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보다 ‘귀하신’ 자장면 세상 오려나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3.1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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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장면을 시켜먹고 ‘애그플레이션’의 위력을 톡톡히 체험해야 했다. 상가 안내책자에 실린 중국음식점을 찾아 자장면 두 그릇을 주문했는데, 배달원은 책자에 적힌 가격보다 1천원을 더 달라고 했다. 최근 며칠 사이에 자장면값이 5백원 더 올랐다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애그플레이션’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밀가루 가격이 오른다고 하더니 라면 가격이 오르고, 결국 자장면 가격까지 올랐다. 과거에 물가 당국에서는 물가 동향이 심상치 않을 때마다 중국음식점을 순찰하며 행정지도를 벌이곤 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중음식이라서 자장면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곧바로 물가지수가 흔들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장면은 오래전부터 물가 관리에 요주의 품목으로 지정되어 당국의 감시망에 놓여 있었다. 그런 자장면 가격이, 치솟는 밀가루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고삐 풀린 말처럼 올라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7일 전국 시도에 ‘지방 물가 안정 강화 방안’을 통보하면서 자장면을 포함한 92종 품목의 가격을 철저히 관리하라고 당부했다. 이 방안에 제시된 자료에 의하면 자장면 가격은 지난 1, 2월에 12월 대비 물가 상승률(0.9%)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9.2%)을 기록했다.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서민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자장면의 위상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여전히 다른음식보다 저렴하고 주문만 하면 언제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그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자장면 가격이 이제 상대적으로 비쌌던 볶음밥 가격과 큰 차이가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중국음식점에서 볶음밥은 자장면, 짬뽕보다는 비싸 격조(?)가 있는 음식으로 통했다. 그래서 단체로 중국음식을 시킬 때 다들 자장면, 짬뽕을 선택하는데 “나는 볶음밥”이라고 외치면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이제 볶음밥과 자장면의 가격 차이는 5백원 정도로 좁혀졌다. 밀가루 가격이 지금 같은 추세로 계속 오른다면 가격 역전이 일어나 자장면을 시키는 사람이 오히려 눈총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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