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이 아니라 AIG로 갔어야 했 는데…”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 승인 2008.02.01 14: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합신당, 특검 대상에서 제외시킨 일 통탄

‘이명박 특검’ 팀에서 그동안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던 ‘상암 DMC 특혜’ 의혹이 사실상 부도덕한 사업가와 기업의 한바탕 ‘돈잔치’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한때 이 사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한마디로 서울시가 (주)한독산학협동(이하 한독)에게 사기당한 사건이다”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함께 춤을 춘 서울시의 석연찮은 행정 처리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합신당의 한 관계자는 “BBK 사건도 그렇고, 상암 DMC 의혹도 그렇고, 이당선인의 경영 관리 능력에 더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인물을 중용하면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데 이당선인이 일조를 한 셈이다. 한 기업이나 서울시의 경영 능력에 이처럼 심각한 하자가 드러났는데 어떻게 국가 경영을 믿고 맡길 수 있느냐 하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했어야 했다. 이는 ‘AIG 국부 유출’ 의혹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상암 DMC 의혹보다 AIG 사건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했다”라는 뒤늦은 자성론이 통합신당 주변에서 들려오고 있다. 당초 AIG 의혹은 이명박 특검 법안에 수사 대상으로 포함되었었다. 하지만 이후 이 건은 슬그머니 수사 대상에서 빠져버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문병호 통합신당 의원은 “수사 기간이 너무 짧은 데 반해 수사 대상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언론을 통해 의혹이 집중적으로 부각된 BBK 사건과 상암 DMC 의혹 등 몇 개의 사건에 집중하기 위해 AIG 국부 유출 의혹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라고 밝혔다. 그는 “AIG 의혹의 경우 특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해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의혹이 있으면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것이 안 되면 특검을 추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뒤늦게 AIG 의혹이 부각되는 이유는 이당선인과의 직접적 연관성 때문이다. 상암 DMC 의혹은 사실상 그 발단이 고건 전 시장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독이 서울시와 ‘DMC에 한독연구단지를 짓도록 한다’라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고 전 시장 때(2002년 6월25일)였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나 오세훈 현 서울시장 등 한나라당측은 통합신당이 이당선인과의 연루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최초 사업의 시작은 고 전 시장 때였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AIG 의혹은 이당선인이 직접 챙긴 사업이었다. 
AIG 의혹의 발단은 지난 2004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리스 그린버그 당시 AIG 회장이 ‘일본에 있는 AIG 아시아본부를 서울로 이전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편지를 보내왔다는 사실을 이당선인(당시 서울시장)이 기자들에게 자랑스럽게 밝히면서부터였다. 이당선인은 그린버그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어 2004년 6월10일 이당선인은 직접 미국으로 가서 그린버그 회장과 만나 서울국제금융센터 건립에 관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당선인의 지시에 따라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 대지 3만3천㎡를 제공했다. 2005년 서울시와 AIG는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기공식 연설에서 이당선인은 “이 국제금융센터는 향후 서울이 동북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거듭나는 데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감사원 감사 진행 중…결과 따라 총선 쟁점 될 가능성

그런데 지난해 8월 KBS가 “당초 약속한 대로 AIG가 옮겨오기로 한 것이 아시아본부가 아니라 AIG의 한 계열사인 ‘AIG부동산투자’의 한국 사무소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당선인이 AIG에 속았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도 잇따라 지적되었다. 2015년 이후에는 AIG가 마음대로 지분 처분과 건물 매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서울시와의 계약서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통합신당의 우상호 의원은 “전문가의 추정에 따르면 AIG가 매각 직후 건물을 팔 경우 얻을 차익은 1조1천억원가량이라고 한다. AIG가 선진 금융 기법 전수보다는 부동산 투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고, 서울시가 ‘먹튀’ AIG에 휘둘려 철저히 농락당한 셈이다”라고 비난했다. 의혹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제기되었다. 박근혜 캠프 대변인이었던 김재원 의원은 “대한민국의 국부를 송두리째 빼내가는 것을 그냥 지켜보기만 했던 론스타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라며 이 사건을 ‘제2의 론스타 사태’로까지 규정했다.
이 의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도 등장했다. 이낙연 통합신당 의원은 “AIG 지역본부가 국제금융센터로 입주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계약했다. 이 전 시장이 2006년 3월 뉴욕을 방문했을 때 그린버그 당시 회장이 보낸 ‘아시아 본부를 서울로 이전하도록 노력한다’는 취지의 법적 효력 없는 서신만 믿고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AIG 입주가 무산된 것이 아니라, 들어올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 있다. AIG 내지는 그와 동급의 세계적인 금융 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이 사건은 현재 감사원에서 계속 감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의 결과에 따라서 이 건이 향후 총선 정국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