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나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 승인 2008.03.0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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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이 풀어낸 사랑 방정식…마지막 키스 장면 인상적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는 하도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지경이다. 누구는 ‘경우의 수’가 다 나와서 더이상 사랑을 줄거리로 한 영화는 만들 수 없다고도 말한다. 죽거나, 헤어지거나,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식으로 결말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랑 타령은 아직도 유효하게 영화를 먹여 살리고 있다.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는 세상이라면 사랑은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들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어서이다.
장 루이 트렝티냥과 아누크 에매가 주연한 영화 <남과 여>는 영화사에 남을 만한 불후의 명작이다. 한석규의 연기가 돋보였던 <8월의 크리스마스>도 수작이고 <미워도 다시 한 번>은 그 제목 때문에 인구에 회자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한국 영화는 사랑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채 죽도 밥도 아닌 멜로를 그린다. 가슴에 남기는커녕 희화화된 사랑이 관객들을 슬프게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우선, 잘 생긴 주드로가 나온다는 점에서 여성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연인에게 버림받고 실연에 빠진 엘리자베스(노라 존스 분)는 둘이 함께 자주들렀던 카페 코니 아일랜드를 찾아간다. 카페 주인 제레미(주드 로 분)도 그녀를 잘 알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제레미에게 자신의 방 열쇠를 맡긴다. 그녀의 연인이 찾아오면 건네주라면서. 코니 아일랜드에는 사랑을 버린 연인들이 열쇠를 맡기는 유리병이 있다. 제레미는 그녀에게 블루베리 파이를 권한다. 손님들이 잘 찾지 않는 블루베리 파이는 버려진 엘리자베스를 상징하고 있다.

지독한 사랑은 아무도 받지 않는다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엘리자베스는 훌쩍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경찰관 어니를 만난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아내는 그의 지독한 사랑에 질린 상태이다. 사랑을 주려는 남자와 그 사랑을 거부하는 여자. 그들도 한때는 사랑했었던 연인이었을 텐데 그 사랑이 왜 변했을까.
다시 여행을 떠난 엘리자베스 앞에 이번에는 도박사 레슬리(나탈리 포트만 분)가 나타난다. 도박사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아버지의 사랑을 외면하고 집을 나온 상태이다.

레슬리의 아버지 역시 딸에게 사랑을 주고 싶었지만 거절당한 것. 경찰관 어니와 마찬가지로 사랑을 거절당한 남자는 외롭다. 엘리자베스는 틈틈이 코니 아일랜드 카페의 제레미에게 엽서를 쓴다. 제레미는 엽서를 받아볼 때마다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관객들에게 설교를 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 가지 사랑을 보여주면서 이럴 경우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식으로 묻고 있다. 마지막 키스 장면이 볼만하다.
3월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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