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죽 쓰고 중국에서 헤매고 펀드 ‘지옥에서 보낸 한 철’
  •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8.04.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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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펀드 시장 평가와 전망 / 원자재·농산물 펀드만 성과…최악 상황은 벗어나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2008년 세계 증시는 본격화된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폭풍과 미국 경기 침체의 가시화를 시작으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이미 바닥을 확인했거나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는 반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미국과 아직 충격의 정도가 확인되지 않은 유럽 지역, 다시 잠 속에 빠진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최근 6개월 동안 전세계 주식시장에 미친 파장은 다음의 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시아 증시의 미국 증시와의 비동조화(디커플링, decoupling) 여부에 대한 논의가 무색하게 전세계 모든 증시가 동반 추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역적으로 소나기를 피할 곳은 없었던 것이다.

지역별 수익률에서 많게는 -25%, 플러스 수익률은 거의 없어

1분기에만 중국 펀드는 투자 금액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5%를 날렸다. 1년 이상을 투자한 투자자라면 아직 원금이 날아가지는 않았겠지만 투자 기간이 6개월이라면 이보다 큰 30% 가까운 손실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나마 브라질이나 러시아 등에 분산 투자했다면 손실 폭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내 주식형 중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KODEX반도체상장지수펀드는 1분기 6.92%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미래에셋TIGER Semicon 상장지수 펀드와 KOSEF IT ETF가 6% 이상의 수익률로 그 뒤를 이었다. 개별 펀드로는 ‘동양e-모아드림삼성그룹주식1클래스A’ 펀드가 1.79%의 수익률을 보였지만 순자산 규모가 100억원이 겨우 넘는 규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나머지 상위권은 모두 삼성그룹주 펀드들이 휩쓸었으나 수익률은 -1% 미만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데는 실패했다.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 중에서는 ‘PCAChinaDragonAShare주식A-1ClassA’가 1분기 -11.14%로 가장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6개월 수익률에서도 -12.95%로 평균 수익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설정액이 3조원을 넘는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1종류A’와 신한BNPP운용의 ‘봉쥬르차이나주식2종류A’, 1조5천억원대의 ‘슈로더차이나그로스주식종류-자(A)종류(A)’, ‘피델리티차이나종류형주식-자(A)’ 등의 펀드들은 모두 1분기에만 -25% 내외의 수익률로 투자자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지난해 중국과 함께 기대를 모았던 인도 펀드들도 중국과 거의 같은 수준의 하락을 보였다. 가장 나은 수익률을 보인 ‘프랭클린인디아플러스주식형자-A’와 ‘미래에셋인디아대형주Value주식형 1CLASS-C2’가 1분기 -15.62%와 -18.49%로 선방했을 뿐 나머지 펀드들은 모두 20%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인도 투자 펀드로는 가장 규모가 큰 미래에셋의 ‘미래에셋인디아솔로몬주식1종류A’와 ‘미래에셋인디아디스커버리주식 1ClassA’가 -25.26%와 -21.63%의 수익률을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브라질 펀드 중에서는 KB자산의 펀드들이 규모는 작지만 2% 미만의 하락률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KB자산을 제외한 설정액 5백억원 이상의 브라질 펀드인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주식형자1(Class-C)’와 ‘산은삼바브라질주식자ClassA’는 각각 -5.58%와 -5.56%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편 러시아 펀드들은 설정액 2천4백51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제이피모건의 ‘JPM러시아주식종류형자1A’가 1분기 -5.11%로 가장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고 다음으로 규모가 큰 우리CS운용의 ‘우리CS러시아익스플로러주식1ClassA1’이 -6.78%로 규모와 수익률이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1분기 동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를 찾기 위해서는 지역이 아닌 섹터로 가야 한다. 세계적인 상품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원자재와 농산물 등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 시리즈가 1분기에만 13%가 넘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우리Commodity인덱스플러스파생1ClassC1’도 11% 이상의 수익률로 대체 투자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금값 폭등으로 기은SG운용의 ‘기은SG골드마이닝주식’ 시리즈의 펀드들이 5%가 넘는 분기 수익률을 기록했고 SH운용의 ‘SH골드파생상품’ 시리즈도 9% 이상의 성과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이들 펀드들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을 보면 모두가 -2%에서 -10% 사이여서 상품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대단히 커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최대 쟁점…중국도 좀더 지켜봐야

지난해 하반기 이후 투자자들은 화는 혼자 오지 않는다는 ‘화불단행 (禍不單行)’이 허언이 아님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연속적으로 터져나오는 악재들에 의한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투자가 정말 쉬운 노릇이 아니라는 점을 절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겨울이 아무리 혹독해도 꽃들은 봄의 만개를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지금까지 버텨왔다면 미래의 상황은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어도 좋을 것 같다.

