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포착, 표밭에 이런 일이…
  • 소종섭·안성모·김회권·김지혜·이은지 기자 ()
  • 승인 2008.02.01 12: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선 격전지 24곳을 가다

현역들의 ‘용쟁호투’

전국의 총선 격전지 가운데는 현역 의원들이 사활을 걸고 싸우는 곳이 여럿이다. 때로는 같은 당끼리, 때로는 당은 다르지만 강력한 라이벌이 자웅을 겨룬다. 대부분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대결이지만 유시민 의원처럼 지역구를 바꿔 재도전에 나선 현역 의원도 있다. 현역 의원들의 맞대결은 서로의 ‘내공’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 어느 지역구보다 불꽃이 튀고 있다.

서울 종로   정치 1번지, 거물 출마설 끊이지 않아

 
종로는 정치 1번지로 불린다. 그만큼 상징성이 큰 지역구이다. 강남이 한나라당의 텃밭인 반면 종로는 변화무쌍했다. 특정 정당의 독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때로는 노무현을, 때로는 이명박을 선택했다. 현역 의원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3선에 성공한다면 대권에 도전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통으로 외교가에 밝은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분과위원회 간사도 맡고 있다. 박의원은 주민들에게 “종로에서 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사람은 대통합민주신당 유승희 의원이다. 이 지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인연이 있는 유의원은 1년 전부터 사무실을 내고 ‘거대 여당 견제론’을 내세우며 표밭을 훑고 있다. 강지원 종로발전포럼 대표도 신당에서 움직이고 있다. 자유선진당에서는 정인봉 변호사가, 민주당에서는 정흥진 전 종로구청장이 뛰고 있다. 민노당에서는 최현숙 성소수자위원장이 채비를 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거물급 출마설이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신당 정동영 전 대선 후보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당을 살리기 위해 살신성인 차원에서 상징성이 큰 종로에 출마해야 한다는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진 의원실 박성구 보좌관은 “그런 이야기가 있어 알아보았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라고 말했다. 1월 초에 이루어진 CBS 여론조사에서 박의원은 다른 경쟁자들을 거의 두 배 가까이 따돌렸다. 지금대로라면 박의원의 3선 가도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물론 ‘거물급이 출마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서울 동대문구 을   저격수와 전략가 맞붙다

 
동대문구 을 지역에서는 통합신당의 최고 전략가로 꼽히는 민병두 의원이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문화일보 정치부장을 지내다가 17대에 여의도에 입성한 민의원은 17대 총선기획단장과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는 등 여당의 ‘전략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제 ‘생활정치인’을 꿈꾼다. 민의원은 지난 1월21일 “민심만한 전략이 없다. 생활 정치인으로 새로 태어나겠다”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김현국 보좌관은 “동대문구 을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28년간 한나라당 세력이 계속 집권한 곳이다. 이제 좀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밑바닥 흐름이 있다”라고 말했다. 민의원은 4선에 도전하는 홍준표 의원이 ’저격수’ ‘BBK 사건 방어’ 등의 이미지가 강한 것을 겨냥해 “동대문에는 생활 정치인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근 고소득·고학력층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지지도가 조금씩 빠지고 있다며 판이 변화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의원은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터를 닦아온 유덕렬 전 동대문구청장과 내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경전철 유치, 뉴타운 건설 등 자신이 내세운 공약을 100% 달성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50%가 넘는 정당 지지도에 자신의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민의원을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일부 언론이 이 지역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의원보다 여섯 배 가까이 지지도가 높게 나왔다며 이변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또 ‘반값 아파트 공약’ 등 17대 들어 정책통으로 거듭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격수’와 ‘전략가’의 대결은 두 사람이 지난 대선에서 맞붙었던 이명박-정동영의 핵심 측근들이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서울 서대문구 을   젊은 실세들의 힘겨루기

