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버린 우정, 내가 지킨다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 승인 2008.02.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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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소년의 감동적인 이야기

 
남자들의 세계에서 친구는 부모보다 더 가까운 존재이다. 친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음도 불사할 수 있는 것이 남자들이다. 하지만 그 친구 속에는 어쩔 수 없는 종속 관계가 생기고 만다. 나보다 더 잘살거나, 더 힘이 세거나, 나이가 많으면 나는 그 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공전의 히트를 했던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에서도 장동건은 유오성의 ‘시다바리’로 살다 결국 죽음을 맞지 않았던가.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 칼레이드 호세이니가 미국에서 영어로 쓴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8백만부가 팔린 이 소설은 거의 완벽하게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호평을 받으며 미국 관객들을 열광시켰고 미국 비평가협회가 2007년 최고의 작품 톱 10에 꼽았다. <연…>은 첫 장면부터 관객들을 놀라게 할 만하다. 수많은 연들이 아프가니스탄의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다. 불모지이자 비극의 땅인 아프가니스탄에서 푸른 창공을 떠다니는 연들은 경이롭게 보일 정도이다.

아프가니스탄 창공에서 벌어지는 연 싸움

사업가의 아들인 아미르(제케리아 아브라하미 분)는 같이 사는 하인의 아들 하산(아흐마드 칸 미흐미드제다 분)과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낸다. 아미르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유약한 아이이지만 하산은 친구가 지은 글을 좋아하며 그를 지켜내는 의리 있는 아이로, 아미르가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그들이 열두 살이 되던 해 카불에서는 대대적인 연 날리기 대회가 열리고 여기에 참가한 아미르는 하산의 도움으로 13개의 연을 날려보내며 1등을 한다. 연 싸움은 우리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유리 가루를 먹여 연줄을 끊어 먹으니 신기할 뿐이다.
그러나 대회가 끝나고 나서 하산은 날아간 연을 찾아다니다 동네 건달들에게 몰매를 맞는다. 아미르를 따라다니며 종노릇을 한다는 것이 이유였고,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한 아미르는 겁에 질려 친구를 버리고 달아난다. 그 후부터 죄의식에 빠진 아미르는 하산을 외면하고 결국 자신의 시계를 훔쳐갔다는 누명을 씌워 집에서 쫓아낸다. 시계를 훔쳤느냐는 아미르 아버지의 추궁에 하산이 친구를 위해 순순히 시인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콧등이 시큰해진다. 아미르와 하산의 우정은 하산이 집을 나가던 날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은 마지막 반전에서 다시 시작된다. 우정을 버린 친구와 우정을 지켜낸 친구의 재회가 기다리고 있다. 3월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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