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로 ‘지도’ 만들다
  • 김지혜 기자 ()
  • 승인 2008.03.3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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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이익섭 교수
 
지난 2월28일 우리나라 사투리 연구에 의미 있는 책이 한 권 나왔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이익섭 명예교수(70)를 비롯해 다섯 명의 학자들이 펴낸 <한국 언어지도>다. 예산상의 문제로 1985년에 현지 조사를 마무리하고도 지금까지 발간이 미루어져왔었다.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지도에 보기 좋은 색깔과 기호를 선정해 일일이 그려넣은 사람은 이익섭 교수였다.
한 페이지만 열어보아도 지도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공들였을 긴 시간과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벼, 옥수수, 호미씻이, 고양이 등 1백53개를 선정해 지역마다 사투리들이 어떻게 다른지 지도에 세심하게 기록해놓았다. 조사원을 각 지방 현지에 일일이 파견해 인터뷰하고 수집한 내용의 결과물이다.
이교수는 “사투리는 풍속 연구에서 표준어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표준어는 인위적으로 다듬고 손질하지만 사투리는 가공하지 않고 살아 있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민중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기·강원·충북에는 김을 맨 후 머슴들에게 새 옷, 새 술을 주며 잘 대접하는 ‘호미씻이’ 풍속이 있었다. 그러나 전남의 대부분과 경상남북도의 많은 지역에는 그런 풍속을 전하는 용어가 없다. 이는 같은 풍속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투리 연구는 단순한 언어 연구를 넘어서 생활상, 풍속, 문화 연구로 이어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교수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제는 쉬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부터 국어학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립국어원 원장, 국어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2002년 정년 퇴임했다. 국어학자로서 정도를 걸으면서 그야말로 최고의 명예를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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