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심인가, 휴머니즘인가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 승인 2008.02.0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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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미달 의원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소련군 격퇴기

냉전이 종식되기 전인 1979년 12월, 옛 소련은 온통 산악지대에 사막으로 둘러싸인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단행한다. 이슬람의 전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중앙아시아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친미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미리 손을 쓴 것이다 등등 설이 분분하지만 명확하게 드러난 이유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소련은 탱크와 무장 헬기를 앞세워 초토화 작전에 들어간다. 닥치는 대로 양민을 죽이고 그 죽임은 뉴스를 타고 전세계에 알려진다.
미국 하원의원인 찰리(톰 행크스 분)는 이 뉴스를 한 사이비 영화 제작자, 스트리퍼와 함께 몸을 담그고 있는 욕조에서 보고는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미국은 이 전쟁에 개입하기보다는 모스크바올림픽을 보이콧 하는 선에서 그치고 만다. 그때 열렬한 반공주의자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조앤(줄리아 로버츠 분)이 찰리에게 전화를 걸어와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파키스탄 대통령을 만나보라고 한다. 그녀는 국제적인 로비스트로 소련과의 냉전을 혐오하며 공산주의에 치를 떠는 여자였다. 자신의 지역구이자 텍사스의 갑부인 조앤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 찰리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참상을 눈으로 목격하고 그들을 도울 방법을 찾는다.
무장 헬기와 탱크를 잡아야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데 CIA는 소련과의 전면전을 우려하면서 미국제 무기를 지원할 수는 없다고 버틴다. 찰리는 마침 CIA에서 물을 먹고 있던 거스트(필립 호프만 분)를 만나 조언을 듣는다. 마침내 그는 소련제 무기를 구하기 위해 이스라엘, 이집트를 돌고 무장 헬기와 탱크를 잡을 수 있는 미사일을 구입해 아프가니스탄에 보낸다. 스팅어 미사일을 손에 넣은 아프가니스탄은 연전 연승을 거두고 소련군은 10년 만에 드디어 철수하고 만다.

 

원작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코미디

이 영화는 CBS 리포터 출신인 조지 크릴이 13년 동안 취재해 출판한 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다큐멘터리 성격을 갖춰야 하지만 판권을 사들인 톰 행크스는 영화를 코미디로 만들었다. 섹스와 마약에 탐닉하고 술을 입에 달고 사는 부도덕한 인간 찰리는 네 명의 보좌관마저 모두 글래머 여자를 채용했다. 여기에 끼어든 거스트 역시 CIA에서 꼴통으로 찍힌 구제 불능의 요원이다. 이들이 영화를 코미디로 이끌어간다. 주고받는 대사가 관객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다. 톰 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가 한 스크린에서 만나기는 이 영화가 처음이다.
<찰리 윌슨의 전쟁>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미국이 국제 경찰로 나서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곳곳에서 무기력하고 무능한 미국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2월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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