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세계화에 대비 해야 한다”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3.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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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 / “벌떼 야구는 나의 생존 방식”

 
사람의 인생을 초년, 중년, 말년으로 나눌 때 김성근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감독(66)은 초·중년보다는 말년 운이 좋다. 김감독은 1984년에 처음으로 OB 베어스 감독이 되었고, 이후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즈, 쌍방울 레이더스, LG 트윈스 그리고 2006년에 SK 와이번스를 맡는 등 6팀을 전전했지만 팀을 우승시킨 것은 지난해 SK 와이번스가 처음이었다.
그동안 태평양 돌핀스, 쌍방울 레이더스같이 약팀을 맡아 전력을 극대화시켜서 포스트 시즌까지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래서 과거 해태 타이거즈를 맡아서 9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김응룡 감독이 ‘우승 청부사’라고 불린 반면 김감독은 ‘페넌트레이스용 감독’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었다.
그러나 김감독은 지난해 SK 와이번스를 우승시킨 데 이어 일본 프로야구 우승팀 주니치 드레건스와의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도 선전해 일거에 국내 최고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김감독은 지난 3월2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3층 거문고홀에서 열린 2008 삼성PAVV 프로야구 미디어 데이에서 다른 7개 팀의 감독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미디어 데이에서 다른 7개 팀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
기분이 묘하다. 삼성 라이온즈가 2연패 했을 때도 선동열 감독을 그렇게 공격하지 않았는데, 내가 우승을 차지하니까 유난히 적이 많아진 것 같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타협을 할 줄 모른다. 항상 내 고집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감독을 하면서도, 다른 감독과는 달리 매스컴 관계자들과 거의 어울리지 못했다. 그들과 어울릴 시간이 있으면 야구 연구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러한 고집이 매스컴 또는 다른 야구인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는 원인이 아닐까 한다. 한마디로 내 생활 모두, 즉 나의 하루 24시간은 야구를 위해서 존재한다. 시범경기에서 패하고 새벽 3시까지 잠을 자지 못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김감독의 야구를 ‘벌떼 야구’라고 혹평하기도 하는데.
모든 것은 변화를 해야 한다. 안주하면 안 된다. 벌떼 야구는 나의 연구 결과다. 한마디로 나의 생존 방식이다.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1 대 1로 하면 안 되니까 여러 명의 투수를 동원하는 것이다.
야구 인생 50년인데, 야구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젊을 때는 체력으로 야구를 하고, 중년에는 기술로 하고, 나같이 늙은이는 머리로 야구를 하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야구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인생과 같다.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과 약간의 언쟁이 있었는데.
김경문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으로 잘했다. 우선 과감하게 세대 교체를 했고, 궁극적인 목표인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출전 티켓도 땄다. 그런데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우리 팀에서 국가대표로 뛴 정대현, 김광현, 이진영 등이 조금씩 다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병가지상사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겠다. 2006년 일본은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즉 WBC 대회에서 미국·한국·쿠바·파나마·베네수엘라·캐나다 등 야구 강국들을 모두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가 끝난 후 당시 소프트뱅크 호크스 팀 감독으로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한 왕정치 씨가 롯데 지마 마린스 팀을 찾아왔다.
나는 당시 롯데 지바 마린스 팀 코치로 있었는데, 왕 감독이 우리 팀 버스가 서는 곳까지 직접 다가와서 롯데의 바비 발렌타인 감독은 물론 나를 비롯해서 모든 코칭 스태프, 심지어 선수에게까지 90° 각도로 인사를 했다. 롯데팀에서 선수를 보내줘서 우승할 수 있었기에 고맙다는 의미였다. 일본 프로야구는 12팀이 있는데, 왕 감독 자신이 속한 소프트 뱅크 호크스 외에 다른 11개 팀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감사 인사를 한 것이다.
이번에 타이완에서 벌어진 2008 베이징올림픽 대륙별 플레이오프에 출전했던 코칭 스태프가 고맙다는 인사는 차지하고, 감사 전화라도 했는지 묻고 싶다.
우리 히어로즈팀에서 자유계약 선수로 풀린 정민태 선수를 원했는가?
우리 팀 프론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를 했다. 나에게도 자문을 해왔기에 데려와도 좋다고 했었다. 정민태는 비록 기아 타이거즈로 갔지만 몸 상태가 좋다고 들었다. 따라서 10승도 가능하다고 봤다. 그리고 정민태같이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는 팀에서 필요하다. 정민태는 최다승 투수도 했었고, 최고 연봉도 받아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본 프로야구 경험이 있다. 앞으로 지도자가 되어서도 잘할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 경험을 강조하는 이유는?
