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달인’ 이냐, ‘장사꾼’이냐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 승인 2008.03.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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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천 농수산식품부장관 후보자 / 평가 극단으로 갈려…해남 주민 일부 “로비 귀재” “사기꾼” 비난

 
이 명박 정부의 초대 농수산식품부장관으로 내정된 정운천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 회장(54). 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장관 후보자에게는 ‘참다래 아저씨’, ‘벤처농업계의 이건희’ 같은 별칭이 따라다닌다.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에는 ‘신지식 농업인’으로까지 소개되어 있다. 수입산 키위를 순우리말 '참다래’로 토착화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정후보는 스타 농민인 셈이다.
반면 ‘성공 신화’의 터전인 전남 지역의 농민단체와 해남 주민들은 ‘로비의 귀재’ ‘사기꾼’ ‘장사꾼’이라며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월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와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공격이 거셌다.

전농 광주·전남연맹 “의혹 모아 법적 대응 나서겠다”

정후보는 지난 1981년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바로 농민의 길을 걸었다. 1991년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 영농조합법인 회장에 부임한 이래 2002년 한국신지식농업인회 회장, 2006년 한국농업CEO연합회장 등 농업 분야에서 요직을 맡아왔다. 그는 농촌 현장의 경험을 담아 지난 2004년 <거북선 농업>이라는 책을 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반 목선에 덮개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한 거북선의 원리를 농업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 예로 고구마를 세척하고 포장하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식품으 로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와 달리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그가 초대 농수산식품부장관으로 하마평에 오르자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은 즉각 반박 성명을 냈다. 광주·전남연맹은 “정운천씨는 농수산식품부장관으로서 적임자가 아니다. 다래 묘목 수입 등 정운천씨의 그간 행적을 둘러싼 잡음들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 있어야 하고, 정운천씨를 유명하게 한 다래 사업의 현재 경영 실태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2월18일 이명박 당선인이 그를 포함해 초대 내각 내정자를 발표하자 연맹은 “정운천 내정자에 관한 의혹을 모아 조만간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참다래 경영 과정에서의 도덕성 논란과 재산 문제 등과 관련한 갖가지 의혹들이 불거졌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과거 참다래 묘목을 수입해 팔면서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계약서 위반과 관련해 피소되기도 했다”라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에 정후보는 “1983년 형이 설립했던 ‘삼부무역’의 참다래 수입 묘목 판매를 도와준 적이 있다. 이때 경쟁사로부터삼부무역이 묘목 값을 지나치게 높게 받고 수령도 속여서 판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경찰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또한 한 농가가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광주지검 해남지청에 고소한 바 있는데, 나에 대한 진정 내용은 무혐의로 종결되었다”라고 반박했다.
청문회에서는 정후보자의 부인이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후보자 부부가 신고한 재산은 모두 27억1천6백여 만원. 이 가운데 부인 최경선씨가 갖고 있는 채권 2억1천5백만원이 문제가 되었다. 이 돈으로 제주도에 사는 김 아무개씨 명의로 한라봉 농장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김우남 통합민주당 의원은 “2003년 10월께 후보자 부인이 김씨에게 토지 매입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그 부동산에 대해 채권소유권이전청구가등기를 해놓았다. 사실상 등기부상의 소유자인 김씨가 그 땅을 매매하거나 담보로 잡힐 수 없게 해놓은 것이다”라며 명의신탁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후보는 “김씨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거절하지 못하고 아내 명의로 빌려준 돈이며, 채권에 대한 담보 성격으로 토지에 대한 가등기를 했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농지를 매입할 경우 당사자가 1년에 최소한 30일은 현지에서 일해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 후보자의 부인이 서울에서 교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차명으로 매입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게 된 것이다.
후보자가 ‘로비의 귀재’로 불리는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이 국고와 지방비 등을 대규모로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 요구 자료에 따르면, 사업단은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백15억6백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로 20억4천3백만원, 융자로 62억2천9백만원 등이다. 사업단이 받은 지원금이 과다하며, 이 지원금으로 키위를 수입하는 데 썼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강기갑 의원은 “보통 영농조합도 한 번 받기 힘든 정책자금을 50여 차례나 받은 것도 의혹이지만, 참ek래유통사업단의 경영 이익 대부분은 국내산 키위 매출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입산 키위 판매를 통해 올린 것이다. 유통사업단이 수입상이냐”라며 추궁했다. 이에 대해 정후보자는 “우리 참다래를 생산할 때를 제외한 6월에서 10월까지 창고가 비어 있을 때 수입한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대규모 지원 받고 경영 악화…“그러고도 성공한 CEO라고?”

대규모 지원을 받으면서 경영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다래유통산업단의 부채 비율이 7백84%에 달하고 있어 성공한 농업 CEO라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한 후보자의 참다래 사업 터전인 전남 해남 주민들이 그를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지역민들은 정후보를 ‘로비의 귀재’라거나 ‘장사꾼’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사기꾼’이라고 혹평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해남 지역 농민단체의 한 간부는 “정후보자는 농민이 아니라 성공한 유통법인의 CEO이자 장사꾼일 뿐이다. 참다래 묘목을 팔고, 하우스 설치 장비들을 판매하는 등 농민을 대상으로 장사한 사람이다. 1990년대 초반 해남 지역에 처음으로 참다래를 심었다가 피해를 본 농민들이 많다. 그래서 지역민뿐만 아니라 관공서 직원들 상당수가 정후보자를 사기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전남 해남에 사는 김 아무개씨가 참다래유통사업단이 분식회계를 한 혐의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지역 여론은 인사청문회에서도 언급되었다. 김홍업 통합민주당 의원이 “해남 지역 주민들의 평판이 우호적이지 못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하자 정후보자는 “해남 군민을 위한 소득 작목 개발과 소득 안정을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라고만 언급했다.
정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갖가지 의혹이 불거졌지만 ‘무사히’ 넘긴 셈이다. 워낙 다른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문제가 많아 정후보자의 석연치 않은 의혹들은 묻혀버렸다. 하지만, 광주·전남 지역 농민단체들이 조만간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묶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함에 따라 그에 대한 검증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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