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노리는 더러운 손 이렇게 표시난다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 승인 2008.03.3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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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문가 게이도 씨가 내놓은 아동 성범죄 ‘방지책’ / “주위의 소아 성애자를 우선 찾아내라”
 
지난해 12월25일 안양에서 사라진 이혜진·우예슬 양이 석달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두 아이의 부모는 단장(斷腸)의 아픔을 느끼며 비통해했다. 당사자뿐만이 아니다. 이 끔찍한 범죄에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함께 아파하며 두려워하고 있다. 자신의 아이들 역시 언제 혜진·예슬 양과 같은 일을 겪을지 모를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범죄는 비단 우리의 일만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수많은 아이들을 잃었다. 메건법(성범죄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지역에 제공하는 내용)으로 잘 알려진 ‘메건’이나 앰버 경고(어린이 실종 사건이 발생하면 고속도로 등의 전광판과 휴대전화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해 실종 어린이의 조기 발견을 유도하는 시스템)에 붙여진 ‘앰버’도 희생된 어린이 중 한 명의 이름이다.
미국의 경우 아이들을 잃을 때마다 어린이 대상 유괴와 성범죄 방지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고, 특히 어린이 성범죄 전문가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 뉴욕 주 뉴로첼 지역에서 29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한 마크 게이도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게이도 씨는 2000년 ‘올해의 조사관 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 있는 수사관이었다.
게이도 씨는 20년 이상 범죄 전문가로 집필 활동을 해왔다. 수많은 웹사이트와 출판물에 법 집행 업무와 관련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04년 연쇄 살인범에 관한 글인 ‘미네소타의 괴물’은 그해의 잡지 기사 ‘톱 3’에 선정되기도 했다.
게이도 씨는 미국의 유명 범죄 관련 사이트인 ‘크라임 라이브러리’에 소아 성애자와 어린이 성추행범에 관한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시사저널>은 우리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을 게이도 씨의 글에서 발췌해 정리했다. 그는 법과 사회의 테두리 내에서 성범죄자들을 관리하는 방법과 그들을 알아볼 수 있는 요령, 그리고 아이들을 범죄의 위험에서 떼어내는 방지책 등을 언급하고 있다.
선호형 어린이 성추행범, 범행 전에는 아이들에게 매우 친절
소아 성애자는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를 성적으로 선호하는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미국 심리학협회는 소아 성애자를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에게 최소 6개월 이상 과도한 성적인 환상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한다. 보통 12세 이전의 어린이가 그 대상이다. 단순한 소아 성애자는 심리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을 뿐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비밀로 소아 성애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소아 성애자의 경우 그 누구와도 자신의 성적 환상을 공유할 수 없다. 아이에게 접근하기 위해 미혼모나 자식이 있는 이혼녀와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 소아 성애의 대표적인 특징은 아이들과 가까이 있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어린이 성추행범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은 상황에 따라 우발적으로 어린이 성추행범이 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범죄를 일으킨다. 그리고 놀랍게도 성적인 취향이 그 원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우발적 어린이 성추행범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아이와 성행위를 하는 사람으로 설명된다. 물론 이들의 95% 이상은 남성이다. 이들은 정신적 혹은 유전적으로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성장 과정에서 받은 성적 학대의 경험이 우발적인 어린이 성추행범을 만들기도 한다. 우발적 어린이 성추행범은 자기애가 낮고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어린이와의 성행위를 폭력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한다. 혹은 성인의 대안으로 아이들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들은 어린이에게서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것만 생각할 뿐이다.
반면 선호형 어린이 성추행범은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고 한다. 이런 부류의 범죄에는 많은 수의 알려지지 않은 희생자가 존재한다. 1995년 텍사스의 한 성추행범은 여섯 살 어린이를 강간한 혐의로 체포된 후 2백40명의 어린이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죄가 추가로 밝혀졌다. 수백명의 선호형 어린이 성추행범을 조사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평균 1백50명의 어린이에게 2백81번의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형 어린이 성추행범은 우선 아이들에게 매우 친절하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거나 아이들의 감정의 빈틈을 노려 유혹한다. 아이들과의 우정을 돈독히 하며 그 우정을 이용한다. 미국 법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12세 이하의 피해자 중 90% 이상은 가해자와 아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단하게 말하면 선호형 어린이 성추행범은 성적인 환상을 현실에서 실행하는 소아 성애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형에서는 다른 범죄자들보다 좀더 가학적이고 잔인한 경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소아 성애자가 보이는 여섯 가지 행동 특성

하지만 누구도 소아 성애자가 미국에 얼마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들 중 대다수는 성적 환상을 충족하려고 하지 않으며 사법 기관으로부터 주목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부분 홀로 존재하는 비정상적인 사람이며 다른 소아 성애자와 접촉하지 않는다. 사회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홀로 더욱 깊은 성적 환상과 변태 성욕의 세계로 빠져들기도 한다.