 
서대문구 을은 이명박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곳이다. 정의원은 당선인 비서실 보좌역을 맡아 웬만한 일에는 다 관여하고 있다. 이른바 ‘MB 소장파 인맥’을 이끄는 리더이다. 보통 실세가 아니다 보니 한나라당에서는 도전하려는 사람이 없다. 한때 정의원은 “센 사람과 붙고 싶다”라며 대선에 출마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싸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적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의원의 꿈이 이루어질 것 같다. 정 전 장관의 최측근 인사인 박영선 의원이 출마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인 박의원은 17대 국회에서 BBK 사건이나 삼성 관련한 문제에서 전방위로 활약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의원측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의원으로부터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지만 정가에서는 그녀가 조만간 움직임을 가시화할 것으로 본다. 지역구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원의 한 측근은 “내로라 할 정도로 지역구를 열심히 관리했다. 요즘에도 어지간한 지역구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8년간 열심히 했다. 누가 상대 후보로 나오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다. 박의원이 출마를 결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정의원은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가운데서도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틈날 때마다 서대문으로 뛰어가고 있다.
혹 박의원이 출사표를 던지지 않더라도 ‘정두언’이라는 상징성과 겨루어보고 싶은 지명도 있는 인사가 이 지역에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정의원측은 “상대 후보의 윤곽이 뚜렷하지가 않아 일상적인 활동만 하고 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 예비 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17대에도 출마했던 이상훈 민노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한 명이다.

서울 영등포 갑   피 튀기는 금배지들의 한판 승부

 
네 명의 현역 의원이 경쟁하는 지역구로는 전국에서 영등포 갑이 유일하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지역 현역 의원인 고진화 의원과 대변인을 지낸 전여옥 의원이, 신당에서는 금융노련 출신 김영주 의원과 청계피복노조 출신 김영대 의원이 맞붙어 치열한 공천 싸움을 벌이고 있다.
10년간 터를 닦아온 고의원은 전의원의 도전에 맞서 수성에 애를 쓰는 모습이다. 평소 시민·사회단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한나라당 내 야당’ 역할을 해온 고의원이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를 만났다는 것이 당내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전의원은 평소 한나라당의 일반적인 흐름과 다른 목소리를 내온 고의원을 ‘정체성이 약하다’라고 비판하며 ‘보수 정체성’을 뚜렷이 하고 있다. 선거 사무실에 내건 플래카드에도 ‘확실하다. 전여옥’이라고 써붙였다.
신당 김영주 의원은 이 지역에서 20년 이상을 살아 지역 사정을 잘 안다. 2005년 5월 일찌감치 사무실을 내고 뛰기 시작했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 인지도도 있는 편이다.
열린우리당 시절 1기 영등포당협위원장을 맡았던 김영대 의원은 지난해 11월 사무실을 내며 경쟁 전선에 뛰어들었다. 김의원은 개혁당 시절 함께 뛰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당내 경쟁을 넘어 누가 최종 승자가 되느냐의 변수는 외부 요인을 빼면 ‘지역 개발’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낙후된 지역 발전을 바라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 일산 을   여걸들, 진검 빼들다

 
경기도 고양 일산 을에서는 여걸들의 대결이 관심을 끈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김영선 의원이 지키고 있는 터에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을 지낸 김현미 의원이 도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 다 입심이 만만치 않은 의원으로 통한다. 김영선 의원은 ‘친 박근혜계’이다. 한나라당이 공천 내홍을 겪는 와중에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구 관리만은 누구보다도 열심이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최측근 인사인 김현미 의원은 8년 전부터 대화마을에 살았다. 2006년 대화마을에 사무실을 내고 일찌감치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왔다. 김의원의 한 측근은 “열심히 하는 것밖에는 다른 묘책이 없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워낙 열심히 지역구를 돌다 보니 행사장에서 마주치는 경우가 늘었다.
윤상진 전 서울시장 정무비서관과 이홍우 민노당 중앙위원, 이명호 민주당 지역위원장 등도 뛰고 있다.

대구 수성 을   유시민의 도전 성공할까

 
한나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대구 수성 을에 유시민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자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5년 뒤 대선을 바라보고 자신의 지지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견부터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고양시에서 재당선이 어려워 살길을 찾아 떠난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다양하다. 이 지역은 이명박 당선인의 대변인인 주호영 의원의 지역구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들 간 대결이다.
주호영 의원측은 “70% 득표율로 승리할 것이다. 인지도가 유의원과 비교해 4% 떨어지지만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면 쉽게 뛰어넘을 수 있다”라며 당선을 자신했다. 70% 득표율은 지난 대선에서 대구 수성구 주민들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70% 넘게 표를 몰아준 것과 일치한다. 유시민 의원측은 “승산은 어느 곳이나 반반이다”라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전략적인 판단에 의해 대구 수성 을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대해서도 “3년 전인 2005년 전당대회에서 18대 총선은 고향인 대구에서 출마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참여정부나 여당이 어려워지면서 공교롭게도 무슨 전략이라도 세우고 대구에 온 것처럼 비춰져 민망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의원측은 “지역 균형 발전, 남북 화해 정책 등 대구에서도 인정하는 참여정부의 성과가 분명히 있다. 이 부분을 주민들과 어떻게 소통할지가 숙제이다. 무소속 출마는 유연한 진보 노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소신에 따른 판단이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의원측은 “1월부터 매주 대구를 찾아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대구 시민들의 가장 큰 바람이 경제 살리기인 만큼 이 부분을 잘 헤아려 공약을 내놓는다면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보수 일색인 대구가 개방적이고 다양한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대구 수성 을에 출마했다는 유의원. 그는 4월9일 웃을 수 있을까. 이들 외에도 한나라당 이성수 후보와 무소속 정종성 후보도 출마 의사를 밝혔다.

