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그들이 있어 프로야구의 봄도 ‘씽씽~’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3.3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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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에서 두각 나타낸 신인과 외국 선수들

 
이제까지 신인이나 용병으로서 그해 프로야구의 판도를 바꿔놓았던 대표적인 선수는 1993년 해태 타이거즈의 이종범, 1999년 롯데 자이언츠의 펠릭스 호세 그리고 2006년 한화 이글스의 류현진이다.
이종범은 광주일고 출신으로 1993년에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서 2할8푼의 타율에 73개의 도루, 그리고 홈런 16개를 치면서 해태 타이거즈의 우승에 기여했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 투수는 프로에 데뷔하던 2006년 다승, 방어율, 탈삼진 등 투수 부문 3관왕을 거머쥐면서 당초 하위권으로 분류되었던 한화 이글스를 준우승까지 밀어올렸다. 류현진은 신인왕은 물론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상까지 휩쓸었다.
펠릭스 호세는 1999년에 롯데 자이언츠 선수로 뛰면서 엄청난 파워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롯데를 준우승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면 3월29일 개막한 2008년 프로야구 판도를 좌지우지할 신인과 새로 가세한 외국 선수들의 면모는 어떠할까.
롯데 자이언츠의 두 외국 선수 마티 맥클레리와 카림 가르시아의 활약은 ‘5백만 관중’ 돌파를 선언한 올시즌 프로야구의 전체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두 선수가 롯데의 기대만큼 해준다면 야구 도시를 자처하는 부산에 다시 야구 열풍이 몰아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프로야구 전체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감독’의 롯데, 외국 선수에도 기대

롯데 자이언츠의 프로야구 27년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인 제리 로이스터가 한 팀에서 2명의 외국 선수를 기용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처음으로 선택한 선수가 투수 마티 맥클레리이다. 키 1백90cm, 체중 1백2kg의 맥클레리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에서 활약했으며 큰 키에서 내려꽂는 평균 1백45km의 빠른 직구와 각도 큰 변화구가 주 무기로 알려져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12경기 2승 무패, 방어율 5.28. 마이너리그에서는 7년간 뛰며 3백93경기에 출장해 47승 65패 방어율 4.04를 기록했다. 지난해 성적은 마이너리그 24경기 5승 8패, 방어율 4.62, 메이저리그 4경기 방어율 8.22다.
마티 맥클레리는 1백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안정된 제구력 그리고 다양한 변화구로 손민한에 이어 롯데의 2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카림 가르시아는 멕시코 출신으로 타이완에서 벌어진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대륙별 예선에서 멕시코 대표팀의 3번 타자로 활약했고, 시범경기에서는 5할대 타율을 기록해 이대호와 함께 롯데 중심 타선에서 활력소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다재다능한 타자를 ‘5툴 플레이어(5-Tool Player)’라고 부른다. 5툴 플레이어는 타격 정확도, 파워, 주루, 수비, 송구 능력을 갖춘 타자를 말하는데, 기아 타이거즈 이종범 선수의 전성기 때를 연상하면 된다.
기아 타이거즈의 새 용병 윌슨 발데스가 ‘5툴 플레이어’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윌슨 발데스는 기아 타이거즈의 취약점인 유격수 포지션을 맡으면서 빠른 발을 이용해 무려 10개의 도루를 성공시켰고, 정확한 타격과 송구로 조범현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윌슨 발데스의 가세로 기아는 2루수 김종국과 더불어 8개 구단 가운데 최강의 키스톤 콤비를 갖췄다.
기아 타이거즈의 나지완 선수는 신인이면서도 시범경기에서 3할1푼8리, 2홈런, 7타점을 올렸다. 나지완은 시범경기에서 몸쪽 공과 변화구에는 약점을 드러냈지만, 바깥쪽과 어설픈 변화구에는 거의 안타나 홈런을 쳐냈다.
장성호·최희섭 등 왼손 거포가 즐비한 기아에서는 오른손 거포가 필요했었는데, 나지완의 가세로 장성호·나지완·최희섭으로 클린업 트리오를 이루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다.
LG 트윈스 김재박 감독은 선발 투수진을 외국선수 크리스 옥스프링과 제이미 브라운 그리고 박명환과 봉중근까지 4선발을 짜 놓고 5선발 감을 찾았는데, 시범경기를 통해 정찬헌으로 낙점했다.
정찬헌은 올해 광주일고를 나와 계약금 3억원에 LG 트윈스와 계약을 했다. LG가 일본에서 동계 훈련을 할 때 일본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로부터 ‘직구는 지금도 괜찮고, 변화구만 다듬으면 1~2년 안에 빅 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잘 키운 신인이 전체 판도 바꿀 수도 있어

정찬헌은 시범경기 4경기에 나와서 12와 3분의 1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 내용을 기록했다. 정찬헌의 구속은 스피드는 1백45km 안팎으로 그다지 빠르지 않지만 공끝이 좋고, 변화구의 각이 날카롭다. 프로에서 경험만 쌓는다면 두 자리 승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 와이번스 모창민은 선수를 보는 혜안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김성근 감독이 수년 전부터 공을 들여온 선수다.
김감독은 2004~2005년 무렵 인스트럭터를 했었는데, 그 당시 성균관대에서 3루를 보던 모창민을 눈여겨 보아두었다가 지난해 2라운드 1순위로 지명한 것이다. 모창민은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장타력이 있고, 1백m를 11초대에 뛰는 빠른 발에 야구센스까지 갖춰 당장 3루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모창민은 시범경기에서 0.297의 타율에 5타점 도루 7개를 기록해, 만약 최정이 지키고 있는 3루에 들어가지 못하면 유격수로 뛸 가능성도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1백50km대를 던지는 왼손 투수는 지옥에까지 가서라도 스카우트 해오라’는 말이 있다.
두산 베어스 왼손 신인투수 진야곱은 최고 1백54km까지 던지는 왼손 강속구 투수다. 게다가 변화구 컨트롤도 좋아서 시범경기에서 5경기에 나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피칭을 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깜짝 피칭을 한 왼손 투수 김광현 때문에 통한의 패배를 당했는데, 올해는 야곱을 잘 조련해서 요긴할 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김경문 감독은 진야곱을 중간 계투로 경험을 쌓게 한 후 리그 중반쯤에 선발로 전향시킬 예정이다.
신생팀 우리 히어로즈는 시범경기에서 2승 1무 8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아마 페넌트레이스에서도 비슷한 성적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 프로야구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예상이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이광환 감독으로부터 마무리로 낙점받은 신인 김성현 투수다.
만약 김성현이 뒷문 단속을 잘 해주면 우리 히어로즈는 탈 꼴찌에 성공해 올시즌 프로야구 전체 판도를 바꿔놓을 가능성도 있다.
김성현은 올해 제주 관광산업고를 나와 계약금 1억1천만원, 연봉 2천만원에 우리 히어로즈와 계약했다.
김성현은 지난해 7월 대붕기대회 청원고전에서 11과 3분의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괴력을 발휘하며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김성현은 1백84㎝의 당당한 체격에 슬라이더와 커브 등 변화구 구사력이 뛰어나고 고교 시절 최고 1백40㎞대 후반이던 구속이 프로무대에서 시속 1백50㎞를 넘어가면서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 히어로즈는 투수 김성현이 마무리를 맡아주면 국가 대표 황두성을 선발로 돌려, 김수경·제이슨 스코비·장원삼·마일영 등이 선발을, 조용훈·송신형·신철인·박준수가 중간 계투를 맡는 이상적인 마운드 운영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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