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요람에서 결혼까지’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 승인 2008.04.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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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1명당 양육비 총액 3억8천만원 이상 추산 여행·언어 연수 등 ‘옵션’에는 추가 비용도

자녀 한 명을 출산해서 결혼시킬 때까지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시사저널>이 미취학 아동·초등학생·중고등학생·대학생 등의 자녀를 둔 주부 7명과 함께 올해 물가 수준을 감안해 이 비용을 추산해 본 결과 적어도 3억8천4백22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실수령액이 월 3백만원인 봉급생활자가 거의 먹지 않고 쓰지 않으면서 10년 가까이 꼬박 모아야하는 거액이다. 자녀양육비 부담이 이렇게 커지다 보니 젊은이들 사이에 결혼기피 풍조가 만연하고, ‘무자식 상팔자’를 외치며 아이 없이 사는 부부들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주부들은 “해외여행이나 언어연수 등에 드는 비용을 포함시키지 않고 최소한으로 잡은 것이 그 정도다. 또한 가정마다 사정이 다르고 아이에게 필요한 기저귀를 사더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실제로는 훨씬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라고 말한다.
<시사저널>과 함께 출산에서 결혼까지 자녀들의 양육비용을 따져본 주부들은 서울 강남·서울 강북·경기 지역 등에 사는 20~40대이다. 이들의 입을 통해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았다.
먼저 출산부터 취학 전 아이에게 드는 비용을 따져 보았다. 0~7세까지 아이에게 드는 비용은 대략 6천9백6만원인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출산준비물로 최소한 50만원은 필요하다. 3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아람씨(29·여·경기 부천시)는 “요즘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싼 제품을 판다. 그렇지만 엄마들은 아이용품, 특히 출산용품만은 전문 매장에 가서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신생아의 피부에 닿는 제품이므로 직접 만져보고 구입한다. 친환경 제품 등은 가격이 만만치 않아 몇 개 사지 않아도 50만원이 훌쩍 넘는다”라고 말했다.
출산 전, 초음파 등 병원 검사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 번에 3만5천원에서 6만원까지 병원에 따라 다양하다. 최소 3만5천원 기준으로 10회 검사를 받을 경우 모두 35만원이 든다. 초등학생 2명과 대학생 1명을 두고 있는 강효임씨(49·여·서울 성동구)는 “생후 5개월까지는 매월 1회, 그 이후부터는 월 2회 검사를 했다. 또 80만원씩 하는 양수검사를 하라는 병원도 있다.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양수검사를 하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이 경우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라고 설명했다.
출산할 때 병원비는 25만원 정도가 든다. 물론 병원과 병실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또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추가로 100만원은 더 잡아야 한다. 강씨는 “실제 병원비보다 밥값이 더 많이 든다. 이 외에도 출산 후 아이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 등을 이용하면 병원비는 더욱 늘어난다. 정부는 아이를 낳으면 돈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허기진 짐승에게 먹이를 던져주어 허기를 면하게 하는 정도다. 실제로 보험혜택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한 지원이 산모들에게는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유아기, 분유값·병원비·유아용품비·유치원비 등 ‘고가’로 모셔야

요즘은 산후조리원도 필수 코스인데 2주일에 2백만원은 기본이라고 한다. 최근 출산한 조은진씨(36·여·서울 성동구)는 “보통 2백만원이다. 싼 곳은 1백50만원부터 비싼 곳은 3백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개월 수에 맞추어 예방접종을 한다. 대부분의 예방주사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맞힐 수 있다. 그러나 독감예방은 예외이므로 5만원짜리 주사를 2회 접종시킬 경우 10만원이 필요하다. 김현희씨(37·여·서울 성북구)는 “대부분 보건소를 가지 않고 일반 병원에서 예방접종을 한다. 이 경우 수십만 원이 든다. 또 생후 12개월 이상 아이는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산다. 이때마다 병원을 간다. 큰 비용은 아니지만 역시 주부들에게는 부담이다”라고 털어놓았다.
기저귀 비용은 매월 12만원씩 2년 동안 2백88만원이 든다고 한다. 또 분유값도 3만5천원짜리를 1년6개월 동안 먹일 경우 2백52만원이 필요하다. 이아람씨는 “15개월까지 기저귀와 물티슈에만 매월 12만원이라는 비용이 들었다. 천 기저귀를 사용해도 개월 수가 늘면서 배설 횟수가 늘어나 감당할 수가 없어 일회용 기저귀를 쓸 수밖에 없다. 분유는 싸게 잡아도 3만5천원은 생각해야 한다. 5만원이 넘는 분유도 많은 엄마들이 산다. 여기에다 한 통에 4만원하는 영양제도 먹이므로 실제 드는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아이가 분유를 떼고 밥을 먹기 전까지 먹이는 이유식에도 60만원 정도가 든다. 이아람씨는 “엄마들은 아이가 먹는 것에 대해서 민감하기 때문에 좋은 것을 찾게 마련이다. 매월 5만원씩 1년만 먹여도 60만원인데, 사실 유기농이다 뭐다 해서 비싸지만 좋은 이유식을 찾는 엄마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아이 옷과 신발에 드는 비용도 7세까지 7백만원이 넘는다. 친척으로부터 물려받는다 해도 1년에 100만원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생 아이를 둔 손연경씨(38·여·서울 성동구)는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옷에는 큰돈을 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아이 옷이 워낙 비싸서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용이 꽤 된다. 신발은 조금 비싸더라도 튼튼한 것을 산다”라고 설명했다.


