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살벌한 ‘예선’은 없다
  • 소종섭·안성모·김회권 기자 ()
  • 승인 2008.02.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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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천 격전지 10곳, ‘물밑 전쟁’ 현장

서울 광진 갑 ‘젊은 실세’와 ‘거물 법조인’의 한판 승부

 
서울 광진 갑 지역은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지검장 등을 지낸 김진환 법무법인 충정 대표가 공천 신청을 하면서 일거에 전국적인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김 전 지검장은 한나라당 소장 전략가로 꼽히는 권택기 이명박 당선인 비서실 정무기획2팀장과 치열하게 경합하는 흐름이다. 사람 좋기로 소문 나 있는 김 전 지검장은 한국비교형사법학회 회장으로 있는 등 법조계를 중심으로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거물인 데다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BBK 사건’을 막후에서 적극 도와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권팀장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김 전 지검장은 과거 동부지청 특수부장으로 근무하며 이 지역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명박 당선인이나 강재섭 대표 등과도 친분이 남다르다.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전략적인 시야가 뛰어난 권팀장은 청와대행을 마다한 채 진작부터 이 지역을 지역구로 정하고 언론을 통해 홍보 작업을 해왔으나 막판에 큰 변수를 만난 셈이다. 서강대를 나와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국제대학원 객원연구원을 지낸 권팀장은 경북 안동 출신이고,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 전 지검장은 충남 출신이다.
광진 갑 지역은 현역인 김영춘 의원이 4·9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사실상 현역 의원이 없는 지역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공천 대결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원내부대표인 김영숙 비례대표 의원도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서울시특보단장을 맡았던 김성호 당원협의회 위원장, 김종석 새마을운동 광진구지회장, 마석구 6·3동지회 이사, 박양진 변호사 등도 공천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동작 갑 친 이명박, 친 박근혜, 친 정몽준, 친 강재섭 격돌

 
과거 서청원 전 대표의 텃밭이었던 동작 갑은 친 이명박, 친 박근혜, 친 정몽준 의원 인물들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격전을 벌이는 지역이다. 10명이 공천을 신청해 서울 지역의 대표적인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유정현 전 SBS 아나운서와 홍정욱 헤럴드미디어 대표가 맞붙으면서 화제의 지역구가 되었다. 유 전 아나운서는 매끄러운 진행과 부드러운 말솜씨를 선보이며 인기를 얻은 유명 방송인 출신이다. 그는 YTN의 연예프로그램에서 출마에 대해 “1994년 성수대교가 붕괴되는 모습을 보고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직접 고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하며 정치인의 꿈을 키워왔다”라고 했다.
유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했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재오 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배우 남궁원씨의 아들이자 <7막7장>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 홍정욱 대표의 느닷없는 공천 신청은 유 전 아나운서와의 대립 구도를 뚜렷이 부각하며 흥미를 돋우고 있다. 2006년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선정한 ‘영 글로벌 리더’ 중 한 명에 포함된 홍대표는 진작부터 정치권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서울에서 태어난 홍대표는 미국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스탠퍼드 법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정몽준 최고위원의 조카사위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월4일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향후 대주주 자격만 유지할 뿐 기업 경영과 신문 제작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 평생의 사명으로 여겨온 공직 참여의 길을 선택하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자녀와 부인의 ‘이중 국적’ 문제가 불거져 입방아에 올랐다.
두 사람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면 권기균 한나라당 상근 부대변인은 내실 있게 지역을 다져왔다. 김덕룡 최고위원과 강재섭 대표의 오랜 측근인 그는 한양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지난 대선 때도 선대위 부대변인을 맡아 대선 승리에 헌신한 공신 가운데 한 명이다. 권부대변인은 최근 “언론사 사주, 연예프로 진행자 등이 나와 말꾼보다 일꾼을 바라는 지역 주민들의 정서와 무관하게 공천이 흥밋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권부대변인과 함께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장은 여의도연구소 감사도 지역을 누벼온 인물이다. 그는 박근혜 대표측 인물이다.
이들 외에도 김기옥 전 동작구청장, 김지환 고려대교우회 상임이사, 배동식 6·3동지회 동작지회장, 윤석용 건안홀딩스 회장, 이강언 동작문화발전연구소 이사장,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전성민 변호사가 공천을 신청했다.