국내 증시는 3월17일 1천5백74 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줄곧 상승하면서 어느덧 1천7백 포인트의 지지력을 확인하고 있다. 모든 증권사들이 1천6백 포인트를 바닥으로 하면서 1천8백에서 1천9백까지의 전망을 자신있게 제시하고 있다. 미국 베어스턴스사의 매각 이후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증시 추락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근거가 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천5백대까지 충분한 조정을 보였다는 점이 오히려 바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안도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증시에 피로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의 증가로 인해 지수 1천8백 포인트대의 심리적인 저항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외국인들의 매도가 진정된다면 연말까지는 1천9백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는 침체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는가가 최대 쟁점이 되겠지만 베어스턴스 사의 처리 문제에서 보인 것처럼 서브프라임 사태의 모든 후유증에 대해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이사회가 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대처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보아 이후 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통해 모기지증권을 매입해야 한다는 매우 후진적인 주장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보면 적어도 이 문제가 장기적으로 미국 경기의 발목을 잡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의 문제는 세계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유럽 지역에서 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미국 정부가 다양한 돌발 사태에 대한 개입의 모범 사례(?)를 보여준 만큼 해법을 찾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 홍역을 치렀던 리먼브라더스가 4월1일 실시한 3백만 주의 전환우선주 발행에 청약이 몰려들어 발행 규모를 4백만 주로 늘렸다는 사실은 투자은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되었다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여전히 씨티그룹과 메릴린치의 상각 발표가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의 처리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일시적일 것이다.

오히려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중국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중국증시가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는 증시 부양책에 대해서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은 긴축 통화 정책만을 강조하면서 시장의 실망을 키우고 있다. 중국 시장 전문가들도 증시 부양책 없이는 중국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증권사의 투자 전략가는 한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한 의지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며 우회적으로 압박 공세를 펴고 있다. 정부가 사용해주었으면 하는 카드를 루머를 통해 시장에 퍼뜨려 보기도 하지만 정부는 아직 긴축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단기적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상하이종합지수 3천 포인트를 바닥으로 보는 시각도 우세하지만 티베트 사태 이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바닥 확인은 좀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 회복세 빠를 듯…원자재 펀드 등에도 ‘거품’ 있을 가능성

전세계 주식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안정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움직임을 추세적인 상승 전환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이전과 같은 폭락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는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은 해외발 충격에 대한 내성을 키우면서 가장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모든 불확실성의 진앙지였던 미국의 주식시장이 다른 지역에 비해 하락 폭이 크지 않아 전 고점 탈환의 시기에 대한 기대도 당겨지고 있지만 기대수익률 측면에서 보면 역시 우리나라를 포함한 이머징마켓 쪽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내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가장 빠르게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추가적인 대형 악재만 터지지 않는다면 1천7백 포인트를 단기 지지선으로 연말까지 1천9백 포인트 정도까지는 회복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수익률 면에서야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투자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수익률이 가장 합리적인 수준이라 할 것이다. 제2의 투자처인 중국 경제의 성장과 잠재력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문을 달지 않지만 실물보다는 수급에 의존하는 주식시장의 특성상 지난해 하반기의 원금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국내 펀드 등으로 몸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일본 리츠 펀드나 물 펀드, 베트남 펀드 등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누구나 인지하는 미래의 가능성이 반드시 주식시장의 성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개념상으로는 적절하지만 시장이 주가를 통해 그러한 전망을 반영해주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런 면에서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중동 지역이나 아프리카 등의 펀드에는 확인되지 않은 많은 불확실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분기에 가장 양호한 성과를 보였던 실물·원자재 펀드 등의 수익률도 상당 부분 거품이 있다고 보면 장기적으로 비중을 높일 수 있는 투자 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주식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포트폴리오를 권고한다면 전세계 주식시장 비중을 고려해 선진국 시장에 60%, 이머징마켓에 30%, 기타 대체 투자에 10% 정도를 권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장 안정적이겠지만 하나마나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연말까지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 70%, 중국과 브릭스 25%, 기타 5% 내외의 비중을 참고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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