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약점에 찔러넣고 강점으로 때려라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3.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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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에서 드러난 프로야구 8개 팀 ‘아킬레스건’ 분석 / 롯데·한화, 마무리 투수진 보강 필요…SK는 ‘자만심’ 버려야

 
프로야구의 한 해는 바삐 돌아간다. 메이저리그와 한국, 일본, 타이완 등 전세계 프로야구는 2월부터 11월까지는 유급, 12월과 1월은 무급이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페넌트레이스와 플레이오프 그리고 2, 3월과 11월은 준비와 마무리 기간이다.
그 가운데 3월은 시범경기를 하면서 강점을 더욱 가다듬고 약점을 보강해나가는 시기이다. 그런 까닭에 프로야구에서 3월은 어느 달보다 중요하다.
2008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한창이다. 시범경기는 프로야구팀들이 지난 겨울 동안 훈련한 것을 복습해보고, 신인 선수와 새로운 용병 선수의 기량을 점검하는 무대이다. 그리고 자기 팀의 약점을 미리 발견해 앞으로 남은 기간 보강할 수 있는 기회이다. 지난 3월8일 시작된 시범경기는 3월23일까지 팀당 14경기씩 치러진다. 그러면 시범경기를 통해 드러난 8개 팀의 약점을 알아보자.
롯데자이언츠는 21세기 들어 한 번도 ‘가을에 야구를 해보지 못한’ 한을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에 의해 풀려 하고 있다.
롯데는 손민한, 마티 매클레리, 송승준, 장원준에다 예비군으로 염종석·최향남까지 버티고 있어서 선발진이 막강하지만 마무리가 문제이다.
롯데는 지난해 외국인 투수 호세 카브레라가 마무리를 맡았다. 그러나 카브레라는 볼은 빨라도 제구력이 들쭉날쭉이어서 항상 불안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마무리 투수를 놓고 최대성·배장호·임경완 등 3명을 저울질하고 있는데, 배장호와 임경완은 왼손 타자에 약한 언더핸드 투수이고, 최대성은 최고 구속 1백58km까지 던지는 강속구 투수이다.
최대성은 지난해 7월22일 이후 팔꿈치 통증 때문에 전력에서 제외되었다. 팔꿈치 인대가 손상되었다. 그동안 꾸준한 재활 훈련을 받아 이제 완쾌되었는데, 만약 최대성이 롯데의 최대 약점인 마무리를 맡아주게 되면 약점이 강점이 되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한화이글스는 류현진, 정민철, 유원상으로 원 투 쓰리 펀치를 꾸렸다.
류현진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가 없는 국내 최고 투수이다. 지난해 두산베어스의 다니엘 리오스에 밀려 2006년처럼 다승·방어율·탈 삼진왕 등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다승 2위, 평균자책점 4위, 탈삼진 1위에 오르며 2년차 징크스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었다. 그리고 정민철은 1997년 이후 10년 만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통산 다승 2위에 올랐었다.
유원상은 정규시즌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분전하며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한화의 베테랑인 송진우와 문동환, 그리고 안영명 등 3명이 남은 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무리는 외국인 투수 브래드 토마스가 구대성이 부상에서 회복되어 돌아올 때까지 맡게 되는데, 문제는 정민철, 송진우, 문동환, 구대성 등의 나이이다.
42세의 송진우를 필두로 40세의 구대성, 36세 동갑인 정민철과 문동환 등 평균 나이 40에 가까운 투수들이 얼마나 버텨줄 것인지.
그러나 24세의 안영명 선수가 선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안영명은 지난해 중간 계투로 61경기에 나와 1승1패 5세이브 15홀드를 올린 후 올해 타이완에서 벌어지고 있는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대륙별 플레이오프 상비군에 뽑히기도 했다.
