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부동산, 그리고 이상한 땅 거래
  • 김회권·이은지 기자 ()
  • 승인 2008.04.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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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례씨 가족 재산은? / 일부 토지 공시지가보다 싸게 팔아…타인 명의 땅, 양씨가 나서 매각 시도하기도

 
결국 검찰 수사까지 왔다. 특별당비 문제까지 겹치면서 양정례 당선인의 재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당선인과 부모의 재산은 7억1천6백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선관위의 자료에 따르면 토지 등 부동산 74억5천6백만원, 현금 4천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채무는 67억8천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당비를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시간 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일단 양당선인은 1999년 5월에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에 위치한 1백46㎡ 넓이의 잡종지를 모친인 김순애씨에게 증여받았다. 그런데 2년 뒤인 2001년 7월에 이 잡종지는 대지로 지목이 변경되고 건축물이 올라가면서 지가가 많이 올랐다. 양당선인이 구입했던 1999년에 1㎡당 46만4천원이던 이 땅의 공시지가는 2007년에 98만원이 되었다. 이런 사례는 양당선인이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부동산에 적용된다. 지난 2005년에 구입한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상지석리 7백93㎡ 넓이의 땅도 대지로 지목 변경이 이루어지면서 현재 1㎡당 33만원으로, 구입할 때 가격인 13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양당선인이 경매로 구입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건물도 인근에서는 A급 매물로 알려져 있다. 대지가 4백30㎡인 5층 건물로 2007년에 기존의 건물을 헐고 새로 지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연희동에서 목이 좋은 편이고 새 건물이라 평당 1천2백만원 정도 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시세가 대략 22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양당선인이 선관위에 신고한 약 10억원의 부채는 이 건물 하나로도 해결할 수 있다.
일부는 양당선인이 남편의 재산을 누락한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남편인 강 아무개 변호사의 집안 형편은 평범한 수준이라고 한다. 강변호사의 연수원 동기생은 “강변호사가 연수원을 수료할 무렵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통장 잔고를 기록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양당선인이 제출한 재산신고 자료에 따르면 부친은 경기도 파주시 교하면에 소유한 여러 곳의 땅을 등록했고, 모친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위치한 건물을 신고했다. 총액은 약 57억8천만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부모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다.
김순애씨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서울시의원을 역임했다. 서울시보에서 김씨의 재산신고 내역을 볼 수 있었는데 1993년 신고 내역보다 부동산 보유 건수는 증여와 매매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현재 선관위에 신고된 부동산들은 이때부터 보유하고 있던 것들이다.
하지만 개인이 아니라 양당선인이나 가족이 관여한 법인에서 보유한 부동산을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이 연관되어 있는 법인은 세 곳이다. 우선 ‘건풍건설’은 일부에서 폐업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고양시 일산구로 본사를 옮긴 상태다. 현재 양당선인의 부친인 양회준씨가 건풍건설의 이사로 등록되어 있다. ‘삼성건설’은 김순애씨가 한때 대표이사를 지낸 곳이다. 현재는 올해 80세인 외할머니 유정순씨가 대표이사이고, 양당선인은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건풍윈이엔지’의 경우 양회준씨가 대표이사이고 양당선인이 감사를 맡고 있다. 법인 등기를 살펴보면 김순애씨는 법인 설립 초반에는 이사로 활동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유정순씨나 양회준씨에게 자리를 물려주곤 했다.
삼성건설과 건풍윈이엔지는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법원리에 주소를 가지고 있다. 주소지에는 건풍주유소·충전소가 나란히 있다. 주유소는 건풍윈이엔지가 소유한 토지 위에, 충전소는 삼성건설이 소유한 토지 위에 위치해 있다. 주유소가 위치한 4OO-1번지의 경우 2007년 1월의 공시지가가 10만8천원이었지만 같은 해 7월에는 30만9천원으로 뛰어 올랐다.

명의 빌려 감춰놓은 땅 팔아 특별당비 냈다?

주유소와 충전소는 한적한 도로가에 위치해 있고 법원리 인근에만 주유소가 열 곳에 이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매출은 많지 않다고 한다. 건풍주유소·충전소의 한 종업원은 “사장은 이곳에 한 달에 한 번꼴로 들릴 뿐이다. 우리도 뉴스 보고 이번 사건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건풍윈이엔지나 삼성건설의 대표는 김순애씨가 아니지만 종업원은 김순애씨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인근 주유소 사장은 “건풍주유소 사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다른 곳에도 주유소를 하나 낸다고 하고 임대업도 곳곳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곳은 경기도 파주시 덕은리 산 OO-3번지다. 양당선인의 오빠는 지난 2006년 8월에 파주시에 주유소를 내기 위해 교통 영향평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파주시청의 관계자는 “주유소 영업을 위한 등록 절차는 현재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파주의 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양당선인의 외할머니인 유정순씨다. 1990년대 말부터 파주 일대의 여러 곳을 소유하고 있었다. 물론 그중 상당수는 타인에게 매매를 했고,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매매한 토지에서도 양당선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상지석리에 있는 공장부지(OO7번지 3백34평, OO7-5번지 3천평 이상)는 2006년에 조성한 곳이다. OO7번지의 경우 양당선인의 외할머니가 2002년 7월 매입했고, 2003년 1월 양당선인의 아버지가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신청한 곳이다. OO7-5번지는 1997년에 외할머니가 보유하고 있던 땅이다.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두 곳 모두 매매가 이루어져 현재는 다른 사람이 가진 땅이다. 이 부지는 양당선인이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1주일 전인 지난 3월20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54억원에 즉시 입주가 가능한 매물로 등록되었다. 매매가는 모두 평당 1백80만원이다. 그런데 문의를 위해 남긴 연락처는 다름 아닌 양당선인 본인의 이름과 전화번호였다.
게다가 OO7-5번지를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땅은 2006년 6월28일에 대지로 지목이 변경된다. 보통 지목이 변경되면 땅주인에게 호재이지만 유정순씨는 지목 변경 전인 2006년 6월15일에 강 아무개씨에게 OO7-5번지 5백77㎡의 땅을 팔았다. 거래 금액은 약 1억1천5백만원이다. 하지만 당시 OO7-5번지의 2006년 공시지가는 34만원이다. 유씨가 매매한 토지 5백77㎡는 공시지가로만 계산해도 약 1억9천6백만원이다. 땅을 공시지가보다도 싸게 넘긴 셈인데, 이는 상식적인 토지 거래 행위와 거리가 멀다. 양당선인 가족이 여든 살의 외할머니나 주위 지인의 명의를 빌려 토지를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만약 양당선인의 특별당비설이 사실이라면 그 돈은 명의를 빌려 감춰놓은 토지를 매각해서 마련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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