친노, 생존할까

노무현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총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친노 인사들이 공천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와는 판이한 양상이다.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친노 인사들은 몇 명이나 생존해 여의도에 입성할 것인가. 친노 인사들의 생환 여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후 행보와도 맞물려 주목된다.

충남 논산·계룡·금산 ‘4선 의원’과 ‘노무현 적자’ 격돌

 
논산·계룡·금산은 이인제 의원의 생존 여부와 ‘노무현의 적자’로 통하는 안희정 참여정부 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의 원내 진출 여부가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지역이다. 3개 시·군이 합쳐진 데다가 군의 중심이 자리 잡고 있고 도시와 농촌이 복합되어 있어 지역 성격이 복잡하다. 지난 대선 때 1~4위의 표차가 8%에도 미치지 못해 다양한 정치 세력의 접전이 그 어느 지역보다 치열했다. 이런 양상은 이번 총선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지역에 박우석 당협위원장과 김영갑 변호사, 이명박 경선캠프 여론조사팀장을 지낸 김장수 고려대 연구교수, 건양대 이동진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철수 전 충남도당 사무처장 등이 움직이고 있다. 부여나 공주 등 인근 지역에 비해 비교적 공천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한국 최초의 여성 장군인 양승숙 예비역 준장이 안위원장과 경합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후보로는 김범명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고, 민노당에서는 이기환 논산시위원장이 분주하게 지역을 오가고 있다.
안희정 위원장은 국방 대학을 유치하고 예산을 따온 점을 부각시키며 지역에 실질적으로 헌신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이인제 의원의 허점을 젊은 패기로 파고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참패한 이인제 의원은 ‘인물론’을 내세우며 5선 고지를 향해 힘겨운 걸음을 하고 있다. 이의원과 안위원장의 대결 구도에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부천 소사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삼세판’

 
부천 소사는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아픈 곳이다.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는 김문수 현 경기도지사에게 패했고 2년 뒤 재·보궐 선거에서는 김지사의 보좌관인 차명진 의원에게 7천여 표차로 졌다. 그런 그가 또다시 소사에서 도전할 예정이다. 상대는 그에게 한 번 패배를 안겼던 차명진 의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했던 이들 중 한 명인 김 전 대변인은 총선 시작 전부터 부담감을 안고 싸울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따갑다. 게다가 김 전 대변인의 상대는 이명박 당선인의 측근 중 한 명인 차의원이다. 차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최전선에 서서 BBK 공세를 막아냈다. 지금은 한나라당 원내 부대표를 맡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부천 지역의 한나라당 관계자는 “부천 지역의 한나라당 공천은 이미 마무리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김 전 대변인의 지명도는 소사 지역에서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 도전이기도 하고, 그동안 틈날 때마다 지역 사무실을 방문해 지역 일에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소사 지역은 김문수 경기도 지사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한 곳이고, 차의원은 이명박 당선인의 후광까지 받고 있어서 김 전 대변인이 힘겨운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부산 남구 을   상처 입은 김무성에 도전장 낸 박재호

