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보자’식 경영으로 만성 적자 늪에 허덕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2.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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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SBS에 비해 광고 수입 차이 없고 투입 비용 대비 산출 효과 따지지 않아

 
KBS 정연주 사장 퇴진 논란의 한가운데에는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적자 누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지난 2월1일 간부, 임원들로 구성된 KBS 공정방송 노조는 게시판을 통해 정연주 사장 재임 이후 KBS가 2004년부터 5년 간 1천5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공정방송 노조에 따르면 적자 누적액 1천5백억원은 2004년 6백38억원, 2005년 20억원, 2006년 1백32억원, 2007년 3백10억원(추정)에 2008년 4백39억 적자 예산 편성까지 포함한 것이다.
하지만 KBS 홈페이지에 공개된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2004년 6백3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2005년 5백76억원, 2006년 2백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와 있다. 외견상으로는 2004년을 제외하고는 흑자 경영을 한 것이다.
이는 법인세 환급금을 사업 외 수입으로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 수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아직 공식 기록이 나오지 않았지만 2007년의 적자 추정치는 대략 2백80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KBS 정책기획센터 예산팀은 예상하고 있다. 공정방송 노조의 발표 수치보다는 약간 적은 액수이다.

정사장 재임 중 누적 적자 1천5백억원, 올해는 아예 적자 예산 편성

KBS는 2008년에 약 4백39억원의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예산 편성에서부터 이런 대규모 적자를 예상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KBS 정책기획센터 예산팀 담당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광고 수입이 크게 떨어졌다. 단기간에 이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BS는 기간 방송사로 유지해야 할 사업들이 있기 때문에 수입이 줄었다고 바로 지출을 줄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KBS 내부에서 나온 이런 공식·비공식 자료를 살펴보면 정연주 사장 재임 기간 내내 경영수지가 적자를 면치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줄곧 흑자 기조를 유지했던 KBS의 경영 구조가 이렇게 부실해진 원인은 무엇일까.
미디어경영연구소(소장 주은수)가 2005년 지상파 3사의 경영 지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MBC와 SBS에 비해 KBS의 매출 원가는 높고 사업 이익은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KBS는 1조2천6백67억원의 매출을 올려 MBC의 6천6백48억원과 SBS의 6천88억원에 비해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KBS의 매출에는 수신료 수입 5천2백46억원이 포함된 것이다. 실질 매출을 보여주는 방송 광고료만 비교하면 KBS는 6천5백37억원으로 MBC의 6천1백61억원, SBS의 5천6백91억원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비용을 비교해보면 KBS가 MBC와 SBS에 비해 약 2배 큰 규모를 나타냈다. KBS의 매출 원가율은 78.9%로 MBC의 70.1%, SBS의 68.5%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반면에 사업이익률은 SBS 6.9%, MBC 4.5%, KBS 1.9% 순으로 나타나 다른 방송사에 비해 KBS가 현저히 낮았다. 여기에 법인세 환급금 5백56억원을 제외하면 KBS의 사업이익률은 0.16%까지 내려간다.
이같이 3개 지상파 방송사의 매출 원가율과 사업이익률을 비교한 내용을 보면 경영적인 효율성 면에서 KBS가 많이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
미디어경영연구소 주은수 소장은 “KBS가 기간 방송사로서 해야 하는 사업들이 있고 공영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결과는 경영이 크게 잘못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지적은 한마디로 정연주 사장 체제에서 KBS가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투입 비용에 대한 산출 효과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쓰고 보는 경영이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공영방송의 소임을 다하려면 수익성만을 의식해서는 곤란하다. 그렇다 해도 MBC나 SBS와 같은 다른 지상파 방송에 비해 경영 효율이 턱없이 떨어진다면 과연 공공성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의심을 가져볼 만하다.

 

벌이는 시원치 않은데 상당수 직원 연봉 1억원 넘어

실제 제작비의 증가가 KBS의 적자 경영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KBS는 정사장 부임 이후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대왕세종> 등 대규모를 자랑하는 대하 사극에 힘을 쏟았다. 이들 작품은 시청률이나 시청자의 호응 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나타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투입되는 예산이 너무 과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불멸의 이순신>의 예를 보면 편당 5억1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되어 이전 <무인시대>의 3억2천만원에 비해 월등히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것을 알 수 있다.
KBS의 인건비 실상을 보면 경영 부실원인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37%가 인건비이다. 정상적인 기업에서 상상할 수 없는 비율이다. KBS 자체 자료에 의하면 2006년 직원 평균 연봉이 7천1백90만원이다. 평균 연봉이 이 정도면 직원 상당수가 1억원을 넘게 받는 고액 연봉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벌이는 시원찮은데 급여는 아낌없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KBS는 국민의 혈세로 운용되는 공영방송이다. 누적 적자가 1천억원을 넘어서는 마당에 인건비로 이렇게 과다하게 지출했다는 것은 KBS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되묻게 한다.
KBS의 한 직원은 “정연주 사장이 부임한 후 조직 개혁을 하겠다며 주장한 것이 순혈주의 타파였다. KBS 직원이라고 해서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외부 수혈을 해서라도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정사장의 입에서 경영의 경자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장의 자세가 이러한데 경영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신료 인상안을 내세워 경영 타개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정사장이 해야 할 소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디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연주 사장은 경영에 대한 마인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이고, KBS 노조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는 데 급급해왔다. KBS의 경영 악화는 지상파 방송 위기라는 외부 요인도 있지만 정연주 사장과 노조에 근본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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