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려면…
  • 김홍신 (소설가) ()
  • 승인 2008.03.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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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의 인사 파동을 지켜보며 우리 헌정사상 성공한 대통령이 한 명도 없다는 뼈아픈 현실을 문득 떠올렸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장관 내정자는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이라고 했다. 그런 식으로 한다면 남의 물건을 훔친 도둑은 얼마나 할 말이 많겠는가. ‘재물의 일부인 이 물건을 사랑할 뿐’이라고 우기면 어찌 용서하지 않을 수 있으랴.
설마 그럴 리야 없지만, 이번 인사 파동은 이명박 대통령의 도덕적 결함을 상쇄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우자는 심리적 충성과 심정적 경호가 작용한 것 같아 가슴이 아릿하다. 절대 권력을 가진 대통령 좌우에는 오직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장관은 불쏘시개나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는 우월적 지배의식이 상존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통령과 정권 앞에서 ‘No’라고 말할 것 같은 인재는 아예 기용하지 못하게 하는 충성 경쟁이 난무하기도 한다. 자녀가 ‘No’라고 해도 못 견디는데 하물며 내가 선택한 인물이 ‘No’를 외치는 것을 축구 경기의 ‘자살골’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감 없는 지도자와 참모들의 맹점은 반대파와 비판자를 포용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새 정부의 첫 내각 인사가 대통령의 반대파와 비판자들 중에서도 골고루 인재를 기용하는 과감함과 신선함을 보여주었다면 얼마나 근사했겠는가.
인사가 만사임에도, 더구나 대기업의 성공 신화를 이끌었고 인구 1천만 수도 서울의 행정을 경험했음에도 새 정부 인사 파동이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강부자’(강남의 땅 부자)로 희화될 정도로 실패작이 되었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 투쟁의 시대를 넘어 동반의 시대’를 다짐했다. 부동산 투기, 군사독재 정권에 아부, 자녀들의 이중 국적, 세금 누락, 경력 조작, 논문 표절, 훈장 반납 파문, 해괴한 변명이 실용주의 노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동반의 시대를 열겠다면서 굳이 유인촌 내정자를 호남 사람으로 규정해 호남 배려를 강조할 만큼 호남을 무시한 것이 동반의 시대를 상징하는 것일까?

“No” 외칠 인재 없으면 ‘비실용적’

시중의 우스갯소리 가운데 가슴 미어지는 얘기가 있다. 이번 인선은 대통령과 장관들처럼 무슨 짓을 하든 부를 축적하는 비법을 일러주어 국민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 주려는 본보기를 삼은 것이라는 비아냥이 만연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반대파와 비판자가 단 한 명도 없고 대통령에게 ‘No’라고 말할 인재가 보이지 않는 측근 가신만 중용했으면서도 어찌 실용과 동반의 시대를 강조했는가?
혹여라도 이명박 대통령의 자본주의적 시장중심주의에 입각해 재산 축적이 미덕이라는 단순 사고 때문에 인사 풍파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일부에서는 격변기를 살아온 인재들의 흠결은 이해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 것은 대다수 국민이 애면글면 살아온 고통의 세월을 누가 보듬어줄 것인가를 고심했는가 하는 것이다.
진정 국민을 섬기려면 오직 국민에게만 무릎 꿇고 국민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 역사상 최초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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