 
부산 남구 을의 현역 의원은 3선 중진 의원인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다. 박근혜계의 좌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쉽게 덤벼드는 사람이 없다. 부산 남구 을 지역구의 출마 예상자 명단에는 김의원과 박재호 국민체육공단 이사장의 이름만 올라 있다. 공석이 된 부산진 갑 선거구에 20여 명이 몰려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박이사장의 경우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김의원의 장기 집권에 대한 반감이 있고 자유선진당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워낙 ‘한나라당 정서’가 강해 박이사장은 남구 을과 인접한 수영구에서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과 대결하는 이정호 전 청와대 수석과 함께 친노 주자로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 같다.
이 지역에서는 오히려 김무성 의원의 공천 여부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1월29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천 신청 자격을 불허한다”라고 발표했다. 이번 안이 시행될 경우 김의원은 지난 1996년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공천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친박계 의원들의 집단 반발로 중재안이 마련될 전망이지만 김의원의 공천이 가능하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게다가 최근 남구 갑과 을 선거구의 통합설도 제기되고 있다. 계속되는 인구 유출 때문에 부산 남구 갑(15만2천5백29명)과 남구 을(14만4천1백37명)의 인구는 합치더라도 선거구 인구 상한선인 31만5천명에 미치지 못한다. 만약 통합이 된다면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과 김정훈 의원(남구 갑)은 치열한 공천 다툼을 벌여야 한다. 흥미롭게도 김정훈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이명박 당선인 쪽에 서 있던 인물이다.

돌아온 거물들의 재도전

18대 총선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정치판을 떠나 있던 이들이 재기를 노리는 곳도 많다. 한편에서는 한물간 이들이 왜 나오느냐는 말도 나오지만 당사자로서는 명예 회복을 꾀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돌아온 거물들의 재도전으로 인해 이명박 정권 탄생 이후 불고 있는 이른바 ‘올드보이’ 바람이 총선판에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과연 재기에 성공할 것인가?

서울 성북 을   조순형과 신계륜의 ‘빅매치’

 
신계륜 통합신당 사무총장과 민주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있는 조순형 의원이 ‘빅매치’를 펼칠 예정이다. 신총장은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냈으며, 조의원은 현역 최다인 6선 의원이다. 두 정치인은 민주당에 뿌리를 두며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이다.
신총장에게 이번 총선은 재기전이다. 14대 총선에서 38세 나이에 국회의원으로 뽑힌 그는 이후 16·17대 총선에서도 과반이 넘는 득표율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노무현 정부의 ‘개국 공신’ 중 한 명으로 권력 실세에 올랐지만 2006년 2월 대부 업체 ‘굿머니’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형이 확정되어 의원직을 상실했다.
같은 해 8·15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된 이후 재기를 준비해 왔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당내 386 의원들의 ‘맏형’으로 불리는 그는 지난해 12월 <신계륜 일기> 출판 기념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들어갔다.
고 조병옥 박사의 차남으로 대표적 2세 정치인인 조순형 의원은 ‘탄핵의 주역’으로서 한때 정치적 어려움을 겪었다. 17대 총선에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상징적 의미로 대구 수성 갑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2006년 신총장이 자리를 비운 이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어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이인제 후보에게 밀려 중도에 사퇴한 뒤 민주당을 탈당했다. 최근 한나라당에 입당하겠다는 뜻을 밝혀 한나라당 간판으로 총선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원래 지역구인 서울 강북 을로 옮길 뜻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신총장과 맞대결이 무산될 수도 있다. 현재 강북 을 지역은 최규식 통합신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 신총장과 조의원 이외에 한나라당에서는 최수영 당협위원장, 민주노동당에서는 박창완 평화군축운동본부장이 성북 을 지역에 출마할 예정이다.

