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폴리페서’에게서 무엇을 배울까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4.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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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휴직계’ 내고 총선 출마했다가 망신살 뻗친 서울대 김연수 교수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해 가장 크게 곤욕을 치르는 인물은 아마 김연수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39)일 것이다. 서울대는 요즘 총선 기간 중 근무지를 무단 이탈했던 김교수의 처리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학교측은 이미 김교수와 같은 폴리페서를 제한하는 규정까지 만들어놓았으나 소급 적용을 하지 못해 그녀의 거취에 대해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다만 김교수의 무분별한 처신을 비난하는 학내 여론이 날로 거세져 그녀 스스로 용단을 내리기를 바랄 뿐이다. 김교수는 현재 휴직을 한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휴직계를 냈지만 당시 그녀가 밝힌 휴직 사유는 ‘육아 휴직’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교단으로 돌아올 수 있다. 문제는 총선 출마가 뻔한데 ‘육아’라는 거짓 사유를 써내고 강의는 내팽겨친 채 선거전에 나선 몰염치함에 있다. 그녀는 경기 남양주 을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뛰었고, 이런 활약상은 TV 화면을 통해 제자와 동료 교수, 그리고 국민에게 전해졌다. 아이를 위해 잠시 쉬겠다던 교수님이 총선 표밭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본 학생들은 기가 막혔을 것이다. 그녀는 결국 낙선했다. 그래서 더욱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었다.
김교수가 속한 사범대는 지난 3월24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교수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휴직계를 기각하고 그녀의 권고사직을 결의했다. 하지만 김교수는 학교측의 이같은 조치를 무시하고 출마를 강행했다. 그녀는 막나가는 폴리페서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 4월5일에는 서울대 교수 81명이 정치 참여를 시도하려는 교수들의 휴직·복직 문제에 대한 뚜렷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학교측에 건의했다. 공천 신청하면서 휴직계를 낼 것, 낙천·낙선 후 복직을 원하는 교수는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칠 것, 복직 후 안식년 없이 의무 복무 기간을 부여할 것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교수들의 정치 외도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함께 한 것이다.
‘폴리페서’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학자로서 쌓은 이론과 경험을 현실 정치에 반영해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명분은 의미 있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교수들의 정치 참여에는 ‘원칙과 절제’가 따라야 한다. 제자들을 제쳐놓고 동료 교수들을 무시하며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선거판에 뛰어드는 교수라면 학교를 떠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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