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주민 경조사 챙기고 장학 사업에도 ‘흔적’ 남겨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 승인 2008.02.2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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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 전 국정원장, 4·9 총선에 출마하려 했나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본인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오는 4월9일 총선에 출마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원장은 지난 2006년 국정원장에 취임한 이후 자신의 고향인 부산 기장군 주민들의 경조사에 ‘국정원장’ 명의로 된 화환을 보내는가 하면, 주민들을 국정원에 견학시키면서 구설에 올랐다. 그러면서 그가 총선출마를 염두에 두고 지역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 전 원장이 부산 해운대구·기장군 을에서 출마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 전 원장은 총선출마설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부인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총선 불출마 입장을 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의 동생인 김 아무개씨(50)가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재단법인 안중근장학회’가 부산 해운대 지역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되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안중근장학회는 김 전 원장의 동생을 포함해 10명이 이사로 등재되어 있으며, 지난해 6월22일 설립되었고, 자산 총액은 3억원이다.
안중근장학회는 설립 목적에 대해 ‘안중근 의사의 뜻을 받들어 가난하지만 우수한 청년 학생과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하다 사망한 사람의 직계자녀 및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위한 학술연구 및 연수경비 지원’이라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이 장학회가 부산 해운대구 좌동에 위치해 있어 김 전 원장의 총선 출마를 위한 베이스캠프가 아니었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김 전 원장의 동생은 부산 해운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형의 총선 출마를 대비해 지역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1월21일부터 국정원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김만복 전 원장이 출연하는 14분25초짜리 ‘국가정보원, 안중근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안중근장학회와 국정원 간의 석연치 않은 연결고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의 총선 출마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월11일 방북 대화록 유출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번 4월9일 총선에 출마하려면 늦어도 2월9일까지는 공직에서 사퇴했어야 하는데, 사퇴 시한이 지난 시점에 사표가 수리된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북 대화록 유출로 인해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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