서울 광진 을   고토 회복 벼르는 추미애

 
18대 총선에서 광진 을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탄핵 역풍’으로 17대 총선에서 낙선했던 추미애 전 의원의 여의도 재입성 여부 때문이다. 그러나 추 전 의원이 다시 ‘고토’인 광진 을 지역구를 수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험하다. 우선 현역인 김형주 의원과의 통합신당 내 공천 경쟁이다. 추 전 의원측은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다. 당에 더 크게 공헌할 사람을 공천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형주 의원측도 “탄탄한 지역적 기반이 있다. 한나라당과의 국지전을 책임질 쪽은 우리이다”라며 공천을 확신했다.
광진구는 범여권 지지율이 비교적 높은 곳이었지만 지난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평균 51.7%에 이르러 ‘한나라당 바람’에서 예외가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1월30일 현재까지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전지명·길기현·신종렬·박헌백·정준길·박명환 씨가 예비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유준상 전 의원도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눈에 띄는 인물이 없어 새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다.
추 전 의원이나 김의원이 ‘한나라당 바람’을 뚫고 당선한다면 새로운 도전을 꿈꿀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 후보의 윤곽이 뚜렷해져야 가능성을 점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이중원씨가 예비 후보자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전남 목포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전 비서실장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목포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동교동계의 핵심인 두 사람이 맞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김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박실장은 최근 대통합민주신당 입당과 함께 목포에서 총선 출마를 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박실장은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되었다가 지난해 말 특별복권 조치를 받아 출마의 길이 열렸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전남 목포에서 정치적 수난에 대한 ‘명예 회복’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김 전 대통령과의 교감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화갑 전 대표 역시 목포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한 전 대표는 올해 초 “연고지인 무안·신안에 김홍업 의원이 열심히 하고 있어 목포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대표의 지역구였던 전남 무안·신안의 경우 지난해 8월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의원이 재선에 도전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박실장의 목포 출마 가능성이 흘러나오자 “우리에게도 질서가 있고 선배가 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견제’에 나섰다. 한솥밥을 먹은 동교동계 정치 선배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박실장이 물러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지역 현역인 이상열 통합신당 의원도 재선 도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의원은 동교동계라고 해서 공천을 받는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유권자들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손학규 캠프에서 활동한 KBS 뉴욕 특파원 출신 배종호 전 대변인도 예비 후보로 등록하고 공천 경쟁에 나섰다. 배 전 대변인은 박실장과 한 전 대표를 겨냥해 “이분들이 신당 공천을 받아 목포에 출마하게 된다면 지역주의의 망령을 다시 불러들이는 재앙이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김대중 전 목포시의원, 민영삼 전 고건 전 총리 공보팀장, 정영식 서남권발전포럼 이사장(이상 통합신당), 우승하씨(한나라당)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전남 고흥·보성   박상천, 재기전 나설까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재기에 나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박대표는 13대부터 16대까지 내리 4선을 했다가 17대 총선에서 신중식 통합신당 의원에게 패해 지역구를 내어주었다. 이번 총선에서 명예 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당 안팎의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대선에서 0.7% 지지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둔 데다 전·현직 의원의 탈당이 이어져 당세가 최악으로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박대표가 수도권에 출마해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대표가 비공식적으로 비례대표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박대표는 돌파구로서 통합신당과의 합당을 선택했다.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지분과 공천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섣불리 합당 성사를 기대할 수는 없다. 양당 호남 인사 간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대표의 도전을 받는 신중식 의원도 통합신당 내 대표적 ‘통합파’ 중 한 명이다. 신의원은 “박상천 대표가 개혁 요구에 사면초가 상황이고 탈출구 차원에서 통합 제안을 한 것으로 본다. 민주당이 궤멸적인 상황인 만큼 지분과 자리 등을 이야기하지 않는 순수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기자 출신인 신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홍보처장을 지냈다.
장성민 전 민주당 의원도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으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그는 16대에 서울 금천 지역구로 국회에 입성했다. 최근 민주당 출신 전·현직 의원들과 함께 ‘새물결’ 모임을 결성해 ‘제3지대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통합신당에서 김범태 민주포럼 고흥 대표, 장철우 변호사, 진종근 전 고흥군수, 민주당에서 고영대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마산 을   돌아온 터줏대감 강삼재의 파괴력은?

 
마산 을은 ‘친박과 친이의 대결’ 양상이 전개되면서 한나라당 내 공천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동시에 강삼재 전 의원이 자신의 옛 텃밭에서 정치적인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선거구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공천을 놓고 다툴 사람은 이 지역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안홍준 의원과 김영길 전 MBC 기자 정도이다. 안의원의 약점은 지난해 한나라당 내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경남선대위원장을 맡아 친 박근혜계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반면에 김영길 전 MBC 기자는 지난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 조직책으로 일했다는 강점이 있지만 여러 차례 지역구에 도전한 경력 때문에 ‘식상하다’는 유권자들이 많은 것이 걸림돌이다.
마산 을 지역구는 ‘돌아온 강삼재’가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보이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무려 5선을 했던 강삼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브레인 역할을 하며 정치 무대에 재등장했다. 자유선진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의원이 초선인 반면 강삼재 전 의원의 지역 기반은 5선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라 출마한다면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강 전 의원이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례대표를 통해 안전하게 정계에 복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지역구에 출마할 인물들을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자유선진당의 입장에서는 총선에서의 바람몰이를 위해서라도 강 전 의원의 지역구 출마가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신당에서는 하귀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해 초 지역으로 내려와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 17대 선거에 이은 재출마이다.

