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구단 돈잔치, 이유가 있었네
  • 민훈기 (민기자닷컴) ()
  • 승인 2008.02.2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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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관중·광고 수입에 중계권료까지 챙겨…꼴찌 구단은 ‘사치세’로 연명

최근 국내 프로야구의 제8 구단을 ‘센테니얼’이라는 창업투자사가 인수하면서 많은 궁금점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구단의 운영 방법에 대한 의문이다. 스폰서를 영입해 팀 운영 자금을 해결할 것이라고 했고, 일부에서는 그것이 미국 메이저리그(MLB)식 운영이라는 오보가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MLB 30개 팀 중 스폰서의 자금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팀은 하나도 없다.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를 받는 네이밍 라이트(naming right)가 최근 유행이기는 하지만 구단 운영 자금의 극히 일부분을 충당하는 데 불과하다. 예를 들어 뉴욕 메츠 같은 경우 내년부터 새로 개장하는 구단의 이름을 시티은행그룹에 팔면서 1년에 2천만 달러, 20년간 총 4억 달러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메츠의 2007년 총 연봉만 1억1천6백만 달러가 넘었다. 또한 MLB에서는 선수 유니폼에 스폰서의 광고를 다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빅리그 구단들은 무엇으로 그렇게 거대한 팀의 운영 자금을 조달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MLB 구단의 수익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우선은 관중 수입이다. MLB는 2007 시즌에 역대 최고인 7천9백50만2천5백24명의 유료 관중을 끌어들였다. 지난 수년간 매년 관중 수가 늘어나고 있으니 올시즌에는 8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MLB, 올시즌 관중 8천만명 돌파 기대

구단별로 보면 뉴욕 양키스가 4백27만명 이상을 동원해 최고였고, LA 다저스가 3백85만명을 넘어 2위였다. 그 외에 뉴욕 메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이 뒤를 이었는데 3백만명 이상을 동원한 팀만 10팀이었다.
팬들은 야구장에 가면 주차비를 내고 입장권을 산다. 그 외에 맥주와 핫도그 등 음식물을 사먹고, 또한 모자의 유니폼 등 기념품을 사기도 한다. 팀에 따라 1인당 평균 지출하는 비용에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야구장에 가면 30달러 정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양키스 같은 경우 관중 수입이 1억2천8백만 달러 이상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MLB 전체적으로는 23억8백50만 달러 이상의 관중 수익이 나온다. 우리 돈으로 2조2천6백57억5천만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수익으로는 어림도 없다. 지난해의 경우 양키스는 팀 연봉만 1억9천5백만 달러가 넘었다. 선수 연봉만 1억 달러가 넘는 팀들이 7개나 되었다. 관중 수익으로는 선수들의 연봉도 다 주지 못한다. 게다가 MLB 구단에는 직원만도 적어도 수십명에서 수백 명에 이른다. 인건비만 해도 상상을 초월하게 들어간다. 경기 당일에는 임시직 직원도 수백명씩 고용해야 한다.
두 번째 수익원은 광고 수입이다. 요즘 MLB 야구장에 가면 펜스나 운동장 곳곳이 그야말로 광고판이다. 대형 광고판은 물론이고 대형 스크린이나 내·외야에 설치된 수많은 크고 작은 스크린에서도 광고를 쏟아낸다. 포수 뒤쪽 백스크린 앞에 설치된 광고판에서도 쉴 새 없이 돌아가며 광고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다저스 홍보실장 조시 로위치는 “수익 내용은 밝히지 않는 것이 상례이지만 광고비가 구단 운영에서 큰 부분을 담당한다”라고 밝혔다. 어떤 팀이든 메인 스폰서들이 몇 개씩 있어 거액의 광고비를 지불한다. 그 스폰서들에게는 한 시즌 수십만 달러의 로열박스가 돌아갈 정도이니 광고비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빅리그 구단들에게는 유럽 축구와는 다르게 유니폼에 광고를 하지 못하게 한다. 점점 상업화의 물결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 규정도 언제 변할지 알 수 없지만 아직은 등 번호와 이름, 팀 로고 등을 다는 것만 허용하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빅리그 구단들의 가장 큰 수익원은 중계권료이다. 이 역시 철저히 비밀로 붙여지지만 그 규모가 엄청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이 워낙 큰 나라이기 때문에 지역마다 무선·유선 방송국들이 운영되고 각 팀들은 그 중에 특정 방송국과 TV 독점 중계계약을 한다. 라디오 역시 마찬가지이다.