특히 어린이 성추행범의 경우 대다수는 자신의 성적 환상을 해결해주는 어린이 포르노물을 광범위하게 수집한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관심 없거나 무덤덤한 사진이나 그림을 신문 등에서 오려 보관한다. 텔레비전에서 아이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하기도 한다. 학교 운동회 등에 참석해서 몰래 녹화해 보관하기도 한다. 어린이에 관한 슬라이드나 광고 사진, 혹은 어린이들의 기념품, 장난감 등의 형태로 보관된 수집품이 있다면 어린이 성애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선호형 어린이 성추행범의 경우에는 이들 수집품을 지키는 데 모든 방법을 사용한다. 판결을 받은 이후 경찰서에 자신의 수집품을 돌려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해온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럼 소아 성애자를 좀더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범죄를 저지른 소아 성애자에게서는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이나 의심이 가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일 경우 소아 성애자일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 아내와의 성관계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성적 기호 때문에 결혼에 자주 실패하거나 껍데기만 남은 결혼 생활을 한다. 불행히도 아내가 먼저 남편이 소아 성애자인 것을 눈치 채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적 체면 때문에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 어린이를 유혹하거나 어린이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 특히 사춘기 이전의 아이에게 비정상적으로 애정을 보인다면 확실하지는 않지만 소아 성애자인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 종종 고귀하거나 과장된 단어를 아이들에게 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순수한’ ‘순결한’ 같이 일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표현을 쓴다. 소아 성애자들은 말하는 와중에 자신도 모르게 그런 측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 장난감 수집, 모형 자동차나 비행기 등 아이들의 세계를 취미로 삼거나 거기에 흥미를 보인다. 자신의 집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테마로 꾸미는 경우도 있다. 그런 테마는 자신이 좋아하는 피해자의 나이대를 반영한다.
△ 30세 이상 되도록 친구가 거의 없고 혼자인 경우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유 없이 자주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도 그렇다. 직업을 잃었을 경우 왜 실직했는지 설명을 못하는 경우도 의심해보아야 한다.
△ 어린이들에게 체계적으로 오랫동안 연락한다. 그들은 어린이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항상 어린이들 주위를 배회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접촉할 구실을 찾는다. 그래서 어린이들과 자주 접하는 일거리를 구하기도 한다. 학교 교사나 학교 버스 운전사, 사진사나 운동 코치를 하면서 자신들의 욕구를 만족시킨다. 어떤 이들은 부모가 돌봐주기 어려운 어린이들만을 위한 자원 봉사를 찾아 하기도 한다.
아이에게 과도한 관심 보이는 주변 사람도 의심해야
소아 성애자들은 문제가 있거나 혼자 있는 아이들에게 상당히 능숙하게 접근한다.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접근 방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접근 기술은 고전적인 방법이다. 그들은 아이를 놀이공원이나 박물관, 레스토랑 등 재미있는 장소에 데려가 환심을 산다. 만약 아이가 가정 환경 등에 문제가 있으면 편안한 안락처를 제공한다. 이런 경우 아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소아 성애자가 성적 학대를 하더라도 부모처럼 느끼기도 한다. 흔히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심리적 현상이다.
만약 당신의 주변 사람들 중 (가족이든 이웃이든) 누군가 아이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인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의심은 함부로 말할 것이 아니라 배우자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아이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성적으로 학대받고 있는 아이는 눈에 띄게 변화된 행동을 한다. 그러므로 아이가 원래 행동을 벗어나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행동을 하거나 악몽을 자주 꾼다고 말할 때, 이전에 방문했던 장소에서 또는 이전에 만난 사람에게 평소와 다르게 의심스러운 행동을 할 때, 아이가 성관계와 관련된 단어나 생식기, 혹은 그것과 관련된 그림에 대해 관심을 보일 때 유의해야 한다.
심리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성기나 항문 주위가 빨갛다거나, 출혈이 있을 경우도 성추행을 당하지 않았나 의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추행은 눈에 보일 만한 물리적인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상처가 남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강제적으로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가해자가 아이의 성기를 이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구강이나 신체 접촉만으로도 성추행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어떤 성추행범은 경찰에 잡혔을 경우 오히려 자신이 아이의 의학적인 검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눈으로 알아볼 만한 상처가 없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어린이 성범죄 수사관이라면 상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는 성추행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성추행을 당한 아이의 경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은 우리가 믿음으로 보살펴준다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원래처럼 돌아갈 수 있다. 그리고 성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부모의 아이들은 나쁜 기억으로부터 회복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우리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린이 성범죄에 관한 지식을 기르고 경계심을 가지는 것뿐이다. 아이의 안전을 보장하고 그들의 꿈을 지켜주는 것, 그리고 성추행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그들의 악몽을 지워주는 것 모두가 결국은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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