본선보다 예선이 독하다

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곳이 있다. 이런 곳은 본선보다 공천을 받기 위한 예선이 더 치열하다. 아무래도 수도권보다는 영남이나 호남 쪽이 많다. 공천이 곧 당선인 이런 곳들에서는 물갈이 논란이 거세다. 참신한 인물들을 대거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곳에 지역구를 둔 중진 의원들의 마음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광주 서 갑   신당 중진에 도전하는 ‘민주당의 입’

 
염동연 통합신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광주 서 갑 지역구에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기에 지난 대선 때 정동영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전대협 의장 출신 송갑석 전 청년위원장이 가세해 ‘빛고을’ 총선 마당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논의가 진행되는 등 통합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어 향후 ‘대표 선수’를 뽑을 경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을 지낸 염의원은 당내에서 대표적 호남 인사로 분류된다. ‘중진급 초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 정치권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최근 통합신당 내에서 ‘호남 물갈이’ 주장이 공공연하게 제기되자 “호남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단계 판매 업체 제이유 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벌금 2백만원을 선고받았다는 점이 재선 도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된다.
유종필 대변인도 이 지역 출마를 염두에 두고 총선을 차분히 준비해왔다. 최근 출간한 자서전을 통해 “대선 후 노대통령에게 사탕 하나 요구한 적 없고 찬물 한 그릇 얻어 마신 적 없고 이쑤시개 하나 빌려 쓴 적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도 신현구 동북아전략연구원 이사장, 이정일 전 서구청장, 조영택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장(이상 통합신당), 문상옥 부대변인, 오비오씨, 정용화 전 연세대 연구교수(이상 한나라당), 김종식 전 서구청장(민주당), 강기수 광주시당위원장(민노당) 등이 이곳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대구 동구 을   유승민과 박창달 “너, 잘 만났다”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기 위한 물밑 경쟁이 어느 곳보다 치열한 곳이 대구이다. 특히 대구 동구 을 지역구는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친 이명박계 인사들이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구도는 유승민 대 반(反)유승민으로 짜여져 있다. 반유승민 진영의 선봉에는 박창달 전 의원이 서 있다. 이 지역은 박 전 의원이 지난 17대 총선에서 당선한 곳이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유승민 의원은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었다. 박 전 의원에게 지난 4년은 ‘잃어버린 4년’인 셈이다.
유의원의 공천 여부에 대해서는 반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에서 도곡동 땅, BBK 사건 의혹과 관련해서 이명박 당선인에게 여당보다 더욱 날선 공격을 가한 전과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의 측근을 너무 쉽게 배제해버리면 당내가 소란스러워진다”라며 그의 공천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문제는 박 전 의원에게 달렸다. 박 전 의원은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도왔고 당내 경선 때부터 지역 관리에 힘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사면은 되었지만 아직 복권까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박 전 의원측은 대통령 취임 특사나 3·1절 특사 때 복권을 점치고 있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출마 자체가 물 건너 갈 전망이다.
이외에도 서훈 전 의원과 류승백 전 대구시 의원, 안유호 전 경북일보 사장 등도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 거제   김현철, ‘한풀이’ 할까

 
거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차남 김현철씨의 출마 여부였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출마 기자회견까지 준비했다가 취소한 전력이 있는 김씨는 지난 1월23일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1월29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부정부패 전력이 있는 후보의 공천을 받지 않겠다”라고 밝히면서 한보 비리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김씨의 출마 여부는 다시 오리무중이 되었다.
덕분에 웃고 있는 사람은 현 지역구 의원인 3선의 김기춘 의원이다. 고령의 나이, 친 박근혜계 의원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해 말 한 지방 방송사의 여론조사에서 재출마 지지 여론이 37%에 달해 경남도 국회의원 중 3위를 차지했다. 김의원측은 “거제 시민들이 알아서 판단해줄 것이다”라며 공천 경쟁에서 승리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거제가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라는 것은 예비 등록 후보 10명 중 여덟 명이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는 데서 잘 나타난다. 김기호 한나라당 부대변인과 김한표 전 거제경찰서장, 윤영 전 거제부시장, 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 지만호 매일건강신문 회장, 진성진 변호사 등도 공천에 도전 중이다. 이 중 전도봉 전 사령관은 이명박 당선인의 전국 투어를 동행하면서 눈도장을 찍어왔고 이당선인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를 거제 지역 공천의 변수로 꼽는 사람도 있다.
조선소 노동자의 도시라는 특색을 가진 곳답게 민주노동당 후보들도 열심히 뛰고 있다. 민노당 예비 후보로는 김한주 변호사와 백순환 민노당 거제시 부위원장이 출마했는데 지난 1월24~28일에 열린 당원 현장 투표와 인터넷 투표에서 백부위원장이 정식 후보로 선출되었다.