장난감에 쓰는 비용도 약 4백2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연간 6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초등학생 2명을 키우고 있는 김희정(42·여·서울 강남구)씨는 “웬만한 장난감은 한 개에 5만~7만원씩 한다. 입에 넣기도 하기 때문에 무공해 제품을 찾는 부모들이 많다. 이런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비싸다. 또 블록 제품이나 대형 장난감은 보통 20만원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카시트·유모차·보행기 등 유아용품에는 약 66만원이 든다. 카시트는 40만원(20만원짜리 2개), 유모차는 20만원, 보행기는 6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아람씨는 “아이의 안전을 생각해야 하는 만큼 좋은 제품을 고르게 마련이다. 유모차는 5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보행기도 보통 6만원에서 10만원까지 있다. 카시트는 20만원에서 수백만원짜리도 있다. 아이 체격이 커지기 때문에 카시트는 1~2번은 바꿔주어야 한다. 저렴한 제품만 선택해도 60만원은 훌쩍 넘는다”라고 말했다.
책값도 연간 1백20만원씩 모두 7백20만원이 든다. 이씨는 “많은 주부들이 한 세트에 100만원이 넘는 책도 구입한다. 종합해보면 매월 못해도 7만~10만원씩 들어가는 것 같다. 문화센터 등을 이용하면 이 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라고 털어놓았다.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는 데 매월 40만원이 든다. 5년 동안 약 2천4백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이씨는 “어린이집 종일반의 경우 월 37만원이 들었다. 입학금과 교재비 등은 별도다”라고 말했다. 김희정씨는 “유치원은 입학금만 50만~60만원이다. 영어 유치원은 보통 1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싸도 50만원은 기본이다”라고 했다.
주부들은 아이들에게 보통 수영·미술 등 2개의 특기 수업을 시킨다고 했다. 매월 30만원씩 3년만 해도 1천80만원이 필요하다. 손연경씨는 “아들에게 축구와 피아노를 시켰다. 요즘은 운동을 포함해 특기 수업 1~2개는 기본으로 시킨다”라고 말했다. 김현희씨는 “유명 학원에 보내면 50만원 이상이 든다. 보통 학원에 보내도 월 30만원은 넘는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들 발육을 위해 먹이는 영양제값도 만만치 않다. 매월 5만원짜리를 3년 동안 먹이는 경우 1백80만원이 든다. 김희정씨는 “발육이 좋지 않아 몸집이 작은 아이를 둔 부모들은 1회에 20만원짜리 보약까지 먹인다고 한다. 대부분은 칼슘과 비타민제를 먹인다”라고 말했다.
8~13세까지 초등학생 아이에게 드는 비용은 모두 4천1백16만원으로 추산되었다. 우선 학교생활 6년 동안 필요한 비용이 3백36만원이다. 강씨는 “공교육·의무교육이라지만 교과서만 빼고 나머지는 다 돈이다. 체험학습비·급식비·준비물 비용을 따져보면 적어도 매월 7만원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교육비 부담 갈수록 커져…결혼 때만 수억원 필요할 수도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비는 필수다. 보통 2~3개 과목에 매월 50만원은 기본이라고 한다. 방학을 제외하고 8개월 동안만 사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6년 동안 모두 2천4백만원이 드는 셈이다. 김희정씨는 “학습지 구독과 학원 2~3곳에 보내면 50만원은 기본으로 들어간다. 수학 한 과목에 30만원 하기도 한다. 물론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가정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옷과 신발을 사는 데에 드는 비용은 6년 동안 약 6백만원 정도다. 책값도 연간 1백20만원씩 모두 7백20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에는 생일잔치도 해야 한다. 한 번에 10만원씩만 잡아도 60만원이 필요하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1명씩 키우고 있는 김미애씨(42·여·서울 강남구)는 “예전에 집과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생일잔치를 해보았다. 각각 30만원과 20만원이 나왔다. 꼭 필요한 친구들만 불러 생일잔치를 해도 10만원 이상은 든다. 다른 아이들 생일잔치에 가면서 우리 아이의 생일잔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백만 원이 넘는 생일잔치를 하는 가정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고등학생 때에는 모두 8천2백4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사교육비가 4천8백만원으로 가장 많다. 매월 100만원씩 중·고등학교 6년 중 4년 동안만 사교육을 시킬 경우다. 김미애씨는 “과외 공부로 중학생 아이는 매월 25만원, 고등학생 아이는 35만원이 든다. 한 과목만 48만원 드는 곳도 있다. 정부가 영어교육을 강조하면서 영어과목 비용이 최근에 더 많이 올랐다. 요즘 엄마들은 한 아이에게 보통 2~3 과목은 과외공부를 시키는데 100만원은 보통이다”라고 말했다.
교복과 옷값으로 연간 1백20만원씩 모두 7백20만원이 든다. 김미애씨는 “교복이 30만원이다. 아이들의 키가 크기도 하지만 옷이 닳아서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 각각 2번씩 바꿔주어야 한다. 한창 멋을 낼 나이인 만큼 일반 옷값도 매월 10만원꼴로 든다. 1년에 못 잡아도 100만원은 필요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용돈으로 1천4백40만원이 필요하다. 김미애씨 는 “매월 20만원씩 준다. 여기에는 학원까지의 버스비, 간식비, 저녁 식사비 등 잡비가 포함된다. 다른 아이들을 알아보니 이보다 많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수학여행비도 2백만원은 필요하다. 김미애씨는 “중·고등학교 모두 1학년 때는 제주도 등 국내여행을, 2학년 때는 일본·중국 등 외국으로 수학여행을 간다. 이런 비용을 합치면 2백만원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책과 참고서 값은 1년에 1백20만원씩 모두 7백20만원 이상은 필요하다고 한다.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교 공납금으로 3년 동안 모두 3백60만원이 든다. 김미애씨는 “공납금이 분기별로 30만원씩 든다. 예체능학교는 더욱 비싸다. 책과 참고서 값은 정말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든다”라고 말했다.