서울 송파 병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의 사활 건 샅바 싸움

 
송파 병 지역은 나경원 의원이 막판에 공천을 신청하면서 긴장감이 높아가는 곳이다. 나의원과 이계경 의원, 이원창 전 의원 간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보니 벌써부터 공천 후유증이 걱정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지난 2월11일 한나라당 당사 앞에는 송파 병 당원들이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송파 지역과 아무런 연고도 없고 역할도 하지 않은 후보자가 공천을 신청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나경원·이계경 의원이) 무임승차 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5일에는 이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원창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연고 없는 낙하산 공천은 시대정신이 아니다. 송파 병은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국회의원을 단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한 지역이다. 대선 때 지지율이 55%에 이른다는 대세론만으로 공천을 받으려는 당직자가 있다”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당 대변인이고 각종 TV 토론회에 출연해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의원과 여성신문사 사장을 지낸 한나라당 비례대표 이계경 의원이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하면서 벌어지는 신경전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 절치부심하며 재기를 노려온 이 전 의원 입장에서 볼 때 두 현역 의원의 공천 신청은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나의원은 마포 등 서울 지역 여러 곳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며 고심한 끝에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다.
송파 병에는 유형재 한길경영기술원 회장, 이건찬 뉴라이트청년연합 상임대표, 이상래 인터넷 신문 업코리아 대표 등도 공천을 신청했다.

경기 용인 을 친 이명박-친 박근혜 현역 의원의 치열한 경쟁

 
‘친이’ 대 ‘친박’ 대결이 펼쳐지는 곳이다. 현역 의원 간 맞대결이다. 비례대표인 윤건영 의원이 이 지역 현역인 한선교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본선 당선보다 당내 공천 전쟁이 더 치열한 ‘죽음의 조’가 형성되었다. 경제학 교수 출신인 윤건영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참모 역할을 한 ‘친이’ 계열 인사이다.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윤의원은 경선 당시 정책본부장으로서 이당선인의 경제 공약을 정비했다. 지난 1월14일 지역에 선거사무소를 열고 총선 준비에 돌입했다.
지역구 수성에 나서는 한선교 의원은 당내 대표적 ‘친박’ 인사로 꼽힌다. 방송인 출신인 한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입’ 역할을 해왔으며 경선 당시 수행단장으로 활약했다. 지난 1월 말 당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당시 김영선·유정복 의원과 함께 친박계 입장을 대변할 인사로 거론되기도 했다.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김윤식 전 의원도 재기에 나섰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김 전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으로 당을 옮겼다. 2003년 말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법조인으로는 수원지방법원 판사 출신인 민학기 변호사가 공천에 도전했다. 민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정책특보를 지냈다. 이밖에도 김기선 도의원, 김해곤 정일씨앤디 대표이사, 우동주 당 전략기획본부 기획위원, 우태주 전 도의원, 유창수 뉴라이트 바른정책포럼 간사, 장세철 뉴서울컨설팅 대표, 조정현 당 전략기획국장 등도 공천을 신청했다.

충남 아산 이진구 안방에 이훈규 뛰어들어 혼전 양상

 
충남 아산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네 명이다. 현역이라는 이점에서 보면 이진구 의원이 한 발짝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이훈규 전 인천지검장이 지난 1월28일 퇴임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의원은 아산 발전을 위한 공약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강조하며 세몰이를 하고 있다. 이의원측은 “당선 가능성이 공천의 최우선 기준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하며 공천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총선에서 경쟁자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자유선진당의 이명수 나사렛대학 부총장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점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당시 자민련 후보로 나선 이부총장은 열린우리당 복기왕 전 의원에게 불과 2천 표 차이로 져 낙선했다. 당선 가능성을 놓고 이 전 지검장을 중앙당에서 밀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의원의 나이(68세)와 지난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한 전력은 걸림돌이다. 이 전 지검장이 출마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오다가 사표까지 제출하며 나선 데에는 어느 정도 공천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많다. 이 전 지검장도 지난 2월4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름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유력 인사들이 나를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친 이명박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당초 이의원과 공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던 이건영 아산포럼 상임 공동대표와 이명박 당선인의 팬클럽 ‘명사랑’의 지역 대표인 장세옥씨는 이 전 지검장의 등장으로 커다란 장애물을 하나 더 만나게 되었다.

