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천하’ 열릴 것인가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2.01 11: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표밭은 이미 한껏 뜨거워졌다. 18대 총선에서는 17대 총선에 버금갈 만큼 현역 의원들이 대폭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각 당 공천 과정에서는 물론 총선 이후 국회 의석 분포 자체가 크게 뒤바뀔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16대 국회의원 2백73명 가운데 17대 국회의원에 당선한 사람은 29.4%인 89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 총선 때 탄핵 역풍에 힘입어 대거 여의도에 입성한 이른바 ‘탄돌이’들에 빗대 한나라당 바람에 힘입은 ‘한돌이’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차분한 검증과 현명한 투표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강도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한나라당은 그 바람을 타고 ‘이명박 정권’을 뒷받침하기 위한 안정 의석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견제 세력인 대통합민주신당(신당)은 위기의 불길을 끌 ‘소방수’로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대표를 내세웠으나, 내부적으로 화학적인 결합을 이루지 못한 채 대오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당이 수도권에서 한자릿수 의석을 얻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1월31일 현재 1백35석을 갖고 있는 신당은 호남 지역을 제외하고는 그 어디에서도 당선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 몰려 있다. ‘반노무현 바람’이라는 거대한 해일이 다른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10년 만에 보수 세력으로 정권이 바뀐 상황과 물갈이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것을 반영하듯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총선 예비 후보로 등록하려는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1월29일 오후 2시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에 총선 예비 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1천3백30명, 벌써 4 대 1을 넘었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총선의 경쟁률은 6 대 1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 통·폐합, 분구 가능성에 주자들 희비 엇갈려

4·9 총선에서는 물갈이 중에서도 특히 ‘텃밭 물갈이’가 어느 정도 이루어질 것인가가 크게 주목되고 있다. 신당의 기반인 호남과 한나라당의 반석인 영남에서의 물갈이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는 이 지역 유권자들은 이번에야말로 ‘말뚝만 꽂으면 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구 매일신문의 신년 특집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 유권자들 10명 중 8명이 세대 교체를 요구했고, 현 의원(대구·경북 27명 중 25명이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10명 중 7명을 바꿔야 한다고 대답했다. 광주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현역 의원을 다시 뽑겠다’라고 답한 유권자는 20.6%에 불과했다. 하지만 신당의 경우 ‘호남 물갈이’에 대해 정동영계가 반발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영남 지역 중진·원로들이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이명박 당선인의 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지역구가 경북 포항)을 방패삼아 버티고 있다. ‘텃밭 물갈이’가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인 것이다.
선거구가 통·폐합되느냐, 분구되느냐에 따라 주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부산 남구와 대구 달서구, 전남 여수, 전남 함평·영광 등 통·폐합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구에서 뛰고 있는 후보들은 애가 달았다. 통·폐합된다면 인구 비례나 지역 사정에 따라 출마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역 의원들은 마지막까지 통·폐합을 막기 위해 뛰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분구 예정 지역에는 출마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경기도 용인·화성·이천·여주, 수원 권선, 광주 광산구가 이런 곳들이다. 터줏대감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수십명의 후보가 몰리고 있다.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1월29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각 당의 의견을 들은 뒤 2월15일 획정안을 국회의장에게 보고한다.
이번 총선이 이명박 정권이 순항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라고 보는 한나라당은 ‘이명박 브랜드’를 내세워 2백석 이상을 얻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충청을 본거지로 한 이회창씨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의 약진 여부와 신당-민주당-창조한국당을 아우르는 야권 대통합이 실제화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에 희비 쌍곡선이 그려질 것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한나라당이 과거 일본 자민당처럼 거대 여당으로 등장하는 이른바 ‘1.5 정당 체제’가 형성될 것인가, 통합신당의 손학규 대표가 총선을 통해 신진보 리더십을 구축하는 데 성공할 것인가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