출산 장려책 성공하려면 양육비 절감해줄 실질적 방안 있어야

대학에서 드는 비용은 7천6백60만원으로 파악되었다. 입학금 6백만원, 4년 등록금 4천만원, 기숙사(자취) 비용을 6백40만원으로 계산한 경우다. 대학 등록금은 사립과 국공립, 인문·이공계·예체능·의대 등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강씨는 “입학금으로 6백만원, 등록금으로 5백만원, 기숙사비로 1백60만원 정도 들었다. 기숙사비가 싸서 이 정도이지만 자취나 하숙을 하면 비용은 더 많아진다. 또 교재비와 용돈도 무시할 수 없다”라고 털어놓았다.
교재비로는 연간 100만원씩 4년 동안 4백만원이 든다. 용돈도 월 40만원씩 4년간 모두 1천9백20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강씨는 “나머지 잡비는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벌어서 쓴다고 해도 이 정도 용돈은 기본이다. 어떤 여대생은 용돈 30만원에 밥값과 교통비는 따로 쓴다고 한다. 모두 합하면 50만원이 넘는다. 아예 부모가 교통카드 겸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주부 5명은 자녀 결혼비용으로 1인당 1억1천5백만원 정도를 잡고 있다고 했다. 양가끼리 교환하는 예단을 제외하더라도 전셋집과 혼수 마련에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세·혼수비용 1억원과 혼례비용 약 1천만원, 신혼여행비용 5백만원을 합산한 것이다. 강효임씨는 “요즘 집을 사주려는 부모들이 많다. 집값이 수시로 오르고 있어 결혼 후 아이를 분가시키는 데에 드는 비용은 수억원에 달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부들은 “일반 가정에서 기본적으로 지출하는 비용만 잡은 것이다. 실제 각 가정의 지출규모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보험이나 펀드 가입으로 매월 수십만원씩 지불하고, 약값·병원비·해외연수비·여행비·교통비에다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 통신비까지 합하면 대학생 자녀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천정부지로 높아진다. 정부의 출산 장려책이 성공하려면 탁상공론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으로 양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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