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친자’ 가리기 친이·친박 ‘용호상박’
  • 신수건 (국제신문 정치부 기자) ()
  • 승인 2008.03.3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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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울산 / 한나라당·무소속, 곳곳에서 혈투. 부산 금정·사하 을, 진주 갑, 울주 등 혼전 이어져

 
부산·울산·경남은 대구·경북과 마찬가지로 역대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다. 탄핵 역풍이 몰아친 지난 17대 총선에서도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에게 완패했지만 이 지역에서는 총 41석 중 부산 1곳(사하 을), 경남 3곳(김해 갑·김해 을·창원 을) 울산 3곳(동구·북구·울주군) 등 7곳만 내주며 34석을 차지해 지역 맹주로서의 체면을 지켰다.
하지만 18대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현재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해 12월 대선 승리 후 불과 4개월 뒤 총선이 실시되는 만큼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한나라당의 공천 파동으로 불확실성만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한나라당 전 지역구 석권 ‘빨간불’

지난 17대 총선에서 무소속 박종웅 후보가 나온 사하 을 지역만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내준 한나라당은 당초 이번 선거에서 18개 전 지역구 석권을 노렸다. 지난 대선 당시 득표율 57.9%를 감안할 때 당연한 목표였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으로 곳곳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 볼 때 현재 부산 지역 18개 선거구 중 한나라당 후보가 위협을 받는 지역은 남구 을·금정·서구·사하 갑·사하 을 등 5개 지역이다. 통합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버티고 있는 사하 을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박근혜 전 대표 계열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지키고 있는 남구 을은 무소속 돌풍의 진앙지다.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과 ‘친이’(친 이명박 대통령) 진영 실세 정치인들에게 연일 직격탄을 쏘아대고 있는 김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자인 정태윤 후보보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두 배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의원이 지난 대선 기간 ‘친박’ 진영의 대표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 위상이 몰라보게 커진 데 대한 기대감과 공천 탈락 후 동정 여론이 지역 유권자들에게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정후보의 경우 인지도가 떨어지고 총선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공천이 확정되면서 총선 전략 구상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진영의 무소속 유기준(서구) 의원과 ‘친박연대’ 엄호성(사하 갑) 의원도 한나라당 후보들과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들은 부산시의회 부의장 출신인 한나라당 조양환(서구), 부산시장 전 특보 출신인 현기환(사하 갑) 후보와 오차 범위 내에서 초박빙 대결을 하고 있다.
 
금정구 선거구 역시 고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인 김세연 동일고무벨트 대표와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 간에 마지막까지 예측이 힘든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3월26일과 27일 연이어 발표된 지역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 보더라도 국제신문-KNN(김세연 32.8%, 박승환 31.8%), 부산 KBS(김세연 27.8%, 박승환 26.3%), 부산일보-부산 MBC(박승환 37.15%, 김세연 30.0%) 등으로 혈전 양상이다.
4년 만에 리턴 매치가 펼쳐지는 부산 사하 을 선거구에서도 통합민주당 조경태 의원과 한나라당 최거훈 후보 간에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밖에 ‘친박연대’인 전 동래구청장 이진복 후보와 전 수영구청장 유재중 후보, ‘친박연대’인 전 연제구청장 박대해 후보 등 기초단체장 출신들도 만만치 않은 조직력으로 한나라당 후보들을 괴롭히고 있다.

경남·울산, ‘무소속 돌풍’ 끝까지 갈까

경남과 울산 역시 한나라당 후보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후보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경남 지역 17개 선거구 가운데 5개 선거구, 울산은 6개 선거구 가운데 1개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비한나라당 후보 간에 물고 물리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당초 서울 동작 을에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가 전략 공천된 울산 동구 출신의 정몽준 의원에게 밀려 경남 통영·고성에 출마하게 된 이군현 의원과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김명주 의원 간 대결은 결과를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KBS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의원은 25.5%의 지지율을 기록해, 지역구 현역인 김의원(30.5%)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영시의원 13명(비례대표 포함) 가운데 김용우 의장 등 6명이 “지역 실정을 무시한 중앙당 공천에 항의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김명주 의원을 돕겠다”라며 동반 탈당을 강행하는 등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를 지낸 권영길 의원과 한나라당 강기윤 후보가 맞붙은 경남 창원 을에서도 용호상박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SBS-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권의원(38.1%)이 강후보(31.7%)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 3월27일 국제신문-KNN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강후보가 지지율 32.8%로 민주노동당 권후보(28.4%)를 오히려 앞서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을 선거구 역시 눈여겨볼 지역이다. 노 전 대통령이 귀향 후 ‘시민 노무현’으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면서 통합민주당 최철국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김해시장 출신인 한나라당 송은복 후보가 민주당 최의원에게 다소 앞서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인기가 귀향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어 변수로 남아 있다.
경남 진주 갑은 역시 한나라당 최진덕 후보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최구식 의원 간에 박빙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대선 당시 중립 성향을 보였던 최의원은 공천 탈락 후 ‘친박연대’에 가입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인기에 기대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공천에서 탈락한 남해·하동 지역도 경남 지역 총선 판도의 뇌관이다. 이 지역에서 5선을 한 박 전 부의장이 예상을 뒤집고 공천에 탈락하면서 한나라당이 변호사 출신의 여상규 후보를 긴급 투입했지만 초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맞상대가 행자부장관과 남해군수를 지냈던 무소속 김두관 후보이니 만큼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지역이다. 
울산에서는 울주군의 한나라당 이채익 후보와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나선 강길부 의원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강경태 신라대 교수(국제관계학과)는 한나라당이 2006년 총선과 2007년 대선에서 연이어 압승한 것을 거론하며 “역대 선거 사례를 볼 때 민심은 특정 정당이 큰 선거에서 세 차례 연속 압승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인수위 활동과 청와대 및 내각 인선 실패에다 계파 공천 등으로 국민의 실망감이 큰 만큼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강교수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압승한 것은 경제 살리기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주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현재 국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MB(이명박) 신화’가 와해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른 실망감으로 이번 총선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무소속 돌풍이 투표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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