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시장 파고들기 ‘색다른 진루’ 성공할까
  • 정철우 (이데일리 기자) ()
  • 승인 2008.02.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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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가 시끄럽다. 현대 유니콘스를 대신해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제8 구단으로 입성하게 되었지만 좀처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름도 생경한 한 기업이 스토브리그를 그 어느 해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센테니얼의 한국 프로야구 진입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또 왜 좀처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일까.
결국 돈 때문이다.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투자 전문 회사로 기업 구조 조정과 M&A 업무를 위주로 하며 M&A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회사’라는 것이 외부에 알려진 정보의 전부이다. 기존 프로야구단을 운영했던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기업이다. 기존 구단들은 거의 다 계열사를 수십 개씩 거느린 대기업들이 운영해왔다. 하지만 센테니얼은 자본금이 5천만원에 불과한 투자 회사이다. 기업 규모 면에서 비교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자꾸 실체 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야구계에서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기업 형태였기 때문이다.
야구계의 관심은 과연 센테니얼이 자생력을 갖춘 구단이냐는 데 모아졌다. 센테니얼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내겠다고 약속한 가입금은 1백20억원. 센테니얼측은 “자금 동원력이 풍부한 기업이다. 충분히 낼 수 있는 금액이다”라고 자신했지만 정말 돈을 내기 전까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기업이 들어왔다면 “언제든 낼 돈”이라며 따져볼 생각도 안 했겠지만 이번에는 입금 시기가 언제인지까지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항간에는 센테니얼이 메인 스폰서 계약금으로 가입금을 내려 한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현대 선수들이 전지 훈련 합류를 거부한 채 단체행동을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여기에 구단 운영 방식도 전혀 다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불안감은 증폭되었다. 거기에 센테니얼의 오락가락 행보도 한몫 거들었다.
센테니얼이 말하는 새로운 방식이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역은 기존의 방식과는 큰 차이가 없다. 결국 광고 효과와 입장 및 마케팅 수입으로 흑자를 내겠다는 것이다. 뭔가 새로운 영역의 확장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차이가 있다면 셈법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홍보 효과는 연간 약 2백억원이 넘는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2년 전 한 광고회사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헬멧 옆에 부착되는 광고는 약 50억원, 유니폼 팔뚝 부분에 부착되는 광고는 약 65억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또 유니폼 가슴 부분에 부착되는 그룹 로고와 TV 중계 등에 노출되는 그룹명의 가치는 무려 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모두 더하면 2백억원이 넘는다.

실험 실패할 경우 프로야구 미래에 큰 악재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수치상의 계산일 뿐이다. 현재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구단은 삼성, SK,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굳이 프로야구에 2백억원을 들여가며 광고할 필요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질적으로 구단들은 모기업에 광고비 명목으로 운영비를 타 쓴다. 장부상으로는 모두 흑자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대부분 적자로 생각하는 것은 모기업이 그다지 원하지 않는 광고비 지출이기 때문이다.
센테니얼은 바로 이 부분을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구단 이름은 물론 광고를 붙일 수 있는 자리를 다른 기업에 팔아 운영하는 것이 가장 큰 틀이다. 
연 2백억원 가치의 광고 시장인 만큼 홍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넘겨 그 돈을 실질적인 수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센테니얼은 구단 운영을 맡지만 구단 이름은 다른 기업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시사저널>이 센테니얼로부터 메인 스폰서 계약을 따낸다면 팀 이름은 ‘시사저널 OOOO’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센테니얼은 메인 스폰서 판매금을 약 1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센테니얼의 셈법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아직 구체적인 진행 상황이 엿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분명 한국 프로야구는 광고 시장으로서 가치가 있다. 문제는 그 시장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이 나타날 것인가이다. 아무리 좋은 시장이 있어도 찾는 손님이 없다면 머지않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센테니얼이 메인 스폰서 계약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 프로야구단을 운영한 기업들은 적자를 감수할 수 있는 맷집을 갖고 있었지만 센테니얼은 기본적으로 자생의 힘이 전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실제로 센테니얼은 100% 독립 기업이다. 모기업인 센테니얼의 지원 없이 자생해야 한다. 자생의 근거인 스폰서 계약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센테니얼의 등장은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다. 센테니얼의 실험이 성공할 경우 프로야구는 긍정적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야구계의 숙원인 새 구단 창단에도 힘이 붙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커다란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센테니얼의 실험이 실패한다는 것은 프로야구가 광고 효과로서의 가치도 떨어진다는 또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모기업의 눈치를 보고 있는 구단들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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