 우연히 연생(서정뢰 분)을 만나 하룻밤을 지낸다. 이 영화의 열쇠는 사실 이 장면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눈에 반한 두 남녀의 사랑이 영화 끝까지 간다. 전쟁 영화에서 사랑은 잘 등장하지 않는 소재이지만 천커신 감독은 사랑으로, 세 의형제의 갈등을 파국으로 몰아간다. 방청운은 조이호(유덕화 분)가 이끄는 도적떼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맞는다. 하지만 그곳에서 연생이 조이호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우연의 반복이 한국 드라마 같다. 한류 열풍이 천감독을 학습시킨 결과인가.
조이호의 수하에서 관군의 군량미를 털다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방청운에게 강오야(금성무 분)는 조이호와 함께 의형제를 맺기를 제안하고 이를 수락한 세 사람은 함께 죽기를 결의한다. “피로 맺힌 의형제를 해치는 자, 목숨으로 갚을지어다”라는 외침이 낭랑하다. 빼앗은 군량미를 ‘괴’군에게 다시 빼앗긴 도적 마을에서 방청운은 조이호에게 도적 무리들과 함께 관군으로 입대할 것을 제안한다. 봉급을 받으면 최소한 가족들은 굶주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한 것이다. 관군으로 입대한 세 형제는 방청운을 필두로 서성을 점령하는 장면부터 영화를 볼만하게 만든다.
<명장>은 제목이 부적절하다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많다. 차라리 <영웅>이라고 했으면 더 나을 뻔했다. 나이 먹은 이연걸의 연기가 수려하다. 그가 조이호에게 마지막 잔을 바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마음 약한 관객들은 같이 눈시울을 붉힐지도 모르겠다. 세 의형제 분란의 중심이 된 연생으로 분한 서정뢰의 매력도 작지 않다. 별로 예쁘지 않은 여자도 매력만 있으면 충분히 남자를 매혹시킬 수 있다. 시사회장에 나온 천커신 감독은 인터넷에 떠도는 <명장>은 ‘패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는 극장에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설날을 앞둔 1월31일 개봉.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