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하다 ‘억, 억’… 변심 바쁜 표심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3.3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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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최대 요충지 잡기’ 양강 대결 팽팽…강남은 한나라당 독주, 동·북부는 예측 불허 대혼전

 
하루가 다르다. 서울 표심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어제 앞서던 후보가 오늘 뒤집어진다. 주로 한나라당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들에게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견제론’이 커져가는 흐름이다. 지난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 지역 총선에 출마한 한 한나라당 후보는 “밑바닥 민심이 음산하다”라고 표현했다. 내일은 또 당에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그만큼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표심의 향방은 한나라당의 과반 확보 여부를 좌우하는 잣대다. 지난 대선 때 53.1%라는 득표율로 전국 평균 48.4%를 5% 가까이 넘어서는 지지표를 이명박 후보에게 던졌던 서울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 때도 한나라당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여의도로 보낼 것인가.
지난 2004년 총선 때 서울은 당시 열린우리당에게 32석을 안겨주었다. 한나라당은 16석에 그쳤다. 이번 총선의 기본적인 흐름은 그때와 정반대다. 이에 힘입어 한나라당 서울시당은 35석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20석을 얻는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자체적으로 ‘우세’ 지역을 18곳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강남 지역이 12곳이다. 강남을 제외하면 중구, 동대문 을, 서대문 을, 양천 갑 지역 등이 우세 지역이다. ‘백중 우세’까지 포함해도 23곳에 그친다.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경합 지역이 10여 곳에 달한다. 민주당은 광진 을, 도봉 갑, 은평 갑 등에서 앞서가고 있다. 지금 상태라면 한나라당이 최악의 경우 서울에서 절반 정도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강북 지역에 ‘열세’와 ‘백중 열세’ 지역이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거물들의 정치 생명 좌우할 중·서부 전투 볼만

한나라당은 지난 17대 총선 때 서울 동·북부 지역 17개 선거구 가운데 홍준표 의원 단 한 명만이 살아남았다. 그때보다 상황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이번 총선 또한 만만치 않은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악화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내각 인선 파동에 이은 여권 내 권력 투쟁 등이 서울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때 3천 표 이내에서 승부가 갈린 곳이 서울의 경우 11곳에 달한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한나라당의 불안감이 더 커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초 한나라당은 ‘이명박 브랜드’를 전면에 내걸고 서울 지역 선거구 전체를 하나로 묶는 개념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물거품이 되었다. 악재가 터지고 당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지금은 오히려 개별 경쟁력으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벼랑 끝에 몰렸다. 2004년 총선 때의 ‘박근혜’와 같은 스타 마케팅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권역을 네 개로 나누었을 때 가장 주목되는 곳이 종로, 중구, 서대문, 은평으로 이어지는 중·서부 지역이다. ‘거물들의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중 있는 정치인들이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다. 종로의 경우 ‘종로의 아들’ 박진 의원에게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도전장을 냈다. 지금 판세로는 박의원이 많게는 16% 이상 손대표를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손대표가 선거운동에 들어가면서 ‘지역구 올인’을 선언한 상태여서 판세가 어떻게 변할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종로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대권 도전을 꿈꾸는 손대표와 지역 발전을 내세우는 박의원의 한판 승부는 ‘옥스포드 동문’이라는 두 사람의 인연만큼이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구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대변인을 지낸 점에 힘입어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멀찍이 앞서나가고 있다. 애초 자유선진당 신은경 후보가 선전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두 사람의 대결이 화제를 모았으나 신후보의 경우 약한 당세 때문인지 나의원에게 20%가량 뒤지고 있다. 민주당은 뒤늦게 정범구 전 의원을 공천했으나 지지도가 1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이 지역 당협위원장이었던 정대철 고문의 아들 정호준씨가 당선권 밖에 배정된 데 불만을 품고 비례대표 후보를 반납하는 등 악재도 겹쳤다.
은평 을은 이명박 정권의 실세로 통하는 이재오 의원의 생존 여부가 주목되는 지역이다. 각 언론의 조사에 따르면 이의원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 20% 정도 뒤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 3선을 한 그는 평소 지역구를 열심히 가꾸기로 소문나 있었는데 의외의 결과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근혜가 이재오를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이 그녀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이의원을 낙선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문후보를 밀고 있다”라는 것이다. 현재 판세가 유지된다면 이의원의 정치 인생은 큰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서대문의 경우 갑 지역에서는 이성헌 전 의원이, 을 지역에서는 정두언 의원이 각각 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김영호 후보를 제치고 뛰어가고 있다. 은평 갑에서는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한나라당 안병용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동작-영등포-강서로 이어지는 남·서부 지역에서는 동작 을이 최대 화제 지역이다. 한나라당에서 정몽준 후보가, 민주당에서 정동영 후보가 나왔다. 정몽준 후보가 10% 이상 정동영 후보를 계속 앞지르고 있다.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정동영 후보가 35%에 달하는 호남세를 바탕으로 맹렬하게 추격하는 흐름이다. 이 지역에서 누가 선전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강남 바람’이 강북으로 전파되느냐, 아니면 민주당의 ‘강북 바람’이 강남으로 번져가느냐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향후의 정치 인생과 관련해서도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서울에서도 진보 정당 의원 탄생할까

동작 갑에서는 민주당 전병헌 의원과 한나라당 권기균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치열하게 접전하고 있고, 구로 갑과 구로 을에서도 팽팽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영등포 갑의 경우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민주당 김영주 의원을 20% 가까이 따돌리며 질주하고 있다.
동대문- 강북- 노원을 포괄하는 동·북부 지역은 서울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접전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한나라당 권영진 후보가 맞붙은 노원 을이다. 현재까지 판세로는 권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우의원을 앞서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총선 때도 경쟁했는데 당시는 권후보가 1.9% 차로 졌다.

노원 병에서는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를 앞서고 있어 서울에서 진보 정당 의원이 탄생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도봉 을에서는 민주당 유인태 의원이 근소하게 앞서는 가운데 한나라당 김선동 후보가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고, 도봉 갑은 민주당 김근태 의원이 한나라당 신지호 후보를 10% 이상 따돌리고 있다. 광진 을에서는 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이 앞서가고 있고 6선을 노리는 민주당 김덕규 의원과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한나라당 진성호 후보가 맞붙은 중랑 을에서는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강남권은 예나 지금이나 한나라당의 우세가 계속되는 지역이다. 2004년 총선 때도 두 곳을 제외한 아홉 곳을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각 언론들도 송파를 제외한 강남, 서초는 한나라당이 이길 것으로 보고 조사 지역에서 아예 제외하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유일하게 송파 병이 관심을 끌고 있다. 3월27일 현재 판세는 민주당 김성순 후보와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이 경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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