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박물관장…윗선은 많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 승인 2008.03.17 12: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감 중인 도굴 전문가 서상복씨 일문일답 “사찰 책임자들, 문화재 없어져도 신경 안 써”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인 서상복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도굴의 1인자다. 서씨는 19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문화재를 도굴해왔다. 서울의 봉원사, 경남 합천의 해인사 등 우리나라에 있는 1만여 개의 사찰 중에서 8천5백개를 털었다고 말할 정도이다. 서씨는 최근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신이 도굴하거나 훔친 문화재의 출처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혜문 스님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이 저지른 죄를 참회하고 있다. 국가를 상대로 문화재 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는 봉원사의 소송 대리인인 P&P법률사무소 김형남 변호사가 서상복씨와의 접견 내용과 재판 심문과정에서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사찰에서 훔친 물건을 어떻게 처리했나?
사찰에서는 본래 복장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절도 여부도 모른다. 봉원사에서 불경 중 최고로 치는 금사경과 은사경 3~4벌이 나왔다. 금사경은 상주와 장안동 사람들에게 골고루 팔았다. 쪼개서 팔아야 제값을 받는다.
어떻게 봉원사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나?
당시 봉원사 법당은 열려 있었고 출입이 자유로웠다. (봉원사가) 도성에 있었고 왕실에서 가깝던 관계로 문화재가 많다. 용비어천가는 사찰에서 많이 나온다. 2권이나 3권 같은 것이 여러 사찰에서 나오고 1점을 만들기 위해 여러 사찰을 턴다. 부위사, 청량사, 봉원사에서 훔친 기억이 있다.
도굴한 물건 중 능엄경 언해본은 어디에 팔았는가?
능엄경 언해본도 분산해서 팔았다.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를 분산시켰다. 일부러 여러 사찰을 지명했다.
장물아비들은 물건이 장물이라는 것을 알았는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봉원사에서 훔친 금사경은 무엇인가?
대광불광화엄경, 묘법연화경이 금사경이다. 부모은중경도 금사경으로서 봉원사에서 훔쳤다. 봉원사에서 나온 것은 모두 변상도가 있어서 좋은 물건이다. 변상도가 있으면 1억원부터 출발한다. 봉원사(부처님 금그림)에는 변상도가 다 있었다.
용비어천가에 대한 기억이 있는가?
봉원사에서 4~5권이 나왔다. 같은 번호의 책이었던 것 같다. 묘법연화경 같은 책과 같은 권이 많이 나온다. 봉원사 토굴에(하얀색) 토번이 담긴 부처님 상에서 훔친 기억이 있다. 금붙이 조각상(30~40돈)이 같이 나와서 기억이 난다. 1993~ 1995년도쯤에 도굴했다.
장물아비 구씨는 용비어천가를 책방에서 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림도 없다. 내가 주었다. 안 팔고 갖고 있던 것을 권을 맞추어 팔려고 했을 뿐이다. 금사경 같은 것은 1억~2억원에 팔지만 구씨는 20억~30억원을 받는다. 인사동에서나 고서방을 운영하는 사람이면 3년에 한 번 나올 눈먼 도굴품 하나 보고 가게를 연다. 액세서리를 팔아서 가게 세를 내겠는가? 구씨는 집행유예 기간이어서 협상을 한 것이다. 검사도 국보급 문화재가 돌아오니 집행유예를 받게 해준 것이다. 나도 얼마 전에 국정원에서 찾아와 하나 달라고 했다. (용비어천가를 하나 주면) 풀어준다고 했다.
고가의 물건들은 어디로 가는가?
대학 교수나 박물관 등으로 간다. 윗선은 많다.
당시 압수물이 다시 장물아비에게 환부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물아비한테 다시 돌아간다. 장물아비는 끝까지 선의의 취득을 주장한다. 우리만 입 닫으면 끝이다. 사찰 책임자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문화재가 없어져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