대구 중·남구 도전자 쇄도한 ‘무주공산’ 지역구

 
무려 14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대구·경북에서 가장 많다. 한나라당 현역 의원이 없는 지역구이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더구나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의 한 복판이다. 곽성문 의원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 이 지역은 당내에서 ‘무주공산’으로 여겨졌다. 그런 만큼 ‘금배지’를 꿈꾸는 유력 인사들의 공천 신청이 쇄도할 것으로 예견되어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브레인으로 교육 정책을 도맡고 있는 이주호 의원이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으로 내정된 점도 ‘무더기 공천 신청’에 한몫했다.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이의원은 당초 이 지역 출마를 염두에 두고 총선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이당선인이 직접 “함께 일하자”라며 설득에 나서 청와대 입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박영준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었으나 막판에 출마 의사를 접고 청와대 행을 결정해 공천 구도가 격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당에서 ‘전략공천’을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봉조 대통령취임준비위 자문위원도 공천 경쟁에 나섰다. 김위원은 이당선인의 팬클럽 ‘보름달’의 전국 대표를 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를 지낸 권태인 전 TBC 보도국장과 대통령직인수위 상임자문위원인 김종대 대구가톨릭의대 겸임교수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민대 총장을 지낸 현승일 통섭정경연구원 회장은 재선에 도전한다.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현회장은 ‘6·3동지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법조인으로는 대구지검 검사 출신인 박헌경·임철 변호사가 공천을 신청했다. 박변호사는 당 조직확대위 부위원장, 임변호사는 대구시당 선대위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바 있다.
이밖에도 구본건 뉴라이트 대구연합 공동대표, 김인석 대봉새마을금고 이사장, 김화자 대구여성경영자회 회장, 신철원 협성교육재단 이사장, 이신학 전 남구청장, 이원기 당 부대변인, 한대곤 한창실업 대표이사 등이 공천을 신청했다.

경북 고령·성주·칠곡 현 의원과 재기 노리는 전 의원 각축

 
공천 신청자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중량감은 어느 지역구 못지않다. 박근혜 전 대표측 이인기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 주진우 전 의원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3선에 도전하는 이의원은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의 경북선대위원장을 맡은 핵심 측근이다. 경선 직후에는 ‘친박’ 진영을 대표해 도당위원장 선거에도 나서 ‘친이’ 진영의 김광원 의원과 경합을 벌였다. 앞서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경북도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는 등 지역 정치권에 영향력을 높여왔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강력한 경쟁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기업인 출신 정치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경선에서 이당선인의 이 지역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데 이어 대선 본선에서도 중앙선대위 직능정책본부장과 경북선대위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번이 3선 도전이며 칠곡과 성주·고령이 한 선거구로 바뀐 이후로는 첫 도전이다. 이의원은 칠곡, 주회장은 성주 출신이다.
이영식 대구산업정보대 교수도 공천 도전에 가세했다. 이당선인의 외곽 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대통령직인수위 사회문화분과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역시 대선에서 이당선인을 도운 고령 출신의 서성건 변호사도 공천을 신청했다. 중앙선대위 직능정책본부 동서화합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대통령직인수위에서 법무행정분과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경남 산청·함양·거창 물갈이 기대하며 젊은 신청자 몰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지지도가 높은 PK(부산·경남)지역에서 40%가 넘는 현역 의원을 교체해 ‘공천 혁명’을 이루겠다고 밝혀왔다. 언론에서도 여론조사를 통해 물갈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고령·다선 의원들의 심기가 편하지 않은데 71세의 이강두 의원(4선)도 그중 하나이다. 그래서일까. 경남 산청·함양·거창에는 ‘공천 혁명’이라는 네 글자를 믿고 무려 13명의 공천 신청자가 몰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의원은 한때 친박(朴)으로 분류되었지만 대선 때는 이명박 캠프의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으며 나름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의원측은 총선 때까지 한나라당 중앙위원장직에 유임된 사실을 두고 공천 획득을 자신하는 분위기이다.
이의원의 대항마로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김태호 현 경남지사의 동생인 김창호 인수위 자문위원이다. 이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김지사의 동생이 칼끝을 겨누고 있는 셈이다. 김위원은 지난 대선 때도 이명박 캠프에서 방송특보로 활동하며 중앙 정치판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왔다.
신성범 전 KBS 기자도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거창 지역에서는 “이당선인측이 신씨에게 공천을 보장했다”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신씨의 등장은 갑작스럽다는 후문이다. 이곳의 공천 싸움은 이강두 의원과 김창호 위원, 그리고 신성범 전 KBS 기자의 3파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강석준 KS법무법인 대표와 강호양 포털아트 대표, 박기태 경주대 부총장, 배성한 한국음식업중앙회 종로지회장, 장진복 전 강재섭 의원 특보도 공천을 신청했다. 강석진 전 거창군수, 권철현 전 산청군수, 양동인 전 거창·함양 경찰서장도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공천을 노리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씨가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것도 눈길을 끈다.

