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들은 여기 다 모였네
  • 소종섭·김지혜 기자 ()
  • 승인 2008.03.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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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나경원-신은경 ‘미녀 혈전’에 정범구까지 가세

 
서울 중구는 전국적인 지명도와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춘 두 여성 후보의 대결이 후끈 달아오른 지역이다. 애초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전략 공천되면서 “거저 먹었다”라는 말이 당 주변에서 나돌았으나, 3월18일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진 박성범 의원의 부인 신은경 전 KBS 앵커가 자유선진당 후보로, 3월20일에는 정범구 전 의원이 통합민주당 후보로 나서면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나후보와 신후보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여성이고, 미인이며, 대중적인 인기를 갖추었고, 나후보는 한나라당 전 대변인, 신후보는 자유선진당 대변인을 맡아 정당의 ‘입’으로 통한다. 이른바 ‘미녀들의 전쟁’이다. 묘하게 민주당 후보인 정 전 의원도 대변인으로서 성가를 높인 적이 있어 중구는 ‘미인 전쟁’에서 ‘대변인들의 전쟁’ 지역이 되었다.
3월19일 중림시장을 찾은 나후보에게 신후보와의 차별화 전략이 무엇인지 물었다. “주민들은 능력과 실력을 가진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17대 의정 활동과 대선 과정을 통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경로당에서 선거 유세를 할 때에는 “예쁜 아줌마가 나왔다” “우리가 뽑기로 했으니 걱정 말아라”라며 지지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나후보는 “중구가 하나도 발전이 안 되어서 가슴이 아팠다”라고 하면서 신후보의 남편인 박성범 의원을 에둘러 공격했다. 초·중·고등학교를 중구에서 마친 인연도 강조했다.

 
첫 여론조사에서는 나후보가 일단 앞서
신후보는 “선거는 끝날 때 웃는 사람이 승자다. 12년간 박성범 의원을 도왔기 때문에 이 지역의 어디에 가서 뭘 해야 하는지 잘 안다. 중구가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은 전형적인 선거용 비판이다”라고 반박했다. “시장의 민심을 보면 안다. 이들은 나를 식구같이 느낀다”라고도 말했다. 지역 주민과의 스킨십, 대면 접촉에서 나후보보다 훨씬 앞선다는 것이다. 신후보는 고가 철거, 고도 제한 해결 등 비교적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이야기했다. 3월19일 신당동 중앙시장 선거 유세장에서는 “박성범 의원 대신 나오라고 했는데 진짜 나왔네. 괜히 다른 식구 왜 뽑나. 우리 사정 잘 아는 내 집 식구가 최고다”라면서 등을 두드려주는 상인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나·신 후보의 경쟁에 정범구 전 의원이 뛰어들면서 중구 승부는 박진감을 더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서민 중산층 다수의 입장을 대변해 돈과 경제 중심의 사회를 사람 중심의 사회로 변화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나·신 후보로 갈라진 보수 표의 틈새를 정 전 의원이 얼마나 뚫고 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구의 승부는 나후보가 높은 인지도를 실제 지지도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는가, 남편을 도와 이곳에서 12년간을 갈고 닦은 신후보가 ‘개인기’로 낮은 정당 지지도를 극복할 수 있는가, 정 전 의원이 민주당 지지층을 얼마나 잘 묶어낼 수 있는가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3월19일 중앙일보가 중구 유권자 4백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나후보는 40.4%를 얻어 17.0%에 그친 신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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