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많은 사건 범인 사형 집행해선 안 돼”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 승인 2008.03.3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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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GP 총기 난사 사건 범인 구명 나선 유족들
 
자식을 비명에 잃은 부모들이 범인을 살려야 한다며 구명운동을 벌이고 나섰다. 지난 2005년 6월19일 경기도 연천군 530GP에서 총기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인해 장교와 사병 8명이 죽고 4명이 부상당했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내무실에서 동료 사병의 총에 맞아 죽었다. 범인은 김동민 일병. 군 수사기관은 김일병을 단독범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했다. 김일병은 군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군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국가를 믿고 아들을 군에 보냈던 부모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꼭두새벽에 아들의 죽음을 통보받았다. 그때부터 부모들의 시계는 멈추어 버렸다.
기존의 평범한 삶도 완전히 무너졌다. 더군다나 이들은 모두 외아들을 잃었다. 그런 자식을 죽인 범인을 살리려고 하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유족들이 사형제 폐지를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유족들은 맨 먼저 김일병의 부모를 찾아갔다. 김일병의 부모는 유족들의 방문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문을 걸어 잠그고 만나주지 않았다. 몇 차례의 설득 끝에 자리를 함께했고, 유족들은 “당신의 아들은 범인이 아니다”라며 진실 찾기에 동참해 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다.
유족들은 왜 범인으로 지목되어 사형 선고를 받은 김일병을 살리려고 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정부와 군 당국의 무관심이 자리 잡고 있다.
유족들은 애초부터 ‘동료 병사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군의 발표를 믿지 않았다. 군의 발표는 의혹투성이였고 어느 것 하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군 당국은 ‘진실을 밝혀달라’는 유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가 전부였다. 유족들은 급기야 군의 발표가 조작되었다는 ‘조작설’을 제기하고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유족들의 진실 찾기는 벌써 3년째이어져오고 있다. 그동안 8명의 유족들은 매달 둘째 셋째 주에는 어김없이 대전 현충원에서 모였다고 한다.
자식을 잃은 마음을 서로를 위로하고, 진실을 밝힐 때까지 힘을 합치기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유족들은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는 것이 가장 힘들고 서럽다고 말 한다.
최근 유족들은 자비를 들여 김동민 일병의 국선 변호인 대신 민선 변호인을 선임했다. 사건의 열쇠를 쥔 김일병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이들로서는 최근 사형제 부활 움직임이 왠지 불안하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군 당국이 김일병의 사형 집행을 앞당기려고 할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든다. 김일병이 사형당하면 진실도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고 이태련 상병의 아버지 이찬호씨(56)는 “살해 동기나 사건 정황 등에 대해 의혹이 많은 사건은 사형을 집행하면 안 된다. 자칫하면 진실이 가려질 수 있고, 억울하게 죽는 일이 생길 수 있다. 530GP 총기 사건은 당시 여러 정치 상황에서 터진 사건이다. 의혹을 감추려 하지 말고 정부와 군 당국이 속시원히 털어놓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니 만큼 새 정부가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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