삼성 라이온즈 선동열 감독이 좋은 보기다. 만약 선동열 감독이 한국에만 있었다면 지금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선동열 감독은 투수 출신으로 일본에 가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진이 8개 팀 가운데 가장 강한 것도 선동열 감독 때문이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박찬호 같은 선수가 한국에 와서 지도자가 되면 매우 이상적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그렇다. 박찬호가 한국에 와서 지도자가 되었을 때 한국 프로야구는 한 단계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한국보다 한 단계 높은 일본보다도 더 배울 것이 많다. 그것은 경험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 박찬호는 한양대를 중퇴하고, 메이저리그에 뛰어 들어 ‘톱 10’ 안에 드는 연봉도 받아봤고, 팀내 최다승인 18승도 올렸다. 그리고 통산 100승도 넘어섰다. 한국 프로야구계로서는 보배 같은 존재다.
흔히 박찬호와 선동열 그리고 이승엽을 비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투수와 타자로 분류해야 한다. 투수 가운데 선동열과 최동원은 시대의 희생자다. 만약 그들이 메이저리그에 갔다면 각 팀의 1~2선발을 했을 것이다. 정말 아까운 선수들이다. 타자 가운데는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를 정복한 후 메이저리그에 가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타자이고, 과거에는 김재박이 유격수로서 메이저리그에 가면 웬만한 팀에서는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었다.
프로야구 27년 만에 처음 외국인 감독으로 등장한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롯데 선수들이 달라졌다. 야구를 즐기면서 하고 있고, 빨라졌다. 롯데 선수들이 제리 로이스터 감독으로부터 노하우를 배워 한국 프로야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다. 성적은 두 번째 문제다.
이 기회에 우리 야구도 글로벌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메이저리그와 아시아리그(한국, 일본, 타이완 또는 중국)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설사 페넌트레이스를 함께 하지는 못하더라도 아시아리그 챔피언과 메이저리그 챔피언이 진정한 의미에서 월드시리즈를 해야 한다.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우리 히어로즈의 팀 운영 스타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제까지 프로야구가 성적, 즉 우승 지상주의였다면 우리 히어로즈가 들어오면서 성적도 좋아야겠지만, 우선 구단이 흑자를 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바뀌게 될 것이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프로야구도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다. 결국은 흑자를 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올해 이승엽은 어떨 것 같은가?
솔직히 불안하다. 타이완에서 있었던 올림픽 예선에서 무리를 했는지, 시범경기에서 좋지 않은 게 걸린다. 오른쪽 어깨가 문제다. 공을 때릴 때까지 오른쪽 어깨를 닫아놓지 못하고 미리 열린다. 어깨를 닫았다가 임팩트와 함께 고무줄처럼 회전하는 것은 타격의 기본이다. 그러나 활시위를 항상 팽팽하게 유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어깨가 일찍 열리면 두 팔과 방망이가 직선으로 쭉 펴지지 못한다. 힘을 집중하기 어려운 데다 몸쪽 공을 때릴 때 힘을 싣기 어렵고, 바깥쪽 공을 치면 타구가 파울 지역으로 휜다. 좋은 타이밍에서 스윙이 시작되어도 방망이가 헛돌 수 있다. 빨리 감을 잡지 않으면 초반에 고전할 것 같다.
지난해 SK 와이번스가 우승을 했을 때 부상 선수가 없었던 것이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이호준과 정경배가 다쳤다. 두 선수 모두 5월에나 돌아온다. 그래서 그들이 모두 돌아오는 5월 초까지 우리 팀 승률이 5할 안팎을 유지하면 우승까지 가능하다.
새로 들어온 쿠비얀 투수에게 거는 기대는?
쿠비얀은 베네수엘라 출신인데, 기본적으로 볼이 빠르고 성격도 긍정적이다. 다만 다혈질이기 때문에 마운드에서 침착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7승(8패)을 올렸던 레이번과 함께 30승을 합작해줬으면 좋겠다.
신인 선수 가운데 모창민 선수가 눈에 띄는데.
모창민은 내가 성균관대에서 인스트럭터로 있을 때 눈여겨봐두었다. 우선 발이 빠르고, 장타력이 뛰어나다. 아직 수비가 불안한데 일단 3루수 요원이지만 유격수, 1루수 등을 두루 보게 할 생각이다.
야구 전문가들은 SK 와이번스와 함께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를 4강 후보로 올려놓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두산 베어스가 가장 좋다. 우선 젊은 선수들이 많고, 투타의 밸런스가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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