부산 사하 갑 친 이명박계의 공격과 친 박근혜계의 수비

 
공천 신청자 수가 무려 10명이다. 부산 사하 갑은 부산 지역 한나라당 공천에서 가장 치열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엄호성 의원의 지역구인 이곳을 노리는 공천 신청자들은 엄의원이 친박 계열 인사라는 점을 파고들고 있다.
낙동강 하구를 끼고 있는 사하구는 부산에서 경제 사정이 어려운 곳 중 하나이다. 따라서 공천 희망자들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통해 자신이 지역 경제 살리기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그런 면에서 친 이명박계 인사들의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그런 면에서 경향신문 정치부장을 지낸 김해진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은 엄의원에게 강력한 라이벌이 될 전망이다. 대선 때에도 이당선인의 캠프에서 상황분석팀장을 지낸 측근이다. 부산 출신의 ‘인수위 5인’ 중 한 명으로 지역 정가에 잘 알려져 있다.
박재우 삼정회계법인 상무의 공천 신청도 이채롭다. 그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아들로 아버지의 지역구인 동래가 아닌 이곳에 출사표를 던졌다. YTN 기자 출신이며 지난 대선에서 이당선인 특보를 지냈다. 사하구 출신인 문정수 전 부산시장도 이곳을 노리고 있다. 오래된 정치인이라는 말도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이당선인을 도우며 정치적 재기를 꿈꾸어왔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 동아대 교수도 선진국민연대 사하 갑 지부장을 맡으며 이당선인측에서 선거운동을 도운 점을 내세우고 있다. 부산중소기업청장과 산자부 차관보를 지낸 허범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천에 도전하며 강상일 전 청와대 비서관도 이곳에서 공천을 노리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현기환 전 박근혜 경선 후보 정책특보가 이곳에 공천을 신청했다는 사실이다. 친박계 인사가 친박계 의원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만약 현역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한다면 ‘친박계 의원의 지역구는 친박계 인사가 이어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속내를 품고 있다는 후문이다.

부산 금정 함께 도전장 낸 김진재 전 의원의 ‘두 아들’

 
박승환 의원에게 작고한 김진재 전 의원의 두 아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 명은 김 전 의원의 보좌관인 ‘정치적 아들’ 김영관 동의대 초빙교수이고, 다른 한 명은 김 전 의원의 친아들인 김세연 (주)동일고무벨트 대표이다. 김 전 의원의 정치적 유산을 놓고 벌인 두 아들의 싸움에서는 김대표가 승리했다. 지난 2월4일 부산 금정구의 시·구의원 일곱 명은 “제18대 총선에서 김세연 후보를 지지하겠다”라고 밝히며 김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게다가 지난 지방선거 당시 금정구청장 공천 과정에서 박의원의 동생이 공천 희망자에게 충성서약서를 강요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때 박의원과 관계가 틀어진 김문곤 전 금정구청장 등 지역 정치인들이 김대표를 지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정구의 한나라당 공천 경쟁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상대는 인수위 내 한반도대운하 TF팀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승환 의원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대표 공약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을 밀어내기가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박의원측 관계자는 “선친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아 지역구를 세습하려는 행동은 잘못된 것 아니냐”라며 김대표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외에도 검사 출신인 정승윤 부산대 법대 부교수는 뉴라이트 재단 이사 경력을 발판으로 삼아 공천을 노리고 있으며 송진철 한산레포츠 대표도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모든 공천 신청자들은 공천심사 외에 선거구 획정안에도 주목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부산 남구 갑과 을을 통합하고 해운대·기장 중 해운대를 갑과 을의 선거구로 나누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만약 부산 지역의 전체 선거구 수를 18개로 고정한다면 금정구를 기장과 합해 ‘금정·기장 갑 을’로 나누는 안이 유력해 보인다. 유·불리를 따지는 공천 신청자들의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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