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못’ 뽑았지만 프레스 프렌들리 헛구호로 그치나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 승인 2008.04.1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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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시작으로 닫힌 기자실 속속 문 열어 일선 기자들 “취재원 접근 문제 우선 해결을”

 
이 명박 정부가 출입기자실에 박혔던 ‘대못’을 하나둘씩 뽑아가고 있다. 지난 3월12일 국세청을 시작으로 닫혔던 기자실이 속속 문을 열면서 ‘기자실 폐쇄’ 논란은 예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으로 사실상 일단락되었다.
경찰청 기자실이 철거된 지 1백3일만에 복원되었고, 국무총리실은 중앙청사 3층에 별도 기자실을 마련했다. 외교부와 통일부도 기자실을 복구했으며, 복지부와 문화부 등 다른 부처도 운영을 재개하거나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기자실 복원은 각 부처가 처한 상황에 맞추어 추진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홍보처가 기자실 운영 방안을 총괄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많았던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정홍보처는 새 정부 들어 그 기능이 문화부로 흡수되면서 역할을 마감했다.

정권 바뀐 후에도 정보공개법 개정안 진척 없어

신재민 문화부 2차관은 지난 3월21일 첫 언론브리핑에서 “국정홍보처 폐지로 부처 간 홍보 업무 조정이나 지침을 내릴 일은 없어졌다”라고 밝혔다. 신차관은 기자실 복구와 관련해 “문화부가 각 부처에 일률적인 지침을 내릴 권한이 없으므로 각 부처와 기자단이 협의해 해결할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정부 부처의 기자실이 서둘러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기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복원되었지만 일선 기자들의 취재 접근 문제는 아직 논의가 되지 않고 있어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노무현 정부가 언론시민단체와 협의해 마련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정권이 바뀐 이후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악의적인 정보 비공개 공무원에 대한 처벌조항 신설, 사본 공개 거부 불가 등이 담겨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정례 브리핑도 없는 상황에서 담당자들이 전화를 받지 않아 취재에 어려움이 많다. ‘프레스 프렌들리’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기자는
“대통령의 방미 기간 동안 춘추관(청와대 출입기자실) 내부 공사와 함께 비서동(여민관) 개방에 대해서도 검토가 이루어질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느 정도 취재 환경이 개선될지는 두고 보아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 김경호 회장은 “기자실 복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취재 자유를 위한 정보 접근권이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기자실 개방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회장은 “어떤 경우든 권력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새 정부가 정보 공개 확대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행정적 공백 때문인지 좀더 지켜보겠다”라고 밝혔다.

유력 언론사 중심 기자단 특권 의식 되살아나기도

한편으로는 기자실이 복원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가 출입기자단의 폐해로 지적했던 ‘특권’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유력 언론사를 중심으로 한 기자단의 ‘폐쇄적 운영’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지적이 인터넷 언론·전문매체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4월1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최시중 위원장의 기자간담회에 비상주 기자들을 부르지 않았다. 노동부도 지난 3월28일 가진 이영희 장관 기자간담회에 기자단 소속 기자에게만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기자단 중심의 취재 지원은 다른 부처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매체 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계동 사옥으로 이전한 복지부 기자단이 매체별로 점수를 매겨 기자실 좌석을 배정하려고 했다가 일부 기자들의 반발로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좌석 수를 24석에서 30석으로 늘이면서 사태는 진정되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회장은 “기자단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과거 시절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주류 매체의 기득권을 강화시키고 담합을 초례해 권언유착이 유발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회장은 또 “정부에서는 기자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발뺌을 하지만 공보실과 조율도 없이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봇대까지 뽑으며 규제를 없애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신과 맞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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