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형님의 길’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3.3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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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한 갈등 조정으로 풀까

 
18대 총선 첫 유세날인 3월27일, 경북 포항 남·울릉군 선거구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포항을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만들겠다”라는 원대한 공약을 발표했다. 그리고 포항 지역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을 돌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선거운동에 여념이 없다. 참모들도 “처음 출마한 것처럼 뛰겠다”라는 이부의장의 각오를 알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열심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여론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역 언론은 “5선을 하는 동안 해놓은 것이 없다는 여론이 많다”라는 지역민들의 반응을 전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이른바 ‘형님 공천’ ‘형님 인사’ 파동 한복판에 있었던 탓에 그 어느 때보다 이부의장 스스로도 부담이 크다. 그러나 집권 여당 의원이고 대통령의 형인 만큼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주민들의 기대감이 이런 불만을 압도하는 것도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이부의장은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 높은 득표율을 올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총선 이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갈등 속에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공천심사위가 그의 공천 여부를 놓고 갈등했을 때 공천을 받아야 한다고 그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이명박계가 아닌 박근혜계였다. 최근 이부의장과 전 대표측의 관계가 주목된 일이 또 있었다. 이부의장이 탈당한 친 박근혜계 의원들과 관련해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복당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결단하면 총선 이후 다 같이 함께하리라고 본다”라고 말한 것이다. “복당은 없다”라고 한 이방호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의 태도와는 확연히 다르다.

친 박근혜계와 관계 원만…친 이명박계 소장파 공격은 계속될 듯

홍사덕 친박연대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부의장의 언급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이명박-박근혜 공동 정부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직에 복귀해야만 비로소 그 틀을 잡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는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박 전 대표가 출마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이부의장은 서청원 전 대표나 홍사덕 전 의원 등 친박연대 지도부와 친밀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표로 있을 때 사무총장을 지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 이 때문에 당권 투쟁의 향배나 정계 개편 등과 관련해서 그는 상당한 조정력을 발휘할 바탕을 갖고 있다.
총선 이후 이부의장은 논란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상득 불출마’를 요구했던 소장파 인사들이 총선 결과가 시원치 않다면 책임론을 제기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3월23일 MBC 보도에 따르면 이부의장의 출마와 관련해 “문제가 있으면 공천을 반납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76.6%에 달했다. 소장파들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대며 그에게 ‘강·부·자 내각’과 ‘개혁 공천 후퇴’의 실질적인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여권의 전반적인 쇄신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경우에도 그가 집중적인 표적이 될 것이다.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 등 그동안 한나라당 소장파로 불렸던 인사들보다는 정두언·진수희 의원 등 이른바 ‘친 이명박 소장파’들이 더 강하게 그를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 구성 때부터 이부의장을 비롯한 ‘원로 그룹’에게 밀려난 이들은 현재 국정이 잘못 가고 있다고 보고 배지를 다는 순간부터 핵심인 이부의장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부의장은 “당선되면 어떤 직책도 안 맡겠다”라고 선언했지만 총선 이후 여권은 ‘이상득 대 반 이상득’으로 갈려 갈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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