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때문에 ‘금’ 간 이웃사촌 재벌 집 공사가 기가 막혀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 승인 2008.03.3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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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상 LIG 넥스원 사장 이웃에 피소…피해자가 합의해주지 않아 골머리

LIG그룹의 최대 주주인 구본상 LIG 넥스원 사장이 이웃과의 분쟁으로 제소를 당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매입한 이태원 자택을 재건축하면서 이웃 담벼락에 손상을 입히고도 마땅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한 것이다. 소장에는 주거 침입과 함께 절도 혐의까지 들어 있어 법정 다툼이 심상치 않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사장의 이웃인 고소인은 원자재 수출입 업체 사장인 이 아무개씨다. 이씨는 지난 3월19일 “길거리를 가다가 부딪쳐도 ‘미안하다’고 말한다. 하물며 공사를 하면서 이웃집에 상당한 피해를 끼쳤음에도 사과 한마디가 없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그동안 관할 구청인 용산구청을 포함해 용산경찰서 등에 10여 차례 이상 민원을 제기했으나 번번이 무시되어 결국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구사장측은 사건이 예상 외로 커지자 골머리를 앓고 있다. LIG 넥스원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일로 소송을 벌여봐야 좋을 것이 없다. (구사장도) 합의를 유도하고 있지만 고소인이 워낙 완강하게 나가 해결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관할 구청과 경찰서에 수십 차례 민원 접수
도대체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계바늘은 지난 2005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사장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08- x번지(5백65㎡) 저택을 사들였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이 집을 허물고 재건축을 하면서 이웃 이씨와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구사장의 집은 지난 2005년 1월 분쟁을 벌였던 이건희 삼성 회장과 신춘호 농심 회장의 집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당시 신춘호 회장측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소송을 제기했다. 이회장이 지상 2층, 지하 3층 규모의 집을 신축하면서 소음과 진동을 일으키고 조망권을 침해해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이었다. 신회장측은 같은 해 3월에 “이건희 회장이 건축법을 위반한 만큼 건축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이건희 회장이 문제의 집을 매입하는 선에서 해결되었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다툼은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구사장이 암반으로 이루어진 땅을 파내는 과정에서 이웃 건물과 담에 적지 않은 금이 갔다. 심지어 안방 구들장의 일부도 가라앉기 시작했다는 것이 고소인인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누워 있으면 ‘우지직’ 하는 소리가 들려 잠도 편하게 자지 못한다.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받아 보니 안방과 정원에서 이미 상당한 침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공사 인부들이 내가 출장을 간 사이에 우리 집에 들어와 담벼락이 허물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정원에 말뚝을 박고 지지대를 설치했다. 출장을 다녀와 보니 정원이 흉물스럽게 변해 있었다. 요즘도 이 모습만 보면 화가 치민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19일과 23일 기자가 이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 정원 곳곳에는 말뚝이 박혀 있었다. 벽이 더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지지대도 곳곳에 있었다. 집안 내부에서는 금이 간 곳이 속속 발견되었다.
물론 이씨는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이 되지 않았다. 구청 직원이 몇 차례 나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적이 있었으나 잠시 멈칫했다가 공사가 재개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는 “지난 2월 용산구청에서 나온 공무원 두 명이 현장을 확인하고 구회장측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출장을 다녀와 보니 다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씨는 구회장과 함께 공사 재개를 지시한 용산구청 공무원까지 검찰에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첨예한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고소인 이씨는 “담당 공무원이 재벌 2세인 구사장을 비호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구청에 10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번번이 무시되었다. 조사가 필요해 중지한 공사를 재개한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사장측이나 담당 공무원은 “말도 안 된다”라고 반박한다. 이들은 이씨의 주장에 억지가 많아 법원에서 사건 자체를 기각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LIG 넥스원 관계자는 “이유야 어쨌든 피해자는 이씨다. 따라서 이씨를 달래 공사로 인한 피해를 원상 복구해주고 1천만원을 배상하기로 구두 합의를 한 바 있다. 그런데 합의서를 작성하기 직전에 이씨의 마음이 변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소인 쪽에서는 오히려 인터넷에 자신들을 음해하는 글을 퍼뜨리며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우리도 법적으로 대처하려고 했다면 벌써 했다. 그러나 (구사장이) 사건 확대를 원치 않아 참고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구두로 합의했다” “그런 일 없다” 주장 엇갈려
이씨로부터 고소를 당한 용산구청 공무원도 “해도 너무한다”라고 못마땅해했다. 그는 “공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때문에 공사를 중지시키기보다는 당사자 간 합의를 유도해왔다. 그러나 이씨가 워낙 완강하게 버텨 이마저 쉽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구사장측과 용산구청 공무원은 이씨가 더 많은 것을 끌어내기 위해 합의를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구사장이 자택 재건축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웃 간의 분쟁이 법정으로 가는 사이 공사는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구사장측은 공사를 오는 9월에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상적으로 공사를 마치기 어렵게 되었다.
구사장의 한 측근은 “양측의 의견이 너무 달라 조만간 경찰에서 대질 신문을 벌일 것 같다. 법적 다툼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가능하면 이씨와 원만한 합의를 이루어 공사를 끝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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