SK와이번스, 두산베어스와 함께 3강으로 꼽히는 삼성라이온즈는 두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발진이 약하다. 돌아온 에이스 배영수를 비롯해서 용병 오버뮬러와 좌완 전병호, 윤성환 정도가 확실한 선발 라인업이다.
오버뮬러는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선발로 출전해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전병호는 지난해 좋은 활약을 했지만 무게감이 떨어지고 윤성환은 구위는 좋지만 경험과 제구력에 문제가 있다. 나머지 한 자리는 정현욱이나 차우찬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두 선수 모두 직구 스피드는 좋지만 경험과 제구력의 문제로 불안감이 있는 편이다. 결국, 오버뮬러가 얼마나 던져주느냐가 문제이다. 그리고 팔꿈치 수술을 한 배영수도 언제 다시 고장이 날 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삼성·LG, 확실한 ‘에이스’ 띄워야
기아타이거즈는 장성호·최희섭 같은 왼손 거포에 비해 오른손 강타자가 없다. 그래서 조범현 감독이 지난 겨울 동안 오른손 거포 만들기에 힘썼는데, 5년차 김주형과 신인 나지환이 조감독의 눈에 띈 선수들이다.
김주형은 3루수를 포기하고 외야수로 나선다. 수비 부담을 덜어주고 타격을 살려주기 위해서이다.
나지환은 지난해 11월 타이완에서 벌어진 야구 월드컵 때 국가대표 4번 타자로 활약할 정도로 아마추어 시절에는 장타력을 인정받았다. 만약 김주형, 나지환 두 선수 가운데 한 선수라도 성공을 하면 기아의 약점은 거의 없어진다. 두산베어스에서는 일본으로 간 다니엘 리오스의 공백이 눈에 띈다.
메이저리그 출신 김선우를 에이스로 지난해 2선발이었던 레스가 그대로 2선발, 랜들이 3선발 그리고 김명제 4선발, 금민철 5선발로 짜여져 있지만 에이스 김선우가 무너질 경우 대책이 없다.
김선우는 고질적으로 허벅지 부상이 있는데다, 갑자기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3월9일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대륙별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약체 스페인에게도 5회에 집중타를 허용해 4점이나 내주기도 했다.
LG트윈스는 박명환, 옥스프링, 브라운, 봉중근, 최원호, 정재복, 심수창 등 고만고만한 투수는 많지만 한 시즌을 이끌어갈 에이스가 없다.
박명환은 매년 부상으로 중도에 낙마하는 반쪽짜리 에이스이다. 만약 봉중근이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봉중근은 일단 시범경기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우승팀 SK와이번스는 약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 팀이다. 레이번, 채병룡, 쿠비얀, 김광현, 이승호로 이어지는 선발진에 조웅천·가득염 등 막강 불펜 진 그리고 국가대표 정대현이 지키는 마무리는 믿음직하다.
그리고 1번 정근우, 2번 조동화의 테이블 세터와 이진영·이호준·김재현의 클린업 트리오 그리고 박재홍·정경배·박경완으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은 상대팀 마운드를 기죽게 만든다.
그러나 SK와이번스에도 약점은 있다. 바로 자만심이다. 지난해 우승팀으로서 자만심을 갖는다면 팀 분위기가 나빠질 수 있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도 “올해 목표는 2연패가 아니라 우승”이라고 우승에 힘주어 말한다. 지난해 우승을 잊고 오로지 올시즌 우승에만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퇴출된 현대유니콘스 대신 가세한 우리히어로즈는 어떤가. 한화이글스 김인식 감독은 “우리히어로즈가 해외 전지 훈련은 고사하고, 국내에서도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지만 전력만큼은 꼴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현대유니콘스 시절 타율·출루율 1위를 바탕으로 6위를 했지만 올해는 확실한 에이스 즉 15승 투수가 없고, 확실한 거포도 없다.
우리히어로즈의 전력은 분명히 최하위이지만 변수가 있다. 똑똑한 용병 2명이 들어올 경우 탈꼴찌에 성공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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