맞수들의 진검 승부

2전3기, 3전4기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한 번씩 주고받기를 한 이들도 있다. 맞수들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맞수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불꽃 튀는 생존 경쟁을 하고 있다. 맞수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공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공천 경쟁에서는 한결 앞서 있다.

서울 서대문 갑   영원한 라이벌 우상호와 이성헌

 
통합신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우상호 의원이 한나라당 이성헌 전 의원과 세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운동권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16·17대 총선에서 연달아 맞붙어 1승1패를 기록했다.
우상호 의원은 열린우리당에서 최장수 대변인을 지낸 대표적인 386 출신 의원이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시절이던 1987년 ‘6월 항쟁’ 시위 과정에서 숨진 대학 후배 이한열씨를 위한 서울시청 앞 대규모 장례식에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17대 총선에서 같은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 선배인 한나라당 이성헌 후보를 1천9백여 표의 근소한 차이로 눌러 금배지를 달았다. 16대 총선에서 불과 1천3백여 표 차이로 이후보에게 석패했던 설욕을 한 셈이다.
우의원은 지난해 손학규 경선 후보 선대위의 대변인을 맡는 등 당내 386 의원들의 ‘손학규 지지’를 이끌었다. 이후 손학규 대표 선출에도 앞장서 ‘손의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성헌 전 의원은 ‘3차전’을 승리로 이끌어 국회에 재입성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 중 한 명인 그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핵심 역할을 했다. 경선에서 패배한 후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설 때도 이혜훈 의원, 이정현 전 경선 캠프 대변인과 함께 수행을 도맡았다.
박 전 대표측 공천심사위원 후보로 이혜훈·유승민 의원과 함께 거론될 정도로 박 전 대표의 신임이 두텁다. 박근혜계의 ‘공천 보장설’이 제기되었을 때 명단에 원외 당협위원장으로서 이름이 올랐던 것으로 알려지는 등 박 전 대표가 그의 공천에 각별한 신경을 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들 운동권 선후배 대결에 민노당 정현정 지역위원장과 김상현 전 의원의 아들인 김영호 한중문화연구소 소장, 최용석씨 등이 합세할 예정이다.

경기 부천 원미 을   12년 질긴 악연의 결말은?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다. 1996년 처음 만난 이후 12년째 적수로 얼굴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부천 원미 을 선거구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배기선 의원과 한나라당의 이사철 전 의원은 12년 전 상대 후보로 처음 만났다. 첫 대결에서는 이 전 의원이 승리했다. 하지만 이후 16대, 17대 총선에서는 내리 배의원이 금배지를 달았다. 그리고 이번 4월 총선에서 네 번째 대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이 전 의원에게 유리한 판세가 전개될 것 같다. 지난 대선에서 원미 을 선거구의 득표율을 보면 이명박 당선인이 정동영 후보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지역 여론도 배의원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배의원이 2005년 1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되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계류된 채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그에 반해 원미 을 한나라당 당원협의회 위원장인 이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법률자문단장을 맡아 “BBK 공세를 잘 막아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부천 구간의 하부 공간도로 개설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 지역 사업에도 열심히 참여하며 한 발짝 앞서가고 있다. 이사철 의원측은 “주민들과 더불어 반대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으며 이번 문제를 총선 공약으로 제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랜 숙적 사이에 새로운 얼굴도 등장할 것 같다. 그 덕분에 원미 을은 전·현직 의원들의 경쟁으로 뜨거울 전망이다. 민주노동당의 최순영 의원이 원미 을 선거구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부천시 1, 2대 기초의원 출신의 국회의원이라는 점, 학교급식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등 성실한 의정 활동을 인정받아왔다는 점에서 최의원의 능력이 얼마나 지역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로 짚어볼 만하다.

