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역풍 속에 ‘탄돌이’들을 대거 등장시킨 17대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열린우리당은 1백52석의 과반을 넘는 거대 여당으로 변신해 국회를 장악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대화의 정치를 하겠다며 국정 파트너로서 야당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는 열렸다 하면 싸움과 농성으로 시끄러웠다. 민생은 뒷전에 제쳐놓았다. 사학법, 언론관계법, 과거사법처럼 이념으로 버무린 쟁점 법안들을 놓고 끝없는 소모전을 벌였다. 노 전 대통령은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타협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야당에게 추파를 던지며 대연정론을 들먹여 정국을 희화화하기도 했다. 그가 아량을 베풀어 상대를 배려하는 정치를 했다면 훗날 ‘실패한 대통령’ 소리는 듣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대통령들에게 여소야대는 마냥 불편하기만 했고, 여대야소는 감당하기에 힘이 부쳤던 것 같다. 이들은 ‘통합의 정치’를 번번이 공수표로 날렸고, 그래서 막후에서 싸움이나 지휘하는 인물로 투영되곤 했다. 대통령이 갈등의 한복판에 놓여 분란에 휘말리는 정치의 말로가 좋을 리 없다. 한국 정치가 항상 승자는 없고 모두를 패배자로 내모는 치킨 게임으로 일관했던 근본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도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해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이대통령 역시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당장 보수 진영의 통합도 쉽지 않아 보인다. 통합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든, 친박 세력이든, 더 나아가 자유선진당이든 힘을 보탤 세력은 진지하게 껴안아야 한다. 힘을 엉뚱한 데 낭비하고 갈등을 오만과 독선으로 누르려 한다면 이전 대통령들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려면 정파를 초월해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 총선 민심이 빚어낸 여대야소에는 바로 그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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