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례씨 모친, 자유선진당에도 베팅했었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4.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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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 확인한 결과, 양정례씨의 모친 김순애씨는 처음에 아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려고 했다. 김씨는 이것이 여의치 않자 딸을 친박연대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 이 과정서 최소 15억원은 건넸을 것으로 추정
 

‘양정례 사건’ 막후에는 양씨의 어머니 김순애씨가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김씨는 자신의 딸을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추천하기 전에 자신의 아들을 자유선진당 비례대표로 추천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30억원을 제공하고 비례대표 4번을 받는다’는 조건이었다. 김씨는 아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무위에 그치자 이번에는 딸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고자 친박연대에 접근했고 그 시도는 일단 성공했다. 이런 사실로 볼 때 양정례 당선인이 1억100만원밖에 내지 않았다는 얘기는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김씨가 서대표측에 상당한 돈을 제공한 것이 분명하다.


선거 기간 동안 친박연대가 지출한 신문과 방송·인터넷 매체 홍보비는 파악된 것만 15억원이 넘는다. 모두 당시에 결제되었다. 미래한국당과 합하면서 떠안은 부채의 일부인 3억원도 갚았다. 친박연대의 자금력으로 볼 때 어디선가 뭉칫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검찰이 강도 높게 수사에 나섰으니 머지않아 진실이 백일하게 드러날 것이다.


특히 친박연대 내에서 ‘당선권’으로 분류했던 비례대표 1~5번까지의 당선인들이 주목된다. 서대표는 3월20일쯤 1천5백만원을 주고 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비밀리에 애초 자신이 출마하려던 동작 갑과 친박연대의 정당 지지도를 조사했다. 동작 갑에서는 10%도 안 되는 수치로 3등을 기록했지만, 친박연대 정당 지지도는 11.7%가 나왔다. 당시 서대표는 이미 지역구에 나가서는 당선되기 어렵고 비례대표는 5번까지 당선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서대표는 최소 30억원의 특별당비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권을 뒤흔든 ‘양정례 사건’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되었다. 3월23일 오후 2시쯤, 양씨의 어머니 김순애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정치권 인사 이 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박연대 쪽에 비례대표를 할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 이씨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지 20년이 넘어 인맥이 넓었지만 친박연대 쪽과 바로 연결되는 줄이 없었다. 서울 용산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는 이씨에게 마침 사무실에 들어서는 후배 손 아무개씨가 눈에 띄었다. 손씨는 평소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와 친한 사이였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랬다. “혹시 친박연대 쪽에 좀 아느냐.”(이씨) “출마 문제 때문에 서청원 대표를 만나러 간다.”(손씨) “잘됐다. 여자인데 비례대표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이씨)


손씨는 이날 저녁 8시쯤 “서대표 쪽에 얘기를 했다”라고 했고, 10시쯤에는 “기다릴 테니 그 여자를 서청원 대표의 집으로 보내달라”라고 이씨에게 알렸다. 그러나 만남은 다음 날인 3월25일 아침에야 이루어졌다. 손씨는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급하게 양당선인에게 전화해 당에(양정례 당선인을) 소개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대표는 4월16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아는 분을 통해서 3월25일 오전에 어머니하고 같이 왔다. 당사자를 보고 결정할 생각에서 보자고 했다. 연세대 석사에다가 복지 부분 일을 하는 것 같아 그 정도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양씨와 김씨는 친박연대 당사에도 들렀다. 당시 만남에서 서대표는 양씨를 지목하며 “(우리가 찾던 사람이) 바로 너야”라고 했다고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증언했다.

 

양씨 어머니가 청산회에 자금 댔다는 보도는 사실과 달라

3월25일 서대표와 김씨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 단 두 사람은 잘 아는 관계가 아니었다. 일부 언론에서 김씨가 서대표의 사조직인 청산회에 자금을 댔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런 사이였다면 굳이 김씨가 제3자를 통해 서대표 쪽에 줄을 댈 이유가 전혀 없다. 청산회를 책임지고 있는 노철래 친박연대 사무부총장도 “김씨나 양씨는 청산회 회원이 아니다. 후원한 적도 없다”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3월26일 오후 5시쯤 비례대표 후보 명단이 발표될 때까지 당에서 ‘기호 1번 양정례’를 아는 이는 없었다. 친박연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송영선 의원은 “나도 처음 들은 이름이라 비례대표 명단이 발표된 뒤 ‘양정례가 누구냐’고 물었다”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1번을 주는 대가로 양당선인측에서 서대표측에 얼마를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알려진 1억100만원보다 훨씬 많을 것임은 분명하다. 유추할 수 있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하나는 양씨의 어머니 김순애씨가 친박연대에 앞서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에 아들인 양 아무개씨를 비례대표로 공천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김씨가 자유선진당 공천심사위원으로 있던 한 고위 인사에게 아들의 이력서를 넣었다. 30억원을 내고 비례대표 4번을 받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2~3일 뒤 이 인사가 ‘위에 확인해보니 이미 완료되었다’라고 답하면서 아들을 국회에 진출시키려던 김씨의 시도는 무위에 그쳤다”라고 밝혔다. 당사자로 알려진 자유선진당 고위 인사는 김씨 아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아느냐고 묻자 대뜸 “거기는 친박연대이고, 여기는 자유선진당이다”라고 말했다. 아들의 이름만 말했을 뿐인데 그런 답이 나왔다. 알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대답이다. 그러나 그는 이후 “공천과 관련해 양씨의 이력서를 받은 적이 있느냐”라는 물음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이력서도 본 적이 없다”라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다른 하나는 김순애씨가 친박연대에 공천을 시도하기 직전 한 지인에게 “얼마를 줘야 할까?”라고 물었다는 점이다. 이 지인이 “한 20억원 정도는 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더니 김씨는 “그렇게는 못 준다. 깎아야겠다”라고 말했다. 이 지인은 “이런 정황으로 볼 때 15억원 정도 준 것 같다. 다 줬는지, 일부 남았는지는 모르겠다”라고 추측했다.


