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이 5억원 요구했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4.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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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연대 비례대표 공천 막판에 탈락한 한 여성 신청자의 증언

 
그쪽(친박연대)에서 제안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탈락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에서 사회복지 분야를 전공했고 관련 분야 박사 학위도 받았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이사장으로 있다. 친박연대에 아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여성이 없다. 당신 같으면 될 것 같으니 신청서를 내라”라고 해서 갑작스럽게 냈다.

“친박연대 쪽 지인이 먼저 제의…돈 안 내니 명단에서 제외”

처음 서류를 내러 친박연대 사무실에 가니 당직자들이 무척 좋아했다. 아마 내 학·경력이 그들이 찾는 것과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를 좋아하는 나는 ‘역시 박 전 대표의 이념을 따르겠다는 사람들이라 기존 정당과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뒤 내가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올랐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 한 당직자는 ‘축하한다. 3번에 올랐다’라고까지 말했다. 나를 대하는 당직자들의 태도가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달라졌다.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은 3월26일 오후부터였다. 친박연대 사무실에 있는데 함께 공천을 신청한 한 인사가 내게 ‘돈을 얼마나 냈습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전혀 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인사가 ‘돈을 한 푼도 안 내고 어떻게 상위 순번에 오를 수 있습니까?’라며 믿지 않았다. 3월26일 오후 선관위에 서류를 접수하러 가는 당직자가 “아직 비례대표 번호가 정해지지 않았다. 바뀔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접수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번호가 정해지지 않았다니 놀라웠다. 또 다른 당직자는 ‘○○○씨가 막 현금을 싸들고 왔다. 그래서 순번에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나만 아니라 여럿이서 들었다. 나중에 보니 갑자기 치고 들어온 ○○○씨가 당선 안정권에 올랐더라. 3월26일 오후에 노골적으로 돈 얘기가 나왔다. ‘5번까지는 되니 당연히 돈을 받아야 한다’라는 말도 공공연했다. 계좌 추적하면 다 나올 것이다.


발표 두세 시간 전쯤 친박연대 한 최고위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름을 알고 있지만 말하지는 않겠다. 그는 정확한 액수를 얘기하며 ‘돈을 낼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나는 ‘돈이 없다’고 말했다. 3~5위 순번에 올랐다던 나는 결국 최종 발표된 명단에서 빠졌다. 발표 이후 관련 당직자들에게 ‘왜 나를 탈락시켰냐’라고 따지니 아무도 답을 하지 못했다.


탈락이 확정된 다음 날인가, 이번에 국회의원이 된 친박연대의 한 공천심사위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당신은 친박연대에 딱 맞는 후보였다. 선정되지 못해 아쉽다. 돈을 요구할 때 주지 그랬느냐’라고 말했다.
결국은 돈이더라. 그렇게 많은 돈을 내야 하는지 몰랐다. 나는 ‘돈 공천’ 얘기가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고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셔서 그런 일에 연루되지 않게 했구나 하는 감사를 드렸다. 정치권의 오랜 관행인 것 같다. 이번 사건이 이런 행태가 바뀌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형편없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국회의원이 된다면 한마디로 코미디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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