 

뉴욕 양키스, 자체 방송국도 운영

심지어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메츠 등은 중계권료로 모자라 자체 방송국을 설립하기도 했다. 양키스의 자체 방송국인 YES는 1백62게임 전부를 독점 중계하는데 그 자산 가치만 9억 달러로 평가될 정도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비싼 구단인 양키스의 자산 가치가 12억~15억 달러이고, 뒤를 이어 같은 뉴욕의 메츠가 7억3천6백만 달러로 평가되었으니 YES 방송국의 가치가 다른 구단의 자산 가치보다 더 높은 셈이다. 모두 <포브스>에서 산정한 가치이다. 메츠 역시 최근에 자체 방송국을 설립했다. 자산 가치 빅리그 3위인 보스턴 레드삭스와 함께 자체 방송국을 보유하고 있는 세 팀 중 하나가 되면서 메츠의 자산 가치는 크게 뛰었다.
그만큼 빅리그 게임 중계가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지역 방송국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여 중계권을 따낸다. 로위치 홍보실장은 “방송사 간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독점 중계권료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저스도 과거에는 KTLA 방송국에서 오래 독점 중계를 했지만 요즘은 유선 방송인 폭스스포츠넷에서 독점 중계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많은 팀들이 홈경기와 원정 경기의 중계권을 분할해 팔기도 한다.
또한 일본 선수들을 수입하면서 추가 중계권료를 챙기는 팀들도 많다. 이치로를 영입한 시애틀 마리너스는 일본 방송과 10년간 2억5백만 달러의 중계권 계약을 맺기도 했었다. 일본의 스타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그들에게 거액의 연봉이 지불되지만 구단들은 그보다 많은 중계권료를 일본에서 받아간다.
MLB의 시장 규모는 한 해 50억 달러를 웃돈다. 그렇다고 모든 구단들이 흑자 운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같은 큰 시장의 팀들은 모든 수익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구단 가치도 높게 평가받는다. 그러나 <포브스>에서 예산 규모와 연고지 수준, 경기장, 행정력 등을 평가해 내놓은 구단 가치를 보면 플로리다 말린스 같은 경우 2억4천4백만 달러에 불과해 30개 팀 중에 꼴찌였다. 2억6천7백만 달러인 탬파베이 레이스와 2억7천4백만 달러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과 함께 하위권을 이루었다.
이런 팀들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한다. 그래서 팀 연봉을 턱없이 낮추게 되고 따라서 늘 전력 열세인 약한 팀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MLB에서는 자체적으로 이런 팀들을 돕기 위해 사치세 등의 규정을 만들어놓고 있기도 하다. 즉 특정 액수 이상의 팀 연봉을 지불하는 팀에서는 사치세를 내야 하고 그 돈으로 재정이 허약한 팀들에게 보조를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지난해 양키스는 MLB 사무국에 1억 달러 정도를 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벌금을 낸 양키스는 적자, 보조금을 받은 말린스는 흑자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 사업이 엄청나게 많은 양키스의 적자는 야구팀만을 따졌을 경우이기에 큰 의미가 없다.
1973년에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1천만 달러에 구입했던 양키스가 오늘날 15억 달러에 육박하는 자산 가치를 지녔듯 MLB 구단은 가치 상승만으로도 엄청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들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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