시의원과 자민련 당무위원 등을 지내 정치적인 꿈이 있는 김씨가 왜 자신이 나서지 않고 아들과 딸을 국회의원으로 만들려고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일각에서 김씨가 사기 전과 등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김씨는 1997년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된 적이 있을 뿐이다. 그때도 집행유예로 금방 풀려났다. 전과보다는 오히려 부동산 등을 많이 사고판 것이 경력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비례대표 1번’으로 내세우기에는 나이도 많고 경력이 미흡한 것도 맞다. 이런 것들이 맞물리면서 ‘연세대에서 석사를 한 젊은 사회복지 전문가’로 딸인 양정례씨를 포장한다면 훨씬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판단이 상상만은 아니다. 총선 2~3일 전 당에 들른 김순애씨는 당 핵심 관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울면서 딸에게 국회의원을 하라고 설득했다.” 친박연대 내에서 양당선인에 대해 말이 무성하면서 잡음이 일 조짐을 보이자 김씨가 전면에 나서려고 한 적도 있다. 딸의 입장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었다. 이 때문에 친박연대 핵심 인사들이 당사에서 회의까지 했다. ‘김씨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하는가’가 주제였다. 결론은 안 하는 쪽으로 났다.


김씨와 서대표가 연결되기까지 역할을 한 이씨, 손씨와 김씨의 관계가 그 이후 원활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이들을 잘 아는 한 친박연대 핵심 인사는 “총선 이후 이씨는 김씨에게 지인의 취업을 부탁했는데 신통치 않은 대답을 들었고, 손씨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김씨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해 다툼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이후 이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했다.

“친박연대 김노식 당선인, 15억 냈다는 얘기 들었다”

친박연대에서 ‘돈 공천’ 당사자로 거론되는 이가 양씨뿐만은 아니다. 가장 주목되는 사람이 비례대표 기호 3번을 받은 김노식 당선인이다. 11대 때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서대표와 친한 사이다. 홀수는 여성, 짝수는 남성 순번에서 유독 그만 송영선 의원을 4번으로 밀어내고 자리를 당겨 앉았다. 애초 1번으로까지 거론되었던 송의원은 3번으로 밀렸다가 다시 4번으로 내려앉았다. 이 때문에 대변인이었지만 총선 기간 내내 송의원은 입을 한참 내밀고 다녔다. 지금까지도 단단히 뿔이 나 있다. 송의원은 “막판에 서류가 뒤죽박죽되었다”라고 말했다.


김노식 당선인은 “어떻게 비례대표 3번을 받았느냐”라는 질문에 “서청원·홍사덕 대표와 가까운 사이다. 다른 이유가 없다. 당시에는 1번도 당선이 될까 말까 한 상황이었다. 번호가 몇 번이냐 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송영선 의원은 “2번까지 달라고 하던 사람이…. 개×× 하지 말라고 하라”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며 무언가 다른 사연이 있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했다. “5억원을 냈다”라는 소문이 도는 송의원은 “등록할 때 1천5백만원을 당에 낸 것이 전부다. 하늘에 맹세코 다른 돈은 전혀 내지 않았다. 냈다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친박연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서대표로부터 김노식 당선인이 20억원을 내기로 했는데 나중에 15억원을 냈다고 직접 들었다”라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나설 때가 되면 나서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기호 1번인 양정례 당선인 또한 최소 15억원 이상을 냈다고 보여진다. ‘특별당비’와 관련해 서대표는 4월16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당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일일이 이야기한 적이 없다”라며 말문을 닫았고, 김당선인은 4월18일 통화에서 “특별당비는 내지 않았고 낼 돈도 없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서대표는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최소 30억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서대표도 특별당비의 존재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가 강조한 것은 “불법이 없었다. 특별당비와 관련한 수사는 정당사상 한 번도 없었다. 같은 기준으로 다른 당에서 불거지는 사건도 다루어야 한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돈을 받기는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착복하지는 않았다는 항변으로 들린다. 친박연대 이규택 공동대표가 “야당 비례 후보를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야당 탄압이다”라고 주장한 것도 맥락이 비슷하다. 일단 ‘야당 탄압’으로 몰고 가 정치적으로 해결책을 찾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양당선인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상당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연대 김철기 사무총장과 회계 책임자 등도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친박연대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친박연대의 회계 처리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들고 난 것을 맞출 수가 없을 것이다. 홍보국도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홍보비가 얼마가 사용되었는지 홍보국에서도 모르고 있다. 다만 비싸게 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친박연대는 당시 서대표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잠원동에 있는 E사에 홍보 업무 전체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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