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도 성장하고 그새 아이도 ‘쑥쑥’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 승인 2008.03.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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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부 돌파한 <코믹 메이플스토리>의 인기 비결

 
최근 <코믹 메이플스토리> 제26권이 출간되면서 이 책 시리즈의 전체 누적 판매 부수가 7백만부를 넘어섰다. 불황이 만성화된 국내 출판계에 국내 창작물의 ‘대박’ 소식은 활력소가 된다. 한국 만화가 지원 부족과 표절 문제 등으로 날개를 달지 못하고 추락하는 사이 일본과 미국 만화가 국내 시장을 점령해왔다. 일본 만화만 잘 수입하면 그만이라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힐 지경이라고 토로하는 만화계 종사자들도 있었다. 어린이들도 <짱구> <명탐정 코난> 같은 일본 만화에 길들여져 국내 창작물이 다가갈 틈을 주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게임과 관련지어서 또는 학습 만화가 아니라서 기피하는 어른들이 많은데, 어떻게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2004년 봄 국내 아동 창작 만화 <코믹 메이플스토리> 첫 권이 세상에 나왔을 때 어른들의 반응을 돌이켜보자. 온라인 게임의 중독성을 지적하는 기획 기사를 쓰기도 한 한 주간지 기자는 “게임 캐릭터를 이용한 만큼 책을 읽은 어린이가 게임에 접근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시대가 바뀌고 인식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만화를 터부시하는 부류 또한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예전에는 아예 만화책을 학교에 가져오는 것 자체에 대해 벌을 주었는데, 당시에는 ‘학습 만화는 되고, 코믹 만화는 안 된다’라는 기준으로 완화했다”라며 이 책의 학교 반입 또한 금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당시 이 책을 처음 접했던 어린이들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PC게임을 어느 정도씩은 하고 자란 터라 어린이들은 <코믹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와 스토리에 쉽게 빠져들었다. 1권은 2권의 출시를 기다리게 만들었고, ‘중독성’과 ‘전염성’을 띤 것처럼 독자들을 늘려나갔다. 반 친구 생일 선물로 이 책을 선물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어른과 아이 사이. <코믹 메이플스토리>를 중간에 두고 분명한 세대 차이가 존재한다. 지금의 어른들도 <로보트 태권브이> <개구리 왕눈이> 등 애니메이션과 <독고탁> <캔디> 등 만화책을 보며 열광했던 시절이 있다. 그런데 자신이 어릴 때 그랬던 것을 까마득히 잊기나 한 것처럼 아이가 볼 만화를 고르는 데 왜 그리 인색하기만 했을까. <코믹 메이플스토리>는 부모가 책을 골라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인터넷 서점에서는 학습 만화인 <마법 천자문> 등에 뒤처져 있다. 그 대신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도 드나드는 ‘영광’을 얻었다. 국내 어린이들이 판매 현장에서 직접 선택한 베스트셀러라는 것이다. 이는 어른들의 오해와 편견을 뚫고 어린이들이 열렬한 지지를 계속 보내왔음을 보여준다.

 

상상력 키워주는 유익한 내용 담아
첫 권부터 이 책을 기획해온 서울문화사 아동기획팀 최원영 팀장은 “학습 만화들은 저자의 의도에 강제적으로 따라가는 식이어서 아이들이 피곤해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 주어야 한다. 이 책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면서 유익할 수 있도록 꾸몄다”라고 책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최팀장은 “이 책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는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보면 재미있어서 기분이 좋아지는, 그야말로 아이들에게 ‘청량제’와 같은 매개체가 되도록 만들려고 애썼다”라고 덧붙였다.
‘게임 캐릭터가 먹여 살린다’는 식의 비아냥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그럴수록 최팀장은 자신의 원칙, 즉 ‘좋은 상상, 긍정적 상상, 자신감을 심어주는 상상을 하게 하는 내용과 아이들에게 유익한 스토리만 담는다’는 원칙을 꼿꼿이 지켰다. 게임의 인기에 편승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으로 재미만 추구해서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식의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이 책의 1권부터 26권까지 일관되게 유지해온 것은 바로 ‘상상력과 유익함’이다.
최팀장은 “요즘에는 이 책에 대해 오해하는 어른들이 많이 줄었다는 것을 느낀다. 오히려 교육 효과 면에서 지지해주는 학부모들이 많아져 시리즈를 계속 내는 데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아이가 이 책 때문에 한글을 적극 배우려 애쓰는 계기를 얻었다는 한 재미교포의 메일을 받고는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성독서논술연구소 심유미 소장은 “이 책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가치관을 담고 있다. 친구 간의 우정과 희생, 자연물에 대한 존중이 그것이다. 아이들에게 감동과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언어나 삽화에 큰 무리가 없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고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면 아이들의 문화를 공유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 사고의 폭과 깊이를 더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평을 내놓았다.
1권의 캐릭터는 그동안 쑥쑥 자라 26권에서는 많이 성장한 모습이다. 이 책을 읽고 성장하는 요즘 아이들과 교감하려면 <코믹 메이플스토리>를 읽으라는 말도 왕왕 들린다. 이 말은, 오해와 편견까지 가세해 더욱 불확실한 시장에서 ‘창작’의 승리를 거둔 이 책을 국내 만화계와 출판계의 미래를 비추는 교본으로 읽으라는 말로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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