서울 동대문 갑   여야 입장 바꿔 ‘복수혈전’

 
질긴 인연이다. 이번에 또 붙는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김희선 의원에 맞서 한나라당에서는 장광근 전 의원이 나설 예정이다. 둘은 이미 지난 17대 총선에서 맞붙은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김의원이 탄핵 역풍을 타고 초반 열세를 뒤집어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이 두 사람은 자주 부딪쳤다. 한나라당이 김의원 선친의 친일 경력을 제기했을 때 장 전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장 전 의원이 현지 조사 진행까지 강행하려 한 바람에 주변에서 말려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번에는 여야 간판을 서로 바꿔달고 선거에 임하게 되었다. 게다가 장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이당선인의 선거 캠프 대변인 역할을 수행했다. 당선 프리미엄을 안고 선거전에 임하게 된 셈이다. 장 전 의원은 와신상담하면서 지역구 관리에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나라당 내의 다른 인물들이 선뜻 공천을 희망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통합민주신당의 공천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김의원의 지역구에 비례대표인 박명광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원래 정동영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박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할 예정이었지만, 손학규 대표 취임 이후 최고위원에 임명되면서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동영계에 대한 배려로 박의원이 공천을 받을지도 모른다”라는 전망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김의원의 당내 역할이 예전만 못한 것도 박의원측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김영준 전 경희의료원 노조위원장의 출마가 점쳐지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지용호 동대문생활포럼 대표가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

물’들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연령이 많은 의원들의 경우 은근히 불출마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용감한 신인들은 그 틈을 비집고 출마를 노린다. 거물들을 꺾을 경우 짧은 시간에 자신의 존재를 정가에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은 과거보다는 세대 교체 바람의 강도가 약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서 관심을 끌고 있는 지역구들을 가보았다.

경북 포항 남·울릉   이상득의 선택이 궁금한 까닭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6선 도전에 나설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이다. 이부의장은 언론을 통해 총선 출마 의사를 내비쳤지만 공천의 잣대 중 하나가 될 세대 교체를 위해 ‘아름다운 퇴진’을 바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당선인의 친형이 후진을 위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당내 다선·고령 의원들의 세대 교체를 자연스럽게 추진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이부의장을 비롯한 다섯 명이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 나섰다. 강석호 경북도당 상임부위원장, 김순견 전 경북도의원, 이상천 경북도의회 의장, 이성석 동국대 겸임교수 등이다. 이들은 이부의장의 거취에 따라 공천 판도가 180° 달라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벽산학원 이사장이기도 한 강석호 부위원장은 총선 출마를 공표한 상황에서 이부의장과 상의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김순견 도의원과 이상천 도의회 의장도 이부의장의 최종 결정에 따라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성석 교수는 한나라당 공천이 어려울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인 단병호 의원은 지역구 첫 출마로 이곳을 선택했다. ‘노동운동의 대부’로서 공단이 밀집해 있는 데다 서민들이 주로 살고 있는 남구에 민노당 깃발을 꽂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해 초 이 지역에 사무실을 열고 바닥 민심을 다지고 있다.
통합신당에서는 허대만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예비 후보 등록을 마친 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허위원장은 특정 정당의 독점 지배를 우려하면서 경쟁 구도를 마련해줄 것을 지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창조한국당에서는 추연만 전 영일만뉴스 발행인이 출사표를 던졌다.

충북 보은·옥천·영동   이용희, 현직 의원 최고령 기록 경신?

 
이용희 국회부의장은 76세로 현직 국회의원 중 최고령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비호남권 중 유일하게 보은군에서 정동영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게 만들 만큼 지역 기반이 튼튼하다.
특히 통합신당 결선에서 정후보에게 몰표를 안겨줘 불공정 경선 논란을 낳을 정도로 지역 당내 영향력도 막강하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공천을 통한 인적 쇄신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홍신 의원 보좌관을 지낸 김서용씨가 일찌감치 예비 후보 등록을 마치고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심규철 전 의원이 맞수로 나섰다. 심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이명박 후보 충북선대위원장을 맡아 이당선인의 득표에 기여했다. 당내 공천에서 ‘적수’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송재성 전 보건복지부 차관과 최환 전 대전고검 검사장 등이 한나라당 공천을 놓고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남해·하동   박희태의 아성에 맞선 김두관

 
법무부장관과 국회부의장을 역임하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경선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희태 의원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남해·하동은 박의원의 안방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지역에서 무려 다섯 차례나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한나라당 강세 지역인 데다 박의원의 관록이 더해져 상대 후보를 제압해왔다.
5선에 70대 고령이라는 사실만 놓고 본다면 당내 공천에서 세대 교체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이명박 당선인의 공신이라는 점에서 6선 도전이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영제 전 남해군수가 군수직을 사퇴하고 일찌감치 공천 경쟁에 나섰다.
하 전 군수는 박의원이 비례대표로 나서고 지역구를 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18대 총선에 당선되면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